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대담한 미래’

‘5년 안에 삼성의 몰락이 시작된다.’ 이 책의 미래 전망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이때 몰락이라니, 정말 대담한 예측이다.
[Book] 한국 경제,‘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하라
삼성의 몰락은 삼성전자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룹 매출을 70%를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은 다분히 묵시록적 분위기를 풍긴다. 몰락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삼성전자의 실수 때문이 아니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은 어김없이 몰락의 길을 걷는다. 소니가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원리 중 하나인 ‘시스템 원리’의 작용이다. 현 제품이 판매되는 시장이 시스템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면 예외 없이 쇠퇴 국면이 찾아온다. 자신들이 만든 기존의 상품을 완전히 부정하는 수준의 상품 전환을 하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삼성 같은 거대 기업의 최대 약점은 인재나 기술, 자본, 마케팅, 유통 능력의 부족이 아니다. 바로 자기부정의 어려움이다.

JP모건의 갤럭시 S4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촉발된 주가 폭락은 위기의 맛보기일 뿐이다. 만약 어느 날 이런 평가가 1주일 이상 이어지고 2~3개월 안에 획기적인 미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흥미롭게도 노키아가 무너진 이후 핀란드의 대응을 상기시킨다. 노키아는 핀란드 세금 중 23%, 국가 투자의 30%를 담당했다. 매출의 75%가 날아가고 직원 40%를 구조조정했다. 하지만 핀란드 경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구조 조정된 인재들이 핀란드 정부와 노키아의 지원으로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고 이들에 의해 노키아가 잃어버린 매출과 순이익을 국가 차원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윤식 지음┃598쪽┃
지식노마드┃2만8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깃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Book] 한국 경제,‘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하라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인간의 점프 능력은 한계가 있다. 높이뛰기 선수거나 마이클 조던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키만큼이나 높이 점프할 수 없다. 하지만 새들을 보라. 그들은 마음껏 하늘을 날지 않는가. 새는 우리에게 없는 깃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깃털처럼 가볍게’라는 말이 있듯이, 새는 깃털을 이용해 아주 가볍게 날아다닌다. 그런 능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한없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 부러움이 자라서 비행기를 만들게 됐지만 말이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그렇다면 새는 언제 지구상에 나타났을까.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즉 깃털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다. 깃털의 진화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아주 무겁다. 그 가벼운 깃털이 한없는 무게로 인간의 지적 세계에 들어온 것이다.

이야기는 1861년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한 채석장에서 시작된다. 한 석공이 발견한 한 석판에는 까마귀 크기 정도의 섬세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생명체의 화석이 들어 있었다. 이 화석에는 아아르카이오프테릭스 리토그라피카(Archaeopteryx lithographic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라틴어 학명은 ‘돌에 새겨진 오래된 날개’란 뜻이었고, 이 화석의 주인공을 흔히 ‘시조새’라고 부른다.

시조새 화석은 두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이었고 뼈 하나하나, 발톱 하나하나와 섬세한 이빨까지도 다확인할 수 있었으며 당연히 깃털도 가지고 있었다. 요컨대 시조새는 파충류와 새의 특징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시조새의 이런 특징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지적 긴장’이 조성됐다. 유명한 고생물학자였던 리처드 오언은 이를 새로 보았고 토머스 헉슬리는 그 반대 입장을 취했다. 즉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라고 본 것이다.

이 논쟁은 1990년대 중국 북부 랴오닝 성에서 깃털 달린 공룡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증폭됐다. 이 화석은 깃털이 비행만을 위해 사용된 게 아니라 구애와 과시, 보호 기능에 사용됐다는 증거로 보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새는 파충류인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시조새 화석은 진화를 보여주는 시금석 같은 존재다. 이 화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깃털이다. 요컨대 가벼운 깃털이 과학적으로 가장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깃털, 참을 수 없을 만큼 묵직한 존재다.

소어 핸슨 지음|하윤숙 옮김|
399쪽|에이도스|1만9000원



사람을 위한 경제학
[Book] 한국 경제,‘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하라
실비아 나사르 지음|김정아 옮김|816쪽|3만 원

경제학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보여준 천재들의 이야기다. 인간이 경제적 필연을 뒤엎을 수 있다는 생각, 인간이 물질적 환경의 노예가 아니라 물질적 환경의 주인일 수 있다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생각은 1차 세계대전 이전 황금기에 탄생해 파국으로 치달았던 시기에 두 차례 세계대전과 여러 전체주의 정부와 대공황에 의해 도전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 황금기에 부활했다.



인센티브와 무임승차
[Book] 한국 경제,‘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하라
마야 보발레 지음|권지현 옮김|216쪽|중앙북스|1만3000원

소위 선진 경영 기법이라고 내세우는 정교한 성과 평가 제도들이 유행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최신 엑셀 데이터만 신봉하다가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것, 당근과 채찍으로 풀 수 없는 조직 심리를 분석했다. 성과 지표가 갈수록 정교해지지만 조직과 개인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살라미(소시지) 공장에서 생산량이 늘어나도록 평가 제도를 바꾸자 살라미를 더 얇게 썰어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매출은 제자리였다.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Book] 한국 경제,‘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하라
한호택 지음|408쪽|IGM북스|1만6000원

사람은 자신의 생각, 즉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다. 가치관이라는 영혼의 힘이 없다면 사람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사람이 모여 만든 조직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치관이 바로 선 기업은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한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적,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 주는 가치관이라는 영혼의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가치관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과 거쳐야 할 과정을 재미있게 소설 형식으로 전한다.



역사가 말하게 하라
[Book] 한국 경제,‘삼성전자 이후’를 준비하라
복거일 지음|424쪽|다사헌|1만8000원

한국 역사를 바꾼 최고의 맞수 22쌍의 가상 대담집이다. 계백과 김유신, 정도전과 이방원, 인현왕후와 장희빈 등 대표적 라이벌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낙랑국의 왕조와 왕준, 시모노세키조약을 맺은 이홍장과 이토 히로부미, 6·25전쟁의 미중 양 진영 군 지휘관 매슈 리지웨이와 펑더화이 등 고조선에서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꼼꼼한 고증을 통해 이들의 입담과 팽팽한 설전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이들은 각자가 대변하는 세력의 역사적 배경과 당위를 설득력 있게 피력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