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노믹스’의 수혜 업종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7월 20일 국무원의 비준을 받아 대출금리를 자유화한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첫째,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하한선을 폐지하고 대출금리를 시장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둘째, 할인율 제한도 철폐해 재할인율을 기초로 자유롭게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셋째, 농촌 신용사(농촌은행)의 대출금리 상한도 폐지한다. 넷째,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개인 부동산 모기지에 대한 금리는 계속 제한한다.
<YONHAP PHOTO-2191> The People's Bank of China stands in Beijing, China, on Wednesday, April 28, 2010. The People's Bank of China plans to sell 20 billion yuan of three-month bills tomorrow, the central bank said today on its Web site. Photographer: Nelson Ching/Bloomberg/2010-04-28 20:27:4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The People's Bank of China stands in Beijing, China, on Wednesday, April 28, 2010. The People's Bank of China plans to sell 20 billion yuan of three-month bills tomorrow, the central bank said today on its Web site. Photographer: Nelson Ching/Bloomberg/2010-04-28 20:27:4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제외한 사실상 대출금리 자유화로 해석된다. 한국 금융시장의 예를 보면 부동산 담보대출의 금리가 실질적으로 저금리인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정부의 규제 하에 있던 대출금리가 전면적으로 자유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기업이나 개인 같은 대출 주체의 신용도에 따라 현재의 금리 수준보다 낮게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도 있고 또 신용도가 낮은 대출 주체들은 살인적인 고금리의 소위 ‘그림자 금융’ 같은 사(私)금융을 이용하기보다 비교적 높은 금리지만 은행을 이용한 제도권에서 대출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대출금리 자유화는 시진핑 새 정부에서 그동안 이야기해 왔던 시장화 정책의 첫 번째 작품이고 길게는 2020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발표됐던 자본시장 3단계 개방안의 서막을 알리는 조치로 판단된다. 또 현재의 속도라면 예상보다 이른 예금 금리자유화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정책 발표 시점 측면에서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우선 은행의 대출금리와 사금융의 고금리 사이의 괴리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과 그림자 금융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지난 3월의 그림자 금융 규제 조치가 실시됐고 이어 이번에 은행 대출금리 자유화가 전격적으로 실시됨으로써 비제도권 금융을 금융시장 안으로 수용하는 적절한 시장화 조치로 해석된다.


새 금융정책의 핵심 ‘대출금리 자유화’
이번 중국 정부의 대출금리 자유화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크게 3가지 의미로 파악된다. 첫째, 중국 경기와 관련된 측면이다. 경기 부양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금융의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방정부와 공기업에 실질적인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게 돼 간접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제적인 그림자 금융 규제와 이번 대출금리 자유화 효과로 비교적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자산이 비제도권에서 제도권으로 수용되면서 재평가 받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부실 가능성이 큰 여신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돼 구조조정 효과 역시 거둘 수 있어 간접적인 경기 부양과 구조조정 효과가 예상된다. 즉, 금융의 시장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경제의 잠재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판단된다.

둘째, 중국 금융 인프라의 체질 개선과 금융 산업의 시장화 조치로서의 의미다. 중국은 실물경제의 성장에 비해 금융 산업은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중국의 기업도 자금 조달 방법 중 80% 이상을 대출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금리 규제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기업은 한계가 있고 상당수의 많은 기업들이 그림자 금융 같은 비제도권 금융에 의존해 왔다. 또한 사금융 시장은 높은 수익률 때문에 은행까지 연계된 자산 관리 상품(WMP)의 이름으로 확대되며 중국 금융 산업의 잠재적인 부실 가능성과 금융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돼 왔다. 올 들어 강화되고 있는 리커노믹스(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의 금융시장 개혁 조치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되며 예정보다 일찍 예금 금리자유화 조치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면 대출에 대한 공급이 확대돼 금융시장의 시장화 조치가 완성돼 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장기 금융시장 개방의 단계적 진행이라는 측면이다. 중국은 2017년 금리자유화 완성, 2020년까지 외화 자유화와 자본 계정의 완전 개방이라는 큰 그림을 천명하고 실천해 왔다. 어떤 면에서는 ‘20년 이상의 준비와 조심스러운 실천’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은행의 대출금리 자유화는 필연적으로 단계적인 예금 금리자유화를 실시하는 것의 전제가 될 것이다. 또 다음 수순은 기업금융에 필수적인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육성과 개방 또한 필요한 단계라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시장 친화적이고 개혁적이라고 평가받는 리커노믹스의 정책 실시 방향과 속도는 분명 장기 금융시장 개방이 예정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한국 금융 산업과 투자가들은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등주’ 인민재산보험·중신증권 ‘강추’
세계의 은행 중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은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 은행들은 무려 20%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평가도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순자산배율(PBR)을 부여 받고 있다. 물론 높은 경제성장에 따른 높은 대출 자산 증가율이 한 원인이겠지만 또 하나의 원인은 중국 정부로부터 보장받은 3% 포인트 전후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은행들은 대부분이 2%대 후반의 안정적인 예대 마진을 누려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보장된 수익 구조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자유화로 경쟁이 촉발되고 ‘보장된 마진’이라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경영은 불가능한 구조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물론 아직 예금 금리자유화가 같이 진행되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로 실질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상당한 시차를 두고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 은행 산업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라는 점이다. 이르면 올 4분기 정도에 예금 금리의 단계적인 자유화가 시작된다면 은행 산업 수익 구조의 질적인 변화는 불가피해 당분간 큰 불확실성에 노출된 점 또한 은행 산업에는 악재로 판단된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재편되는 금융 산업…보험·증권‘기회’
한편 예금 금리를 자유화한다면 중국의 물가상승률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3%대의 예금 금리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금이 늘어나 은행의 대출 여력도 커질 전망이지만 은행 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이번 대출금리 자유화의 수혜는 누굴까. 직접적으로는 보험 산업의 장기적인 수혜를 생각할 수 있다. 중국 보험사의 자산 운용 중 은행예금의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금리자유화는 예금 금리의 상승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좀 더 장기적으로 금리자유화를 평가한다면 은행 중심의 중국 금융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과거 한국의 예를 보면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중반에 걸쳐 진행된 금리자유화는 외환 및 자본 계정의 자유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며 결국 자본시장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이것은 선진국의 경험들도 비슷하며 중국 리커창 총리의 ‘시장화’ 정책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한국의 사채시장이 제2금융권의 틀 안으로 흡수된 것처럼 중국 금융시장 역시 금리자유화로 금리의 범위를 넓히고 주식·채권시장의 육성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리자유화는 소비자들의 금리 민감 상품에 대한 선호를 확대해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도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소비 시장 성장이 한국이나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서 예상할 수 있는 투자 기회인 것처럼 금리자유화는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보장된 마진으로 성장을 구가하던 은행 중심의 중국 금융 산업이 변화하고 제2금융권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수혜 산업은 증권과 보험일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 투자한다면 은행보다 증권과 보험 1등 업체를 공부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중신증권과 인민재산보험을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