두더지 ヒミズ
[영화] 대지진 이후 일본의 자화상
감독
소노 시온
출연 소메타니 쇼타, 니카이도 후미

중학생 스미다(소메타니 쇼타 분)의 꿈은 평범하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리는 깡패 아버지, 술과 남자에만 매어 사는 어머니 모두 스미다를 버렸다. 그의 곁에는 대지진 이후 모든 것을 잃고 부랑자가 된 이웃들과 스미다를 짝사랑하는 동급생 차자와(니카이도 후미 분)가 있지만 스미다는 이미 희망을 놓아버렸다. 그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결심한다. “오늘은 덤으로 사는 인생 첫날이다. 자수도 하지 않을 것이고 죽지도 않을 것이다. 먼지만도 못한 목숨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타인을 위해 쓰고 싶다.”

‘일본의 김기덕’이라고 불리는 소노 시온의 신작 ‘두더지’는 ‘이나중 탁구부’로 유명한 후루야 미노루의 동명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으로, 포스트 3.11(2011년 동일본 대지진) 시대의 혼란이 겹쳐진 걸작이다. 점점 광폭해져 가는 사회 한복판에서 “죽어버릴 거야!”라는 외침 대신 “나는 훌륭한 어른이 될 거야!”라는 소년의 다짐이,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사악하게 속삭이며 소년의 삶을 담보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는 악마 같은 어른들보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과거다. 저 아이는 미래다. 저 아이에게 미래를 선물하고 싶다”고 절규하는 부랑자 아저씨의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머무른다.

‘두더지’에서 배격 받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살아남아 다시 한 번 일본의 놀라운 힘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니까. 둘째, 대체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 수밖에 없는 이 따위 사회는 희망이 없다. 우리 모두 죽어야 한다. 먼저 첫 번째 입장에 대해 스미다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평범함 만세!”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식칼을 품은 채 거리를 배회하던 스미다는 두 번째 입장에 동조할 뻔하지만 결국 그 강렬한 파괴의 유혹을 뿌리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만의 지옥을 껴안은 채 그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자유를 갖기로 결심한다.

중학생 소년의 고통스러운 수난기가 섣부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모두 염원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재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모두 이 소년 같은 처절한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소노 시온의 ‘두더지’는 올해 당신이 극장에서 만나게 될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장담한다.



응징자
[영화] 대지진 이후 일본의 자화상
감독
신동엽
출연 양동근, 주상욱, 이태임

학창 시절 창식(양동근 분)에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한 뒤 이후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준석(주상욱 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창식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그는 20년 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창식의 악행에 대한 응징을 시작한다.



토르: 다크 월드
[영화] 대지진 이후 일본의 자화상
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어벤져스’에서 뉴욕을 파괴했던 로키는 지하 감옥에 갇히고 토르는 아버지 오딘와 함께 우주의 질서를 재정립하기 위해 나선다. 그러나 지구에 혼자 남은 연인 제인이 어둠의 종족 다크 엘프로부터 공격당하자 토르는 연인과 아스가르드 왕국을 지키기 위해 로키와 위험한 동맹을 맺는다.



노브레싱
[영화] 대지진 이후 일본의 자화상
감독
조용선
출연 서인국, 이종석, 권유리
어린 시절부터 유일한 라이벌이었던 원일(서인국 분)이 갑자기 종적을 감추자 홀로 남은 우상(이종석 분)은 수영계의 독보적 1인자로 자리매김한다. 어느 날 국내 최고 명문 체고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전과 달리 원일은 우상과의 정면 승부를 자꾸 피하려고 한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