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성공 점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관건은 가슴이 뛰는 감동 서비스다. 불황 파고를 넘어 찾아드는 단골손님은 이럴 때 늘어나는 법이다. TV도쿄는 최근 열도에서 화제 중인 새로운 접객 기술의 최전선을 업태별로 취재해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우선 레스토랑부터 보자. 1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는 레스토랑 ‘카시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명소다. 푸아그라가 메인 요리인 정통 프랑스식 레스토랑이다. 풀코스가 8400엔부터 시작하는 고급 식당이다.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는 1만5000엔대다. 장기 불황의 일본에선 꽤 저항적인 가격대다. 하지만 기우다. 오후 5시부터 오픈하지만 저녁 내내 빈자리가 없다. 100석 만석이다. 예약은 1개월 전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비는 제로다.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렇다면 맛을 뛰어넘는 이 레스토랑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일본] 열도 달구는 새로운 판매 기술의 힘, 고객 잡는 ‘감동 서비스’…지갑 ‘활짝’
[일본] 열도 달구는 새로운 판매 기술의 힘, 고객 잡는 ‘감동 서비스’…지갑 ‘활짝’
답은 ‘감동 서비스’다. 그것도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속내로 무장된 서비스다. 출발은 철저한 사전 조사다. 이곳에 예약하려면 약 1시간의 사전 조사에 응하는 게 필수다. 왜 레스토랑을 이용하는지 알아야 감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기념일을 예로 들어 보자. 결혼 연차, 결혼식 장소, 추억 거리, 청혼 이벤트, 신혼여행, 상대 고향 등을 빠짐없이 묻는다. 이 때문에 점포 안쪽에 예약 전담 직원을 별도로 뒀다. 선호 음식은 물론 취미까지 가능한 것은 모두 취합해 컴퓨터에 정리해 둔다. 지금까지 15만 명의 데이터가 관리되고 있다. 다음은 직원회의다. 오후 2시 전체 직원이 모여 당일 방문하는 고객 정보를 공유하며 세세한 것까지 체크한다. 예행연습은 필수다.



이 정도까지 해줄 필요가 있을까?

이제부터 본격적인 감동 서비스가 시작된다. 식탁엔 고객의 이름이 새겨진 전용 티슈를 놓아 둔다. 특별한 손님을 위한 특별한 좌석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식사 중엔 깜짝 이벤트를 위해 가족의 축하 메시지를 비디오로 틀어준다. 배우자의 고향 특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뵈는 건 물론이다. 요즘처럼 추울 때는 맡긴 겉옷에 손님 모르게 핫 팩을 넣어둬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 청혼 자리라면 더 감동적이다. 예약 시간에 맞춰 전담 직원이 밖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안내한다. 또 야경이 멋진 위치에 테이블을 두고 그 위에 장미 꽃잎을 흩뿌려 각별함을 전한다. 청혼이 무르익을 즈음엔 청혼 메시지가 창밖에서 보이도록 직원들을 동원해 거들어 준다. 귀가 땐 직원이 도열한 후 감사 인사를 나누고 식당 차량으로 역까지 배웅하는 서비스도 해준다. “이 정도까지 해줄 필요가 있을까”라며 미안해하는 손님도 많다. 그러니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찾아온다.

사양 업태라는 서점에서도 감동 서비스는 계속된다. 도쿄 다이칸야마에 있는 ‘쓰타야 서점’은 은퇴 시즌에 도달한 베이비부머의 감성에 어필하는 감동 서비스로 일약 유명 장소로 부각됐다. 기획부터 오픈까지 5년이 걸리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무·식물을 곳곳에 배치한 조경과 인테리어는 서점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마음 놓고 읽으라고 테이블까지 곳곳에 설치해 도서관인지 서점인지 구분조차 힘들 정도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실험 때문이다. 쓰타야는 전국에 1472개 점포를 지닌 대형 서점이다. 하지만 이용자는 20~30대가 주력이다. 고령화에 따라 거대 집단으로 떠오른 중·고령 고객은 거의 찾지 않았다. 그래서 기획한 게 이 점포다. ‘어른을 위한 공간’이 추구 콘셉트다.
[일본] 열도 달구는 새로운 판매 기술의 힘, 고객 잡는 ‘감동 서비스’…지갑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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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서점의 압권은 프로 직원의 감동 서비스다. 대부분의 서점은 ‘앉지 마’와 ‘읽지 마’가 보통이다. 필요한 책만 서둘러 산 뒤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곳은 역발상을 택했다. 책은 무료로 전부 읽을 수 있으며 커피를 마시며 편안히 읽도록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2층 한가운데에 라운지까지 설치했다. 라운지엔 3만 권의 잡지가 있는데, 과월호까지 배치해 중·고령 고객의 향수를 떠올리도록 배려했다. 역발상의 중심엔 프로 직원이 있다. ‘책의 안내인’으로 불리는 37명의 전담 직원(Concierge)이 감동 서비스의 제공 주체다.

이들은 오픈 당시 2000명 중 선발된 해당 분야의 심층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일례로 책의 장르별로 여행 전문 작가, 바이크 전문 서점 경영자, 음악 CD 프로듀서 등 전직 프로페셔널로 구성됐다. 이들은 책의 진열부터 인테리어 등 모든 걸 도맡는다. 어떤 세세한 주문이든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이지 않은 마니아 분야의 서적·CD·DVD라도 기꺼이 찾아주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가령 여행 서적 전담 직원은 44년간 100개국 이상을 여행한 작가 출신답게 여행지의 특화 서적을 주문하거나 감춰진 여행 비경을 찾아 손님과 소통한다. 고객으로 찾아와 팬이 된 이도 많다.



대형 차량에 은행 서비스 담아 출동

고객이 있는 곳까지 일부러 찾아간 서비스도 있다. ‘오가키공립은행’이 주인공이다. 일본열도엔 도시화의 반작용으로 과소(過疎)화된 농촌 지역이 적지 않다. 생산은 물론 소비활동조차 멈춰선 노인 위주의 유령 마을인 것은 불문가지다.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는 구매 난민이 수두룩하다. 번거롭고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각종 판매망과 서비스 제공이 퇴각한 지 오래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 틈새를 노린 게 정기적으로 대형 차량에 은행 서비스를 갖춰 출동하는 이동식 은행 점포다. 내부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외에 은행원이 앉은 창구와 차를 마시는 라운지까지 갖췄다. 지점 기능의 완비다. 시내까지 이동하기 힘든 고령자에게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커피를 대접하는 건 물론이다. 정겨운 대화가 오가니 주민 교류의 장이 된 곳도 많다.
[일본] 열도 달구는 새로운 판매 기술의 힘, 고객 잡는 ‘감동 서비스’…지갑 ‘활짝’
일반 지점은 편의점처럼 인테리어와 운영 방법을 바꿨다. 편의점 직원 복장의 직원이 배치돼 일일이 업무를 도와준다. 또 창가엔 잡지 100여 권을 배치해 무료로 읽게끔 했다. 그 밑에 은행 팸플릿을 둬 위화감을 없앴다. 커피·주스 등 음료는 누구에게든 무료다. 마치 편의점에 들르듯 용무가 없더라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 이 밖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를 설치해 차에서 ATM을 이용할 수 있는 점포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 모두 고객 방문이 쉽도록 문턱을 낮춘 점포 운영이 목적이다. 그 덕분에 최근 10년 연속 예금 잔액이 증가세다. 금융회사 지역 만족도 랭킹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은행이 금융업이면서 동시에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강조한 결과다.

이제 그만그만한 접객 서비스로는 승부를 내기 힘들어진 시대다. 똑똑하고 현명해진 소비자를 설득하자면 그만큼 포괄적이고 진정한 감동 서비스가 필수다. 철저하게 고객 눈높이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줄 뿐만 아니라 미처 기대하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이는 차별화된 접객 노하우가 권유된다. 디플레 20년 동안 축적되며 생존해 온 일본의 판매 기술은 그 전형이다. 그렇다고 감동 서비스에 특별한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사례들에서처럼 고객 지향적인 사고의 전환만 있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요한 건 고객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이다. 장수 기업, 장수 점포의 기저에 하나같이 흐르는 공통분모는 바로 ‘고객 만족’이란 점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