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위기 국면은 그 강도가 다소 완화됐으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안이 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일상화·장기화돼 가고 있다.


2012년은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에 혹독한 시련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발한 이후 5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좀처럼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블랙 스완(매우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해 가져오는 충격과 파급효과)’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신속하고도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펼친 결과 세계경제가 빠르게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이 세계경제 성장세를 견인하고 또한 새롭게 부상한 녹색 산업이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이러한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기 대응의 후유증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재정 위기에 빠졌으며 그 결과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수단이 크게 제한됐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선진국의 양호한 성장 없이는 신흥국의 빠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게 확인됐으며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도 부진에 빠져버렸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위기 국면은 그 강도가 다소 완화됐으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안이 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일상화·장기화돼 가고 있다. 다시 말해 블랙 스완이 그레이 스완(이미 알려져 있어 충격이 적지만 시장에 지속적으로 끼치는 악영향)으로 변화됐다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의 위기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한국 경제도 그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3년 1월 한국은행이 수정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2012년 한국 경제는 전년에 비해 2.0%의 저조한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3년에도 2.8%의 부진한 성장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3%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2008년과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3년 이후에도 세계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발발 이후 훼손된 세계경제 민간 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이 여전히 취약하지만 이를 보완해 줘야 할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수단이 소진된 상태다.
[경제 산책] 글로벌 경제 위기의 일상화
대내적으로도 한국 경제의 3대 성장 동력이 모두 약화되고 있다. 선진국 저성장 기조, 보호무역주의 확산, 원화 가치 상승 등에 따라 한국 경제 성장의 주동력인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보조 동력인 내수(소비와 투자)의 회복세도 가계 부채 문제, 주택 경기 부진, 더딘 수출 회복 등으로 미흡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장 부진 지속으로 세수가 부족한 데다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예비 동력인 정부의 경기 부양 여력도 한계가 있다.

결국 장기화·일상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를 타개할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만 얽매이지 말고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성장 잠재력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업은 저성장 장기화라는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응이 기업 생존의 핵심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