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

희생이나 강요,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이롭되 남에게도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 전 미래에셋금융 부회장인 강창희(66)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가 걷고 있는 삶의 모습이다.
[1인 연구소 전성시대] 생애·자산 관리 달인…인생 3막 시작
그는 지난 12월 40여 년간 몸담았던 금융권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올 초 1월 소장 1인 체제로 연구소(미래와금융연구포럼)를 출범, 인생 3막을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조금씩 준비해 온 일이었다. 현재 그는 현역 시절부터 연구해 온 ‘바람직한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 방법’을 설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쇄도하는 강의 요청에, 많을 때는 하루에 세 건에 달하는 강의를 소화하고 서울과 지방을 당일치기로 다녀야 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하지만 강 대표는 늘 감사하고 또 보람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제 또래쯤 되는 사람이 경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스트레스 대신 월급을 받을 겁니다. 육체적 힘듦보다 노조·손익분기점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몸이 더 망가지고 있겠죠.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하루에 강연이 세 번까지 있는 날이면 몸이 조금 고되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요. 오히려 성취감이 들죠. 강연을 통해 제가 연구한 분야를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 8월 6일 찾아간 여의도의 미래와금융연구포럼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수북이 쌓인 책 꾸러미 사이로 강 대표의 모습이 보였다. 흰머리가 성성한 그의 얼굴엔 여유로움이 그득하다. 강 대표 집무실에는 국내외 서적과 각종 참고 자료가 빼곡히 쌓여 있다. ‘젊은 기성세대부터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쉬지 않고 내공을 쌓은 결과물들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강 소장은 직접 스크랩한 다양한 통계 수치를 제시하며 자신의 지론을 밝히기 시작했다. 스크랩은 강 대표가 가방에 꼭 넣고 다닌다는 신문과 가위로 이동 중 자투리 시간에 만든 것이다.

“노후를 대비하는 건 베이비부머나 실버 세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20, 30대 젊은 세대들부터 생애, 자산 설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현역부터 이어 온 전공 분야
강 대표가 집중 연구하는 분야는 크게 3가지다. 첫째, 100세 시대를 맞아 개인의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이를 위해 금융회사는 어떤 비즈니스를 펼칠 것인가. 셋째, 국가와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다.

강 대표가 생애, 자산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강 대표는 남들보다 비교적 일찍 노후, 즉 후반 인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연구소 출범 준비 기간은 짧지만 사실 지금의 연구소는 그가 현역 시절 해 오던 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대표는 1975년 한국거래소에 다닐 당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연수를 갔다. 그때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8%로(현재 우리나라는 11%) 비교적 낮은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거래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이들 중에 머리가 새하얀 노인들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 대표는 ‘앞으로 이렇게 오래 살 텐데, 그러면 늙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노후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때부터였다. 그의 고민은 곧 올바른 투자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 연구로 이어졌다. 2004년 강 대표가 미래에셋에 몸담고 있던 시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투자교육연구소를 세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강 대표는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연령대별로 적절한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 금융 리테일의 역할에 대해 집중 연구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래에셋 근무 당시에도 투자 교육과 은퇴 관련 강의를 많이 해 왔던 터라 지금도 하루 강의 서너 건은 기본이다.

“현역 때보다 더 바빠요(웃음). 그래도 내가 지금 만 66세인데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한 분이 퇴직하고 나서 매일 고민이 ‘오늘은 뭘 하지?’랍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0~40년을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지옥이겠습니까. 저는 오늘도 할 일이 있고, 그 할 일을 찾아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의 자신감은 소위 인기 스타 강사를 방불케 하는 강의 수요가 뒷받침해 준다.


코워크·아웃소싱, 1인 연구소의 숨은 전략
“오랫동안 생애 설계, 자산 설계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은퇴 후에도 강의에 대한 수요는 꾸준합니다. 대중들에게 제 연구 결과를 알릴 수 있는 가장 큰 창구죠. 다음은 책을 내거나 몇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간헐적으로 방송 출연을 하며 설파하고 있습니다. 강연 컨설팅도 하고요. 이렇게 열심히 해서 받은 대가로 사무실(40평 남짓) 유지비와 비서 월급, 객원 연구원 수당, 제 활동비는 충분히 충당합니다.”

사실 강 대표의 강의료는 고무줄 금액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강의하는 곳은 제대로 된 강의료를 받고, 비영리 목적인 경우에는 차비 정도만 받는다.

“현역 시절에 100을 받던 사람이 30이나 40 받으면 60 내지 70은 사회 공헌 활동, 재능 기부가 되고, 30 내지 40은 용돈벌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바로 제가 추구하는 NPO(Non-profit Organization)입니다. NPO는 사회 공헌을 제1목표로 두면서 고용 창출과 이익 확보도 가능한 단체입니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은 재취업, 사회 공헌 활동, 자기실현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퇴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은 재취업해 다시 수입 활동을 하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 퇴직 후 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퇴직자들 중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약간의 수익을 얻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추구하는 연구소 운영 철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쁜 와중에도 연구 내용을 정리한 책을 한 권 출간했다.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이다.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 어떻게 생애 설계와 자산 관리를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출범 이후 6~7개월 동안 하루하루 강의에 쫓기고 책을 내며 숨 가쁘게 살았습니다. 하반기에는 여러 사람들과 협업(co-work)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혼자 5가지 일을 할 수 있다면, 협업하면 10가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협업은 ‘공부 모임’ 조성을 통해 얻는 콘텐츠다. 생애 설계, 자산 관리, 금융 리테일 비즈니스 연구 공부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협업은 1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연구에 대한 공동 작업이다. 현재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구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강 대표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아웃소싱을 통해 1인 연구소의 취약점을 보완해 운영하고 있다. 자체 객원 연구위원도 몇 두고 있다.

“사람을 많이 고용해 큰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그 사람들(직원)의 인생과 가족마저도 오너인 내가 책임져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기에는 제 나이가 너무 많아요. 제가 오너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욕심 부리지 않아요. 분수에 맞는 일만 하면 1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데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1인 연구소 전성시대] 생애·자산 관리 달인…인생 3막 시작
[1인 연구소 전성시대] 생애·자산 관리 달인…인생 3막 시작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