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설업 주가 하락의 의미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미국 건설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출구전략 예상에 따른 금리 급등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건설업의 주가 하락은 미국의 건설 경기가 위축될 것을 의미한다. 주택 가격의 하락은 소비 등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9월 FOMC서 출구전략 로드맵 그릴 수도
2007년 하반기 이후 미국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선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2007년 8월 5.25%였던 연방기금 금리 목표 수준을 2008년 12월 0~0.25%로 과감히 내렸다. 그 후 금리 인하로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돈을 찍어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를 세 차례에 걸쳐 단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실업률이 6.5%(7월 기준 7.4%)에 이를 때까지 매월 850억 달러의 모기지 채권과 국채를 사기로 하는 등 3차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Fed 자산은 2009년 2월 1조9000억 달러에서 올해 8월 3조7000억 달러까지 늘었다. 본원통화도 2009년 2월 1조6000억 달러에서 올해 7월 3조300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적극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는 주택 경기 개선과 함께 소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08년 2분기보다 6%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동안 GDP도 5% 늘었다. 경기 회복으로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겪는 동안(2008년 2월~2010년 2월) 미국의 일자리는 874만 개가 없어졌다. 그 이후 올해 7월까지 고용이 672만 개 늘었다. 잃어버린 일자리의 77% 정도를 찾은 셈이지만 고용이 매달 16만 개 정도 증가하고 있다.
Fed는 실업률이 6.5%로 떨어질 때까지 통화정책을 팽창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일자리가 매월 16만 개 정도 는다면 2014년 하반기에는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고용이 매월 10만 명씩 는다면 그 시기는 2015년 말로 늦어지고 경제가 더 빨리 성장해 고용이 월평균 20만 명 증가한다면 ‘실업률 6.5%’ 목표는 2014년 초에 달성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용이 회복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실업률이 6.5%까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출구전략은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고 우선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지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경제 상황에 따라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9월 17~18일 개최될 FOMC에서 출구전략을 당장 단행하지 않을지라도 로드맵 정도는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Fed가 출구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곧바로 모기지 금융을 위축시키고 있다. 1990년부터 최근까지 모기지 금리와 모기지 금융 지수 사이의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마이너스 0.77로, 역의 관계가 매우 높다. 지난 5월 이후 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라 미 모기지협회가 발표하는 모기지 금융 지수가 리파이낸싱(Refinancing) 중심으로 5월 첫째 주 946에서 8월 첫째 주에는 472로 무려 50%나 줄었다.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 가격도 하락한다. 과거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2개월 이전의 금리가 주택 가격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줬다. 즉 2개월 전부터의 모기지 금리 상승은 그 이후 집값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켰다.
모기지 금리 상승이 모기지 금융 위축을 통해 주택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미 건설 업종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건설업 주가가 5월 14일 고점을 친 후 8월 14일까지 28%나 하락했다. 주가의 경기 선행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발표될 신규 및 기존 주택 매매를 포함한 각종 건설 관련 지표들이 예상보다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던 주택 가격도 조만간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김영익의 눈] 출구전략 가시화…소비 위축 우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4646.1.jpg)
2008년 미국의 경제 위기는 주택 가격의 거품과 과잉 소비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주택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소비가 과연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김영익의 눈] 출구전략 가시화…소비 위축 우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4647.1.jpg)
최근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융이 위축되고 이와 함께 주택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소비도 둔화될 것이고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처럼 Fed가 출구전략을 예상하면서 시장 금리가 급등하고 건설 업종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조만간 주택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소비 심리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제 상황이 미국의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김영익의 눈] 출구전략 가시화…소비 위축 우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4647.1.jpg)
다음 달 FOMC가 개최될 때까지 출구전략을 포함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주가도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최근 미국 주가가 경기 회복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올랐다. 장기적으로 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국의 산업 생산이 지난 4월 이후 거의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와 경기 간에 크게 벌어진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이 앞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금리 상승으로 주택 가격마저 하락하면 그 과정이 좀 더 오래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출구전략 실행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경기와 간격을 좁힌 주가가 다시 앞장서 갈 전망이다. 앞으로 1~2개월 정도 금융시장이 불안하겠지만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