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 미래 혁신 기술 12가지
정보기술(IT) 산업은 한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4%를 차지하는 경제의 중심 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1980년대 흑백 TV와 카세트·라디오로 시작, 2000년대 초반 반도체·가전, 후반 디스플레이·TV,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급속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이미 성숙기 도달해문제는 추가 성장이다. 현재 성장 동력인 스마트폰은 침투율이 50%(2013년 1분기 50.1%)를 넘어서면서 성숙기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시 한국 IT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미래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 중 12가지를 선정해 시장 규모, 한국의 기술 수준, 향후 발전 방향을 3가지 범주에서 점검해 봤다.
첫째 범주는 인터넷의 발전을 기반으로 현재 한국의 성장 동력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다.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차세대 통신기술, 모바일 결제와 보안 기술, 인간처럼 인식하게 될 센서, 신소재 등이 관련 산업이다.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소방·물류·공장자동화 등 민간 분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스포츠, 의류·패션, 건강관리 등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만한 기술적인 토대는 이미 상당 부분 축적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출현할 다양한 웨어러블 컴퓨터 디바이스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UX(사용자 중심의 UX)와 효용성, 경제적 가치 등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웨어러블 컴퓨터는 구글 등이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스마트 안경)다. ABI리서치 등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대한 주요 조사 기관들은 2016년 시장 규모를 46억~6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KDB대우증권은 스마트 글라스 시장이 2016년에 적어도 120억 달러, 2018년에는 270억 달러 정도의 시장 규모로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이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일시 접속’에서 진화해 ‘상시 접속’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질적으로 달라지면서 네트워크 산업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도래하고 있다. 현재 4세대 무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보급 초기 국면을 지나 LTE-A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무선에서는 5세대 기술, 유선에서는 기가 인터넷 그리고 이를 통합한 사물 간 통신인 사물 인터넷 확대가 전망된다.
IT의 발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을 가져 왔다. 모바일 장치를 통한 지급 결제의 등장은 일상생활에서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모바일 지급 결제는 이동성·접근성 등의 경제적 편익으로 기존 지급 결제 수단과 전혀 다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2013년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9.2% 증가한 2558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결제 수단의 다양화 추세와 통합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출현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9% 증가한 3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가트너). 센서(sensor)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 때문이다. 단순히 음성과 데이터를 전달하던 휴대전화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는 센서 산업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센서는 여러 정보를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위해 반도체·세라믹·금속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문제는 이를 계량화하고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돼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멤스(MEMS: 미세 전자제어 기술)는 기계 부품, 센서, 액추에이터, 전자회로를 하나의 실리콘 기판 위에 집적화한 장치를 말한다. 즉 센서를 계량화하고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기능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멤스 센서 시장의 전망도 매우 밝다. 욜디벨로프먼트(Yole Developpement)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멤스 센서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10억 달러 수준이다. 이후 2017년까지 연평균 1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태동부터 보급 시간 점점 짧아져
둘째 범주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에너지를 저축하는 차세대 배터리,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그리드, 무선 충전, 전기차·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 산업도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137억 달러(IT 108억 달러, EV 21억 달러, ESS 8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차전지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기존의 중소형 셀에서 대형 셀로 시장의 중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성장을 견인할 전기차(EV),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이다. EV에 사용되는 전지 용량과 가격은 노트북 전지에 비해 1000배 수준이다. EV와 ESS 시장이 조금만 성장해도 이차전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 이차전지 시장은 연평균 19% 성장해 54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기존 IT 중소형 전지는 2% 성장에 그치겠지만 EV와 ESS 시장이 각각 43%, 29%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발전-송전-배전-판매의 단계를 갖는 기존의 전력망(grid)에 정보통신기술(smart)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의 최적화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일컫는다.
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전력난의 해결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공급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근본적인 전력 문제는 전체 공급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사용량이 일정 시간에 집중되는 피크 부하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답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범주는 제조 혁신의 3D 프린터와 인류 수명 증가에 필수적인 의료기기 산업을 지목할 수 있다. 홀러스 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에 따르면 세계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2015년 37억 달러에서 2019년 6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러한 기술들은 태양광·전기차와 같이 이미 실용화 단계에 진입한 기술부터 기초 연구 수준에 있는 기술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12가지 신기술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타 투자와 마찬가지로 재무 정보, 최고경영자(CEO)의 자질, 기업 문화, 밸류에이션 등 기본 요소에 원칙들을 추가해 볼만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 표준 채택 여부다. 산업화의 역사에서 많은 기술이 탄생했지만 결국 자본과 권력이 어떤 기술을 표준으로 삼았는지가 중요했다. 기술 표준 획득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빅 데이터, 3D 프린터, 사물 인터넷 등의 발달로 새로운 혁신이 동종 업계가 아닌 이종 업계에서 개발될 수도 있다.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기술의 태동 단계에서 실제 적용까지는 예전보다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 초기 자금의 엔젤·벤처캐피털 출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곧 돈’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과 자금 지원 여부다. 모든 국가들은 미래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지원 중이다. 또한 신기술은 기존의 이익집단의 이해와 상충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변화 속도와 정부의 직간접 지원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특히 바이오산업).
마지막으로 바스켓(basket) 투자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특정 기술이나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여러 기업에 분산투자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KDB대우증권 박원재·박승영·송종호 외 12명이 쓴 ‘IT, 한국의 미래다!-스마트폰 이후 미래 혁신 기술 12가지’를 선정했다. KDB대우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이 머리를 맞댄 이 리포트는 스마트폰 이후 IT 분야 ‘차세대 먹을거리’를 집중 분석했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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