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늘리고 채권 줄이고…자산 다변화

주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을 관통하는 2013년 투자 전략은 한마디로 ‘위험 자산 확대, 안전 자산 축소’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된 채권 금리 하락으로 추가 채권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채권 투자 비중을 축소했다.

반면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투자자산 다변화를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대체 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원자재는 가격 부담 때문에 일부 기관투자가가 비중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주공무원퇴직연금)는 원자재 투자 비중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유는 원자재 가격 하락 우려 때문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물가 연동 채권 비중을 확대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2012년 3분기 후 채권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현금 흐름이 중요해짐에 따라 꾸준한 현금 유입이 가능한 인프라 자산과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캘퍼스가 최근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펀드가 기준으로 삼는 지수와 운용 성과 간 오차)의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컨설팅 비용을 축소하고 직접 운용 비중을 늘려 운용 관련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

네덜란드연금(ABP)은 주식 비중을 늘렸다. 반면 회사채 투자 비중은 3분기에 1% 포인트 축소됐다. 회사채 비중을 줄인 대신 안전한 국공채와 물가 연동 국채 비중은 확대됐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 비중은 꾸준히 확대됐다. 또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이 기대됨에 따라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의 투자 비중은 확대됐다. ABP는 위험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신흥국 자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허문찬기자  sweat@  20110427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허문찬기자 sweat@ 20110427
네덜란드연금,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크게 늘려

캐나다연금(CPPIB)은 신흥국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캐나다연금은 2012년 캐나다 주식 비중은 4% 정도 줄인 바면 신흥국 주식은 2% 정도 늘렸다. 실제로 캐나다연금은 한국의 사모 펀드인 MBK파트너스에 2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 시장 투자를 확대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유동성 비중을 전년 대비 3.4% 정도 늘린 것도 특징이다. 한편 캐나다연금의 운용상 특징은 2006년부터 투자 건별로 위험, 기회 요인을 파악해 투자하기 때문에 자산별 목표 투자 비중을 따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NPS)의 운용상 특징은 주식 자산 및 대체 자산의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은 2011년 말 355조 원에서 2012년 말 382조 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은 꾸준하게 주식 자산과 대체 투자 자산 등 위험 자산의 비중을 확대 중이다. 대체 투자 자산은 사모 펀드(PEF), 해외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 자산에 투자해 분산 효과를 높이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자국 채권 비중을 꾸준히 축소하는 한편 대체 자산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자국 채권 비중을 줄인 이유는 일본의 저금리 때문이다. 그 결과 자국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해외 채권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해외 주식 투자 비중도 꾸준히 늘려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은 11%, 해외 주식은 9%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일본공적연금의 투자 특징은 2012년 유동성 비중을 전체 자산의 3%에서 5%까지 확대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3월부터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침 변경을 검토 중이다. 이 펀드는 그동안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다.
[화제의 리포트] 2013년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투자 전략
스웨덴연금(AP1)은 2012년 투자 프로세스를 큰 폭으로 변경했다. 주식 자산의 내부 운용을 확대하고 투자 종목의 수를 줄여 ‘간소화’를 꾀했다. 부동산, 사모 펀드, 헤지 펀드 등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섹터에는 적극적으로 위탁 운용을 실시하는 한편 그 이외의 투자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한다는 것. 대체 투자도 늘리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 농산물 관련 투자를 처음으로 실시했고 아시아와 유럽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대체 투자를 확대했다.

하버드대학기금(HMC) 역시 직접 운용을 확대 중이다. 미국 주식,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의 비중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신흥국과 해외 주식에 투자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한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원자재 자산을 직접 운용하기 시작했다. 또 그동안 부동산 투자는 펀드 형태의 위탁 운용으로 이뤄졌지만 2012년부터 섹터별·지역별 포트폴리오 관리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운용을 병행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기금, 직접 운용 비중 확대

노르웨이연금(GPFG)는 작년 부동산 자산에 처음으로 투자했다. 노르웨이연금은 2012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지역 국채 자산을 매각해 채권 자산 비중을 41%에서 39.4%로 줄였다. 반면 한국·멕시코·러시아 등 신흥국 국채는 적극적으로 확대 중이다. 운용상의 특징은 2010년까지 노르웨이연금은 채권과 주식으로만 포트폴리오를 짰다는 점이다.

그러나 2011년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 부동산에 11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유럽의 물류 시설에 대한 투자도 결정했다. 현재 0.3%에 불과한 부동산 투자 비중을 장기적으로 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 다른 특징은 노르웨이연금은 위탁 운용보다 직접 운용의 비중이 타 기관투자가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싱가포르국부펀드(GIC)는 유동성을 크게 늘렸다. 2011년 말에 비해 2012년 말에는 유동성이 포트트폴리오상에서 8%나 늘어났다. 반면 선진국 주식이나 채권은 비중이 많이 줄었다. 채권 자산은 2011년 말 전체 자산 중 20%를 차지했지만 2012년 말에는 15%로 줄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주식 투자 확대를 예정하고 있으며 아시아 주식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화제의 리포트] 2013년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투자 전략
[화제의 리포트] 2013년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투자 전략
세계 자산 시장을 움직이는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운용상 특징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많이 오른 채권 자산, 그중에서도 선진국 채권과 회사채 비중을 줄인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렸고 유럽과 미국의 재정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주식 자산 비중 역시 높였다.

둘째, 유동성을 늘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아직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그리고 위기 이후의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예상되는 투자자산은 유럽의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이다.

셋째,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관투자가는 운용 스타일이 큰 폭으로 변화할 여지가 적다. 이 때문에 비용 절감을 통해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위탁 운용을 직접 운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넷째, 기관투자가의 장점을 살리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장점은 대규모 투자,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모 펀드나 대규모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산을 늘리고 있다. 즉 일반적 주식이나 펀드 등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장보다 경쟁이 적고 안정적인 투자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동양증권 김후정 애널리스트가 펴낸 ‘2013년 국내외 기관투자가 투자 트렌드’를 선정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유동성과 위험 자산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