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에서 일제히 새로운 정부를 맞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집권 2기 오바마 정부가 출범했고 3월에는 중국도 시진핑 시대가 열린다. 본격적인 ‘G2 체제’가 열리는 셈이다. 이웃 일본은 아베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했고 한국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해져 온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에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고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될 것으로 보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이런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세계경제와 국제통화 질서상의 변화를 감안한 관계 설정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해가 갈수록 중국의 부상이 빨라지고 있다. 마침내 지난해에는 미국을 제치고 무역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중국이 부상하면 할수록 한편으로는 우리가 속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해지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 속한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논의돼 온 아시아 지역의 협력 문제는 크게 보면 세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논의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진전돼 온 통화 스와프 체결, 공동 채권시장과 신용 평가 기관 설립, 단일 통화 도입 등의 금융 협력 방안이다. 이 밖에 민간 차원에서도 협력 방안이 추진돼 왔다.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의 협력 논의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중국의 개방화 진전과 고도성장에 따라 이 지역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이론적으로 중국처럼 배후 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이 개방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 국가가 가입하는 것보다 개방에 따른 경제적 효과(open effect)가 크게 나타난다.
<YONHAP PHOTO-0007> (121204) -- BEIJING, Dec. 4, 2012 (Xinhua) -- Xi Jinping (R), general secretary of the Communist Party of China (CPC) Central Committee and chairman of the CPC Central Military Commission (CMC), speaks at a congress marking the 30th anniversary of the Constitution's implementation in Beijing, capital of China, Dec. 4, 2012. (Xinhua/Ma Zhancheng) (lx)/2012-12-05 00:32:18/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21204) -- BEIJING, Dec. 4, 2012 (Xinhua) -- Xi Jinping (R), general secretary of the Communist Party of China (CPC) Central Committee and chairman of the CPC Central Military Commission (CMC), speaks at a congress marking the 30th anniversary of the Constitution's implementation in Beijing, capital of China, Dec. 4, 2012. (Xinhua/Ma Zhancheng) (lx)/2012-12-05 00:32:18/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치·경제적 세력 키우는 중국

국제금융 시장에서도 중국의 부상이 갈수록 눈에 띈다. 현재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대계 자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국제 기채(起債) 시장에서만큼은 화교계 자금이 제2선 자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선진 다국적기업들이 화교계 자금을 대부분을 조달하고 있어 실제 규모 이상으로 영향력이 높다는 점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을 재결합하는 작업은 궤도에 올랐다. 최소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간의 중화 경제권이 태동됐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화인 자본을 매개로 한 화교 경제권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 이외의 주변국에 대한 세 확장 작업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시아 주도권을 놓고 영토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 평가절상과 엔저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환율 분쟁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중국·미국·일본 등에서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경제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우리 경제 내에서도 중국의 높아진 위상이 감지된 지 오래됐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제일 수출 시장이자 최다 통상 마찰국이다. 기술 수준에서도 일부 첨단 기술 분야를 제외하고는 중국에 추월당한 상태다. 국내 기업 인수 과정에서 중국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앞으로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예측 기관들은 202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으로 굴기(屈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이나 2030년이 되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슈퍼 파워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정부의‘균형감’ 점점 중요해져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 간의 마찰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예상됐던 대로 중국의 팍스 시니카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현재 미국은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약 25%를 중국이 제공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최대 현안인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가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대외 경제정책의 초점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맞춰가겠다고 밝힌 정책(pivot to asia)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일본과의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어떤가. 어떻게 보면 우리는 미국과 일본, 중국 간의 샌드위치 국면에 놓여 있다. 오히려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제3국 시장이 중국에 의해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고 이미 많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1990년대 초 일본과 마찬가지로 산업 공동화 문제가 심각한 경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G2 체제’ 출범 이후의 한국 경제, ‘동반자 관계’ 형성해 경제 안정 꾀해야
보통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상이 크게 달라진다. 만약 표면화되기 시작한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 구조 속에서 이들 3개국에 대한 수출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가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오히려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새롭게 추진할 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과제다. 현재 미국과 우리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통상 현안이 적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추진할 때 국제무역상의 상호주의 원칙을 자주 활용해 온 점을 감안하면 최종 목표인 중국의 우회 기지로 우리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현안 가운데 원화 절상 압력이 가장 우려된다. 과거와 달리 우리의 수출 구조가 많이 변했지만 추세적으로 원화 절상이 예상되는 만큼 수출 상품의 고부가·고기술화에 박차를 가하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대외 정책에서도 앞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변하는 점을 미리 간파해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진핑 시대를 맞아 중국이 추진할 정책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주변국에 대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시점에서 무역 불균형이 심하고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수출 경합 관계가 높은 우리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당한 수입 규제 중에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 우리가 종전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경제협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한일 간에 놓여 있는 통상 현안과 그동안 논의해 온 FTA 체결 등의 협력 과제도 양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중국에 대항하기보다 한국·일본·중국·미국이 동반자적인 관계에서 아시아 협력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런 관계 설정이 구체화되고 있는 유럽 경제권과 미주 경제권, 동아시아 경제권 간의 3대 광역 경제권 체제에 적응하면서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 간의 아시아 주도권 싸움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