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문화 막 내리나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타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들이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여행보다 모바일을 통한 웹서핑이 친숙한 젊은 세대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도 조건 자체가 비슷한 만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지 관심이다.
<YONHAP PHOTO-0830> LOS ANGELES, CA - NOVEMBER 23: Traffic comes to a stand still on the northbound and the southbound lanes of the Interstate 405 freeway near Los Angeles International Aiprort on November 23, 2011 in Los Angeles, California. Orbitz named LAX as the nation's busiest airport for 2011 Thanksgiving travel.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1-11-24 08:53:1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LOS ANGELES, CA - NOVEMBER 23: Traffic comes to a stand still on the northbound and the southbound lanes of the Interstate 405 freeway near Los Angeles International Aiprort on November 23, 2011 in Los Angeles, California. Orbitz named LAX as the nation's busiest airport for 2011 Thanksgiving travel.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1-11-24 08:53:1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변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당 자동차 소유 대수는 2006년 2.05대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어 2011년 1.95대로 떨어졌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연간 거리 역시 2004년 9314마일에서 2011년 8494 마일까지 감소했다. 1996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던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에서 이유를 찾는다. 직장에 나갈 필요가 없는 만큼 자동차 이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젊은 세대에서 자동차 이용이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연방고속도로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16세에서 34세까지 젊은층의 자동차 이동 거리는 2001년에서 2009년 사이에 23% 줄어 7900마일까지 떨어졌다. 이들은 자동차 이용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2000년만 해도 14~34세 중 자동차 면허증을 갖고 있지 않은 비율은 21%였지만 2010년에는 26%까지 올라갔다.

크라이슬러의 캐서린 로베자노 소비자트렌드 부장은 “젊은 세대에게 자동차는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더 이상 젊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아니다”며 “지금 젊은이들은 모바일을 통해 페이스북 등을 이용하며 보다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직장은 도시 중심에 있고 집은 교외에 있는 전통적인 미국 중산층의 삶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이유다. 출퇴근하기 위해서라도 자동차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도시들이 아파트로 채워지면서 자전거와 도보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젊은 세대는 자동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며 교외에 사는 것보다 간편하게 도심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도시 인프라 투자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켄터키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루이스빌의 그레그 피셔 시장은 최근 도시 중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100마일 거리의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보다 많은 자전거 이동로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발맞춘 결과다. 뉴욕과 보스턴·워싱턴D.C.·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피셔 시장은 “자동차 전용 교량을 짓는 등 자동차도로 투자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도보나 자전거를 위한 도로를 원하는 시민들이 보다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바뀐 중산층 영향 커
자동차 제조사들도 변화 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포드의 마이클 테이머 지속가능성팀장은 “미래에도 자동차는 존재하겠지만 이동 수단으로서 지금과 같은 위상은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너럴모터스와 크라이슬러 등은 ‘이동 수단 제공자’로 거듭나야 할지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 있다. 제작·판매뿐만 아니라 단기 자동차 임대와 전기자전거 제작 등 시대 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변화들이 구조적인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자동차 관련 전문 저술가 앨런 피사르스키는 “젊은 세대들이 한창 돈을 벌어야 할 때 금융 위기에 따른 실업이 이들 세대를 강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경제적으로 돈이 부족한 세대가 자동차를 적게 타는 것은 당연하며 이들의 경제력이 회복되면 다시 자동차 이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의 이런 변화가 본질적인 것인지 확인하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는 시점에도 지금의 생활 방식을 계속 고집할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