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보안 산업 진화하다'
지난 2월 글로벌 보험회사인 AIG가 258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경영상 위험 요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해킹을 선택했다고 한다. CEO들은 실적 감소, 자산 가치 하락, 주가와 투자 위험보다 기업 경영에 해킹이 더 큰 위험 요소라고 본 것이다. 또 응답한 CEO의 69%는 재무적 위기보다 해킹에 따른 평판 하락이 기업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대답했다.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은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로 대표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확대, IT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부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으며 이들이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메가트렌드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 정보 보안 산업은 ‘통신상의 정보 보호’에서 ‘개인 및 사회 안전’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IT 환경이 진화하고 다양한 보안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안 사고 발생 시 개인·기업·국가 등 사회 전 영역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졌다. 이에 따라 중점 분야도 방화벽·안티바이러스·안티스팸 등의 시스템 네트워크 보안에서 사회 안전 및 시설 보안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안 관제 시스템, 관련 기업들의 새 먹을거리
보안은 크게 정보 보안과 물리 보안으로 나뉜다. 정보 보안 분야에서는 기존의 바이러스·해킹·DDoS·CCTV 등과 같은 단편적인 대응 기술보다 고도화되고 지능화된 보안 기술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 정보의 관리와 이에 대한 외부 감사 등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이나 정책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물리 보안 분야에서는 미국의 9·11 테러 이후 공항·항만·발전소 등 국가 주요 시설 및 전력·도로망 등을 테러나 재난·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한 기술 및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다. 장비와 인력 중심의 기존 보안에서 IT가 결합된 스마트 보안이 진행되면서 센서나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 감시 관제 및 패턴 분석 기반의 지능형 솔루션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안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정보 보안과 물리 보안의 기술이나 제품을 결합한 융합 보안 시장의 성장이다. 이 중에서도 융합 보안 관제 시스템 영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CCTV, 영상 보안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기업 내부의 PC 사용 정보, IP 및 네트워크 사용 현황 등을 포함하는 보안 관제 시스템에 대한 수요 및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스마트 워크 환경이 확대되면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에 의한 정보 유출을 방지함은 물론 이들을 원격 통제해 차단하는 기술,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감시 전송 서비스, 바이오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출입 보안·근태관리·전자주민증·범죄자 감식 등의 영역에서 융합 보안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표적 물리 보안 기업인 에스원은 개인 정보 및 PC 보안, 사내 IT 자산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과 통합 보안 장비의 렌털·관리·사후보고서까지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ADT캡스도 LG CNS와 공동으로 CCTV 상호 연동, IT 인프라 환경에 대한 보안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장에 진출했다. 정보 보안 기업 중에서는 이글루시큐리티가 보안 통합 관리 시스템에 물리 보안 관제가 융합된 융·복합 보안 관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SK인포섹·안랩·넥스지 등의 기업들도 융합 보안 관련 기술 개발 및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인터넷 보안 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은 세계 보안 시장에서 4.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체크포인트’를 꼽을 수 있다. 체크포인트는 인터넷 보안을 위한 방화벽(Firewall)을 기반으로 출발, 2012년 현재 전 세계에 3400여 명의 직원과 13억4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나대투증권 스몰캡팀에서는 한국에서도 체크포인트와 같은 보안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관련 스몰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권유한다.
윈스테크넷·슈프리마·이글루시큐리티 ‘강추’
윈스테크넷은 2011년 보안 관제 전문 업체로 지정됐다. 보안 관제 전문 업체는 국내 10여 개의 소수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 장벽이 존재하는 분야다. 정부 입찰 시장은 대기업의 입찰이 제한돼 실질적으로 수주 가능한 업체는 윈스테크넷과 이글루시큐시티 등 두 회사가 유력하다. 앞으로 정부 기관의 보안 고도화 정책이 실시된다면 수혜가 예상되는 회사다. 윈스테크넷은 2012년 매출 622억 원, 영업이익 162억 원으로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26% 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일본 수출의 증가와 통합 보안 솔루션 판매 실적의 확대로 매출 853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유는 지난해 말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충원으로 인한 인건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슈프리마는 지문 인식 등 바이오 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 시장 본격 진출이 예상된다. 슈프리마는 국내 지문 인식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인 시스템 경비 국내 1위 업체인 에스원에 지문 인식 시스템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슈프리마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이 중 바이오 솔루션 및 시스템은 자체 브랜드 영업과 함께 일부는 허니웰 등 글로벌 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태로 공급한다.
슈프리마의 2013년 매출액은 620억 원(전년 동기 대비 19.4% 성장), 영업이익은 194억 원 수준이 예상된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바이오 인식 시스템 제품군이 영업이익률 또한 우수하기 때문에 올해도 역시 높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슈프리마의 시가총액은 약 3600억 원 수준으로, 2013년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률(PER) 18~19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타사 대비 밸류에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꾸준한 성장세 및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글루시큐리티는 차세대 보안인 융합 보안 관련 솔루션을 시장에 출시, 보안 관제 서비스 분야의 수출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매출이 전부였던 이글루시큐리티에 올해 첫 수출이 발생했다. 향후 해외 진출을 통한 추가 성장 모멘텀이 기대된다. 초기 금액은 르완다·일본 등을 합해 10억 원대 수준이지만 앞으로 중국·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파트너 구축을 완료하고 영업을 진행 중이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이미 삼성전자 글로벌 상황실, 한국도로공사 IDC, 조선왕릉종합관리시스템 등의 실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국내 융합 보안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하나대투증권 정수민 애널리스트가 펴낸 ‘보안 산업, 진화하다’를 선정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향후 보안 산업은 ‘융합 보안’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 변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