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몸값’이라고 할 수 있는 연봉 수준에 만족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있을까. 그 수준이 과연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것인지 회사를 이직한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연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

헤드헌터로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이직시의 몸값 인상률이 재직 중인 회사에서의 인상률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회사든지 기존의 회사 내규가 있어 직급별·근무기간별 인상 폭이 정해져 있으며 회사 실적에 따른 상한선 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입사 초기에는 비슷했던 연봉 수준이 시간이 흐를수록 각 기업 간 연봉 체계의 차이에 따라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이직을 고려해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기 분야의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재가 되는 것이다. 현 직장 내에서 주어진 업무에 만족하지 말고 신규 프로젝트나 시장 개척 등과 같은 업무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최신 트렌드를 먼저 읽고 실무를 해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노하우를 쌓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타사에서의 러브콜은 당연히 자기 차지가 될 것이고 연봉 협상의 주체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최근 기업의 트렌드는 멀티형 인재다. 기술 엔지니어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한 분야 연구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경력이 길어질수록 상급자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바라는 인재인 멀티형 인재가 돼야 한다. 영업이 가능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든지 다양한 기술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춘 관리형 인재를 예로 들 수 있다. 영업과 관리는 관리자가 되기 위한 기본 업무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간혹 일부 엔지니어들은 영업으로 이직 권고 시 난색을 표하는 이가 있다. 영업을 경력 개발의 기회로 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엔지니어가 향후 10년 후 관리자로 진급할 가능성이 있을까. 최근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과학 분야든 인문 분야든 크로스 오버를 연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인적으로 최근 생물학자가 진화론적 관점에서 세계경제를 풀어가는 흥미로운 강의를 듣은 적이 있는데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타 기업이 탐낼만한 인재가 되려면 전문성 외에 남다른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관리자가 되기 위해 MBA를 취득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국내외의 MBA 취득도 자신의 연봉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간혹 자신의 전문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단순 MBA 취득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이들을 종종 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직 시 이러한 MBA 취득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자칫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의 연장선에서만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해외 MBA만 마치면 유명 컨설팅 회사로의 이직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이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컨설팅 회사는 그 분야의 전문가 경력에 추가로 MBA를 원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된 단순 MBA 취득자는 리서처로밖에 시작할 수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MBA 취득을 위한 소요 기간에 따라 나이가 많아지기 때문에 채용되기가 쉽지 않다.

MBA 외에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 자격증 취득도 고려할 만하다. 기술력이 핵심이 되는 분야라면 전문 자격증이 연봉 상승을 도와주기도 한다. 건설·중공업·기계·화학 분야에서는 ‘기술사 자격증’ 소유자를 우대한다. 또한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국제 공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방법이 된다. 국제공인정보시스템감사사(CISA)·국제공인정보시스템보안전문가(CISSP) 등이 유망하며 최근에는 정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와 관련된 국제 공인 자격증 소유자를 선호한다.
[일등 회사 연봉 꼴찌 회사] 몸값 올리기 노하우, 멀티형 인재 ‘각광’…자격증도 유용
이처럼 준비가 된 당신이라면 이직을 고려해 볼만한 기업군을 나누어 살펴보자.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가졌다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대기업은 중소업체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 및 복리 후생을 제공한다. 그만큼 문턱 또한 높다.

취업 초년생이라면 처음부터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분야별 전문 기업으로의 취직을 권하고 싶다. 대기업은 직무가 세분화돼 있어 처음 시작 업무 분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에게 맞고 잘할 수 있는 직무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직무 전문성을 갖춘다면 그 어느 기업으로도 이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경력자라면 이직 시의 타이밍도 고려해볼 만하다.

흔히 대기업에서 경력자를 상시적으로 고용하기도 하지만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특별 채용에 나서기도 한다. 이때 공개 채용 형태보다 기밀 유지를 위해 필자와 같은 전문 헤드헌터에 의뢰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신의 이력서를 각 분야별 전문 헤드헌터와 공유하는 것도 자신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대기업에 재직 중이라면 외국계 회사나 중소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려할 만하다. 대기업 임원의 자리는 무척 소수로 제한적이다. 내부 승진으로 임원까지 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국계 회사나 중소기업으로의 이직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보직을 받을 수 있으며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연봉 인상뿐만 아니라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회사에서 새로 합류하는 직원에게 주는 1회성 인센티브)라든지 스톡 옵션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질 것이다.
6일 일산 국민은행연수원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집단 토론을 벌이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091106
6일 일산 국민은행연수원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집단 토론을 벌이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091106
“ 자신의 몸값을 숫자로 보이는 연봉으로만 제한할 게 아니라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혜택들을 포함해 폭넓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단계 낮추면 ‘업그레이드’ 가능

이직 시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이직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미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몸값을 부르면 이직에도 실패하고 연봉 협상에도 실패한다. 연봉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직장인들의 특징은 연봉 협상 시 자신이 속한 업종과 직급, 재직 기간 등 구체적인 부문에서 연봉 수준을 미리 파악해 둔다. 먼저 시장을 조사해 현재 자신의 연봉이 시장 평균보다 얼마나 높은지 혹은 얼마나 낮은지 파악하고 협상에 임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연봉 수준을 아는 게 쉽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전문가인 헤드헌터에게 문의하는 것도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숫자로 제시된 연봉에 너무 집착하면 되레 소탐대실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 간혹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로 신속히 이직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그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은 높을지 몰라도 자신의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거나 보고 배울 만한 상사가 없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몸값을 높일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녀 학자금 지원, 주택 자금 융자, 법인카드 사용 등의 복리 후생 제도가 부족해 일상생활 중에 개인 비용 지출이 크게 발생해 결국은 높은 연봉이 큰 의미가 없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자신의 몸값을 숫자로 보이는 연봉으로만 제한할 게 아니라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혜택들을 포함해 폭넓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연봉 인상만을 위한 무조건적인 이직을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자신에 대해 고찰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전체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그에 걸맞은 전문 분야를 설정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연봉 협상이라는 어려운 과정에 현명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몸값 상승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최미영 커리어케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