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대 기업 조사에서는 15개 기업이 웃었고 13개 기업이 울었다. 2011년 신규 상장과 함께 100대 기업 순위권에 올라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른 기업 5곳을 제외하면 순위권 밖에 있다가 신규 진입한 기업은 10개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점프를 보여준 곳은 KB금융지주다. 991위에서 70위로 올해 조사에서 921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이는 올해 조사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6939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270억 원) 무려 2470.25%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자본 적정성 및 건전성을 유지했으며 스마트폰 뱅킹에서도 국내 최초로 600만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미래 수익성의 기반을 구축했다.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090914....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090914....
지난해 454위에서 올해 20위로 무려 434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른 삼성SDI는 2011년 788억 원 적자에서 2조5472억 원 흑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SDI의 주요 사업은 크게 TV나 모니터용으로 사용되는 컬러 브라운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을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부문과 휴대전화 및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 등을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및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용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판매 구조가 개선됐고 신규 고객과 시장이 확대된 결과 판매와 매출에서 모두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이차전지 부문의 성장세가 사업 안정성을 이끌었다.



항공 업계 명예 회복 두드러져
[2013 KOREAN SUPER COMPANIES] 뜬 기업, 진 기업- 삼성SDI·KB금융지주 ‘눈에 띄네’
신규 기업 중에는 항공 업계의 명예 회복이 눈에 띈다. 대한항공(462위→35위)이 427계단을, 아시아나항공(137위→95위)이 42계단을 뛰어오르며 100위권에 진입했는데, 두 기업 모두 2010년 조사에서는 각각 26위, 68위였다가 지난해 조사에서는 항공 업계의 불황으로 동시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올해 또 똑같이 100위권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제선을 비롯한 전체 항공 여객이 전년보다 8.2% 증가한 6930만 명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외 해외여행 수요 증가세가 지속된 덕분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2011년 당기순이익이 30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2596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도 2011년 당기순이익이 164억 원에서 지난해 506억 원을 기록해 순이익이 무려 208.2%나 늘어나는 등 두 항공사 모두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 2대를 비롯해 B777 2대, A330 1대 등 총 9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내년 성적도 기대되는 기업이다.

LG디스플레이(448위→58위)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16%나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991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285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조사에서 전년도 9위에서 448위로 고속 하강하면서 충격적인 결과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냈다. LG디스플레이가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톱 컴퓨터의 모니터·휴대전화·텔레비전·디지털카메라 등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해외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TFT-LCD 패널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27.3%, 2012년 28.4%, 2013년 1분기에 29.8% 등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6월 P98(파주의 8세대 공장)의 양산을 시작했다.

이 밖에 하이트진로(111위→72위), 한국지역난방공사(163위→80위), 영풍(107위→93위), CJ오쇼핑(106위→94위), 한국전력기술(102위→97위) 등이 10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70.01%, 112.64% 증가해 39계단 순위가 올랐는데 최근 회식 자리에서 맥주에 양주 대신 소주를 섞는 ‘소맥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소주의 판매세가 증가한 게 매출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에서 80위로 83단계나 수직 상승한 한국지역난방공사도 2011년 당기순이익이 157억 원에서 지난해 1531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 달성과 함께 올해 4월에는 시가총액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2013 KOREAN SUPER COMPANIES] 뜬 기업, 진 기업- 삼성SDI·KB금융지주 ‘눈에 띄네’
2011년 주식시장 신규 상장과 함께 100대 기업에 진입한 기업은 이마트(25위)·현대위아(34위)·GS리테일(53위)·롯데하이마트(82위)·한국항공우주산업(89위)이다. 이 가운데 기존보다 덩치를 줄이거나 키워 신규 진입한 기업이 눈길을 끈다. 대형 마트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이 37.3%로 업계 1위인 이마트는 2011년 기존의 신세계에서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후 100대 기업의 상위권에 처음 진입했고 가전제품 도소매 업계의 대표 주자로 2012년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일원이 된 롯데하이마트도 100대 기업에 랭크됐다.
[2013 KOREAN SUPER COMPANIES] 뜬 기업, 진 기업- 삼성SDI·KB금융지주 ‘눈에 띄네’
건설업·기계업 불황에 ‘휘청’

한편 100위 밖으로 사라진 13개를 살펴보면 지난해 부진했던 업종이나 기업들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건설업·기계업·철강금속·섬유의복 등은 국내외의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았다.

우선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지난해 29위였던 SK하이닉스가 무려 406계단이나 수직 하락한 것이다. 매출액은 34위, 시가총액도 11위로 상위권에 들었지만 49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435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유럽발 재정 위기 등 세계경제 불황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도 매출액은 25조5112억 원으로 10위를 기록했지만 858억 원에 달하는 적자로 지난해 47위에서 450위로 주저앉았다.

두산그룹 계열 회사 6개의 상장사 가운데 2곳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37위였던 두산중공업은 411계단이나 밀리면서 448위를, 두산인프라코어도 지난해 46위에서 올해 469위를 기록했다. 두산중공업은 시가총액(49위)과 매출액(42위)은 나쁘지 않았지만 2060억 원의 적자가 치명적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12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중국의 전반적인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굴삭기 등 건설기계 부문의 판매 저조가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39위→364위), LG유플러스(54위→444위), 태광산업(70위→496위), 현대산업개발 (74위→168위), 현대증권(83위→486위), 농심(86위→343위), (주)STX(89위→507위), LG패션(93위→103위), 대신증권(98위→127위) 등이 100위 권 밖으로 사라졌다. 이 중 STX는 지난해 조사에서는 114위에서 89위로 100위권에 진입했지만 올해는 5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