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

지난해 5월 법무법인 세종은 다른 대형 로펌들에 한 발 앞서 ‘경제 민주화 전담팀’을 발족했다. 경제 민주화 전담팀은 관련 이슈에 해박한 변호사는 물론 회계사·세무사들이 힘을 모은 조직이다. 또 해당 분야에서 많은 실무 경험을 쌓은 고문진까지 참여해 현재 20여 명이 넘는 규모의 인원이 각 기업들에 종합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전담 팀장을 맡고 있는 김현진 변호사를 만나 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 들었다.
[중소기업의 위기] “중소·중견기업 근간 흔들릴 수 있어”
경제 민주화 전담팀이 생긴 배경이 궁금합니다.

최근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기업 및 경제 단체의 자문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경제 민주화 정책은 상당히 다양한 분야가 연관돼 있습니다. 로펌의 업무 기준으로 보면 조세·공정거래·회사법·형사 등 거의 모든 분야가 경제 민주화 정책과 관련됩니다. 이에 따라 변호사 개개인이 아닌 로펌 전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졌습니다.

현재 경제 민주화 중 가장 핵심 이슈는 무엇입니까.

크게 조세와 공정거래 이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핵심은 조세 부문 중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증여세 이슈입니다. 제 전문 분야는 조세 중에서도 자본시장과 증여 및 상속세입니다. 경제 민주화 전담팀의 팀장을 제가 맡게 된 것만 봐도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가장 뜨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세종의 경제 민주화 전담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조세팀에서는 조춘·황인석 변호사, 정인화·김성준 회계사, 재경부 세제실 및 조세심판원 국장 출신인 노형철 세무사가 주축입니다. 공정거래팀에서는 서울고등법원 판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국장 등을 역임한 임영철 변호사와 공정거래 과장 출신인 박주영 변호사가 핵심입니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경쟁국장 출신인 안희원 고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및 금융감독원장 출신인 이근영 고문, 은행연합회 회장 및 신한금융지주 회장 대행 출신인 류시열 고문,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김영주 고문이 전문적으로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최근 영입한 인사들도 눈에 띕니다.

그렇습니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관련 전문가를 모셔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세청 조사국 출신인 임종현 전문위원, 세무사 하병만 전문위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본부 출신인 이규석 전문위원을 영입했습니다.

경제 민주화 정책은 일부 대기업의 편법적 이익 확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에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로펌에서 직접 나서 ‘전담팀’까지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경제 민주화 중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는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내부 거래 비중이 큰 중견·중소기업 경영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실 일부 대기업은 어느 정도 ‘원죄’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 역시 공감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내부의 법무팀 등을 통해 여러 법적 요소를 고려해 왔으며 이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은 경영 여건상 대부분 법무팀이 없습니다. 그래서 재무팀이나 기획팀에서 이 문제를 처리합니다. 즉 경제 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벌어질 이슈에 대응할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러나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단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증여세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위기] “중소·중견기업 근간 흔들릴 수 있어”
[중소기업의 위기] “중소·중견기업 근간 흔들릴 수 있어”
이를테면 어떤 것들인가요.

먼저 일감을 받는 수혜 법인뿐만 아니라 일감을 몰아준 법인 역시 공정거래법에 의해 과징금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지배 주주가 증여세를 납부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법인 전체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회사법상의 ‘회사의 기회 유용 금지 규정’, 형사법상의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종국에는 해당 기업의 ‘지배 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봅니다.

지배 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이유는 뭔가요.

현재 한국의 산업 및 경제 구조상 중소·중견기업의 창업 1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2세대 혹은 3세대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가업 승계가 진행되고 있죠.

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본 중소·중견 기업의 오너 중에 ‘돈’이 많은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해당 기업의 주식이 거의 자산의 전부란 뜻입니다. 즉 막상 후대에 기업을 물려주려고 하다 보니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낼 돈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찾으려고 했던 거죠.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일감 몰아주기였습니다만 이에 제동이 걸리며 해당 기업의 지배 구조가 흔들리게 된 겁니다. 실제로 만약 ‘철저하게 원칙대로’ 법을 적용한다면 지배 주주 및 해당 기업이 1년 치 영업이익 이상을 세금 및 과징금으로 내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증여세 과세’ 이슈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인가요.

일감 몰아주기의 관련 법제가 완비돼 발효된 것은 2012년 1월입니다. 이 때문에 2012 사업연도의 결과를 가지고 2013년, 즉 올해 7월까지 신고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고요. 아주 간단히 말해 ‘일단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작년에 발생한 증여분에 대한 세금만 올해 내면 되는 겁니다.

문제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따르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일반 세법은 과세 요건이 되는 것에만 세금을 매기는 ‘열거주의’를 택합니다. 그러나 상속세와 증여세는 ‘포괄주의’에 따라 비록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증여로 간주할 수 있는 모든 거래 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합니다. 즉 ‘실제로 돈을 받은 사람이 얼마를 받았는지’에 따라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2004년에 도입됐습니다. 만약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이를 적용하겠다면 2012년이 아니라 2004년부터의 모든 증여분에 대해 과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간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증여세 과세’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세청장이 지난 4월 17일 밝혔듯이 ‘과세 기술상의 이유’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너무 복잡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경제 민주화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면 이에 대한 적용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세정 당국으로서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또 하나의 축인 공정거래 관련 이슈는 어떤 게 있습니까.

현재 일감 몰아주기를 중심으로 내부 거래 및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입니다. 물론 법 개정과 별도로 내부 거래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더 강화될 것이 분명하고 그 제재 수준 역시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기업은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규정이 복잡해지고 고려할 점도 많아지면서 컨설팅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지배 구조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인과 기업이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씁쓸합니다. 이를테면 악의적인 컨설팅 회사가 끼어들어 ‘주식 발행’ 등을 빙자한 편법적인 방법으로 경제 민주화 이슈 등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마케팅하는 것이죠. 굉장히 조심해야 할 일이고 만약 자칫했다간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업인들은 반드시 믿을 만한 로펌이나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 회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