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영화] 다섯 ‘아버지’ 제거 작전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2003년 ‘지구를 지켜라!’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신인 감독 장준환 역시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전국 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영화가 보여준 독창적 이야기, 캐릭터, 풍자의 화법,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충무로 컬트의 역사를 새로 쓰기에 충분했다. 그 후 10년 동안 장 감독은 두 편의 장편을 준비했지만 프로젝트가 무산되며 데뷔작에서 보여준 재기를 증명하지 못했다.

오랜 침묵의 시간에 대한 보상의 시도라고 봐도 될까. 두 번째 장편의 에너지는 과잉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과격하고 세다. 영화는 유괴범 집단에 납치된 다섯 살 소년의 14년 후를 그린다. 다섯 범죄자는 이제 그의 아빠가 됐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화이는 양부이자 사부인 다섯 명의 범죄자에게 각각 총·칼·박투·운전·지략을 배우며 성장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암살 지령을 받고 간 그곳에서 화이는 유년기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고 길러준 아버지를 향해 복수의 총구를 겨눈다.

복수라는 테마로 맞선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를 넘어설 것인가’,‘복종할 것인가’의 내면적 고뇌는 총과 칼을 넘나들며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액션 장면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되면서 화이가 처한 인간적 고뇌,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이 과정에서도 반전이 주는 쾌감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이는 아버지들의 정체를 영화의 절반도 되기 전에 알아차리며 나머지 절반 이상은 화이가 아버지들에게 대적하는 오이디푸스적인 고뇌에 할애된다. 바로 오락적인 액션으로 점철됐지만 사실은 이 영화가 액션 너머의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감독의 욕망이 읽혀지는 지점이다.

믿기지 않는 과장된 설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특히 김윤석·조진웅·장현성·박해준 등 다섯 아버지에 맞선 여진구의 연기가 압권이다. ‘해를 품은 달’에서보다 한층 성장한 16세의 배우는 남성적인 액션과 혼란스러운 내면을 자유롭게 오가고 상대 배역과 조화를 이뤄 낸다. 참고로 자막이 올라간 뒤 마지막으로 화이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요한 영상이 나오니 놓치지 말길 바란다.



쇼를 사랑한 남자
[영화] 다섯 ‘아버지’ 제거 작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마이클 더글러스, 맷 데이먼, 로브 로

1970년대 라스베이거스를 지배했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리버라치와 그의 동성 연인 스콧 토슨의 관계를 조명한다. 스콧 토슨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만들었으며 이 작품을 끝으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은퇴를 선언했다. 올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상영작.



러시: 더 라이벌
RUSH
RUSH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크리스 햄스워스, 다니엘 브륄, 올리비아 와일드

F1 레이싱 중 잊을 수 없는 명승부로 기억된 1976년 시즌에서 숙명의 라이벌 대결을 펼친 두 천재 레이서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 연출. 화려한 레이싱 장면이 압권.



황금을 안고 튀어라
[영화] 다섯 ‘아버지’ 제거 작전
감독 이즈쓰 가즈유키
출연 쓰마부키 사토시, 아사노 다다노부, 최강창민

6명 도둑들의 240억 금괴 강탈 작전을 그린 범죄 액션 스릴러. 1990년 일본 추리 서스펜스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 원작으로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북한 출신의 폭발 전문가를 연기한 최강창민은 일본 아카데미상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며 호평 받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zzaal@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