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는 여전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투자 심리다. 대외적으로는 유럽·미국 등의 재정 위기가, 내부에서는 저성장·저금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을 짓눌러 왔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이끌던 쌍두마차인 아파트 분양 시장과 재개발·재건축 시장이다.
강남역 사거리 인근 오피스텔
강남역 사거리 인근 오피스텔
본격적인 상승 모멘텀은 약해

올 들어 부동산 시장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듯하다. 우선 유럽·미국·중국 등 대외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유럽은 재정 위기에 내성이 생기고 있고 미국은 오바마 2기 출범과 함께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도 우려와 달리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일본은 경제 부흥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지은용 R파트너스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맞물려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그 매력이 부각될 것이고 주거용 부동산 투자도 강남 등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그러나 개발이 제한적인 토지 시장은 신도시 개발이나 공장·창고 등 수요가 여전히 많지 않아 상당 기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 매매 시장은 침체가 다소 풀릴 전망이다. 상반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신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유럽의 재정 위기, 미국의 재정 절벽 불안 요소가 해소되면서 위축된 매수 심리가 조금이나마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시장은 서울시의 뉴타운 실태 조사가 마무리되고 소형 주택 30% 비율 적용이 확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방에서는 혁신도시 이전과 입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나타난 현상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지역별 양극화와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인근 지역의 가치 상승으로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고 인구 증가에 따른 지역 내 경제 활동과 전월세 시장의 활력이 기대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2013년 부동산 시장은 상저하고의 국내 경제 상황과 고점 대비 최대 30% 이상 하락한 주택 가격 등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에 대한 부담과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 위축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돼 본격적인 상승보다 주택 거래 회복을 위한 기초 체력을 쌓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은 매입 가격 부담이 적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임차 수요 증가로 투자 상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시장 환경이 호전되면서 정부의 정책 지원도 뒤따라 현재 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증가와 청약 시장에서의 호조 이면에는 특정 면적대의 공급 쏠림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다.

2011~2013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 중 전용면적 33㎡ 미만이 전국적으로 68.4%, 서울에서는 88.5%를 차지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7~2013년 전체 입주 물량 중 90% 이상이 전용면적 33㎡ 미만으로 원룸형의 초소형에 공급이 쏠려 있다.

원룸·초소형 규모로 집중돼 있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2인 이상 가구 단위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인 가구만을 수요층으로 잡고 있어 오히려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1인 가구의 주거비 지불 능력과 적정 임대 수익 확보를 위한 임대료와의 괴리로 실제 1인 가구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YONHAP PHOTO-0644> 정부세종청사 설경

    (세종=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6일 새벽에 내린 눈이 쌓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주변이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하고 있다.  2013.2.6

    jobo@yna.co.kr/2013-02-06 09:43:16/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세종청사 설경 (세종=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6일 새벽에 내린 눈이 쌓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주변이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하고 있다. 2013.2.6 jobo@yna.co.kr/2013-02-06 09:43:16/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상가 가치 가늠하는 세 가지 포인트

오피스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2012년 4%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신규 임차인 유치에 성공하며 공실 면적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별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외국계 금융 기업들이 점차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고 사무 직군 수도 감소하는 등 외부 경제 변수는 불안정하다. 또한 2013년 이후 대형 오피스들이 대거 공급 될 예정이어서 공실률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 시장은 2012년 1분기 19건, 2분기 11건, 3분기 12건 등 거래 건수는 감소했지만 거래 규모는 커졌다. 최근 부동산 펀드(REF)를 중심으로 대형 오피스 거래가 이뤄졌고 이는 곧 거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권역별 거래 가격은 중부권과 강남권이 3.3㎡당 1600만 원 선, 여의도권이 1300만 원 선을 기록했다

주거용 부동산과 함께 위축된 상가 시장은 올해에도 침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몇 가지 요건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신규 역세권 개통이다. 지난해 12월 분당선 수원 구간(망포~기흥)이 개통됐고 2013년 말에는 망포~수원 구간이 개통된다. 그러면 수원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40분 만에 접근할 수 있어 수원도 본격적으로 서울 생활권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인근 역세권 상권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경의선 공덕~DMC 구간과 경춘선 별내역이 개통되는 등 역세권 후광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다수 나올 수 있다.

둘째, 베이비부머 수요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2013년 4년 차를 맞게 된다. 매년 평균 12만 명의 신규 은퇴자들이 약 10년에 걸쳐 생겨나는 만큼 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창업 시장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 신규 임차 세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신규 택지지구 근린 상가의 입주다. 지난해 공급된 광교와 세종시, 강남보금자리 등 유망 신규 택지지구의 상가들이 2013년 혹은 2014년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 상가들은 든든한 배후 수요를 바탕으로 높은 청약 열기를 보였는데,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판교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높은 임차 조건을 설정하게 됐고 결국 공실 등으로 아직까지도 상권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신규 택지지구의 상권 형성에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 시장은 개발 자체의 한계로 국지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가장 높은 지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세종시다. 세종시는 정부 청사 이전이 본격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배후 도시인 강릉 등의 상승세에 힘입어 강원도가 그다음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산과 경남도 강서신도시 개발 완료, 화명대교 개통, 김해테크노밸리 등의 개발 사업에 힘입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 팀장은 “지난해 말 지가 상승률과 거래량이 일부 상승했지만 이와 같은 추세가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와 달리 박근혜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보다 서민 주거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임 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혁신도시 조성 등과 평택~시흥 고속도로(2013년 개통 예정), 아산~천안 고속도로(2013년 하반기 착공 예정) 등 교통 기반 시설 확충 계획 등 개발 호재가 뚜렷한 지역은 거래도 살고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별다른 상승 재료가 없는 지역은 지난해와 같은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