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고 환영 받는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다른 생각과 경험에 자신이 얼마나 개방적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요 즘 시대의 최대 화두인 ‘창의성’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창의적인가’라고 묻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당신은 개방적인가, 아닌가’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다.

광고 회사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해보고 현재는 경영자로서 사업 성과를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아이디어는 한 특출한 직원의 머릿속에서 홀로 탄생된 게 아니라 동료·선후배들과의 자연스러운 미팅 장소에서 나오는 게 훨씬 많았다. 우리는 흔히 좋은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유레카’처럼 떠오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달랐다. 또한 기존의 아이디어에 새로운 가치 한두 가지를 더해 등장한 아이디어가 더 경쟁력이 높은 게 많았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환영 받는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다른 생각과 경험에 자신이 얼마나 개방적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이러한 통찰력의 연장선상에서 세계 3대 광고 그룹인 퍼블리시스 본사에서도 직원을 채용할 때 대변화를 주고 있다. 스펀지처럼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쑥쑥 빨아들이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업 성장에 직결되는 인재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적인 태도를 지닌 인재를 뽑았다고 해서 회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조직 내에서 이러한 창의성이 더욱 잘 발현되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이 말한 ‘유동적 네트워크(Liquid Network)’에서 회사의 역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50인’ 중 한 명인 스티븐 존슨은 지난 700년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도출 사례를 연구한 결과 시대를 바꾼 창의적 아이디어는 유동적 네트워크라는 개방적인 공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도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한 과학자의 연구가 아니라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동료 학자들과 연구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최근에야 유동적 네트워크라는 근사한 말도 생겼지만, 사실 필자는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터인 광고 업계에서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개방적인 공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내의 위계질서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실천의 예로 각 부서간의 벽을 없앴고 직원들의 직책 대신 모두 ‘님’으로 통일했다. 또한 조직 내에서 직원들끼리 소통이 가장 많은 회의실을 회사의 가장 큰 공간으로 두었고 카페테리아에 아침 식사를 제공해 직원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도록 하고 있다. 아이디어 개진 채널도 나이와 직책, 업무에 제한 없이 오픈해 두고 있다.

조직의 위계질서와 제한적인 업무 때문에 아이디어 자체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만은 전적으로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원부터 경영진까지, 디자이너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익명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도록 독립 채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변화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본사에서도 놀랄 정도로 사내 직원 만족도도 높아졌고 대외적으로 좋은 사업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CEO에세이] 어울릴 줄 알아야 창의적인 인재다
조유미 레오버넷 코리아 & 퍼블리시스 웰콤 사장
1971년생. 1997년 성균관대 졸업.
2000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 졸업. 매칸 에릭슨 입사. 2002년 레오버넷. 2012년 레오버넷 대표이사 사장(현). 2013년 퍼블리시스 웰콤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