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은행 특권 폐지…중소기업 ‘숨통’

중국에서도 민영 은행 시대가 열릴까. 중국 금융계에서 이 같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관치금융이 줄어들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은행 개혁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중국의 민영 은행 확대론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원자바오 총리 체제에서도 추진됐지만 말만 있고 행동은 없다는 비웃음 소리만 들어야 했다. 금융 산업에서 민간 자본의 역할 확대를 내세운 원저우 금융 개혁 시범 사업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대의 단초는 리커창 총리가 제공했다. 지난 6월 19일 국무원 상무회의(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영 은행 설립을 언급했다. 이후 샹푸린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6월 말 포럼에서 이를 반복했다. 국무원은 7월 5일 ‘경제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금융 지원 지침’을 통해 민간 자본이 스스로 리스크를 부담하는 민영 은행 금융 리스 소비자금융 회사 등 금융 기구 설립을 강조했다.


관치금융 리스크 헤지
중국의 민영 은행 정책은 자칫 민간 자본의 은행 설립 허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는 중국 은행계의 지분 구성을 보지 않은 오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주식제 상업은행과 도시상업은행에서 민간 자본의 지분 비중은 각각 41%와 54%를 차지했다. 농촌 중소금융기구는 민간 자본 지분이 90%를 넘어섰다. 저장성에 있는 2개의 지방상업은행과 89개의 농촌중소금융기구는 지분 100%가 민간 자본이다. 문제는 민간 자본이 지분 참여하고 있거나 설령 대주주로 있는 은행이더라도 사실상 경영자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경영자는 정부에서 사실상 결정할 만큼 관치금융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무늬만 민영 은행’이 존재하게 된 것은 정부가 특정 민간 자본이 확실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일 주주의 보유 지분을 규제한 탓에 지분이 고도로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 대주주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민영 은행은 민성은행 한 곳 뿐이다. 따라서 “민영 은행 정책은 새 은행 설립보다 기존 은행의 민간 대주주가 확실히 경영권을 갖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정강 중국사회고학원 금융연구소은행 연구실 주임)”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업을 하는 곳이 3800여 개사에 이를 만큼 이미 경쟁이 치열한 현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민영 은행의 확대엔 지금의 은행 체제에서 누려 온 관료들의 기득권 포기가 전제된다. 중국 정부는 은행에 보이지 않는 무제한 담보를 제공하며 관치금융을 해 왔고 그 과정에서 민간 주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았다.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리인 문제가 심화되고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 배경이다.

은행 규모를 키우는 게 연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경영진과 대출 확대로 경제 고성장을 추구해 온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중국 은행의 자산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수익과 리스크를 따지기보다 국유 기업과 지방정부 등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위주로 대출했다. 이 과정에서 커지는 리스크는 주주가 부담한다. 진정한 민영 은행의 등장은 이 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민영 은행이 늘어날수록 관치금융에서 외면 받아 온 중소기업 대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은행의 진입 장벽 낮추기와 금리자유화는 국유 은행의 특권 폐지와 맥이 닿아 있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무제한 담보가 사라지고 민간 자본 진입이 확대되면서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금자 보호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리커창의 개혁 승부수가 먹힐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