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최근 차세대 크롬북이 화제가 됐습니다. 누군가 유튜브에 ‘차세대 크롬북 콘셉트’라며 동영상을 올렸는데 진위를 떠나 주목을 받았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차세대 크롬북에는 터치스크린이 적용돼 손가락으로 화면을 만져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는 기존 제품보다 좋습니다. 그동안 크롬북에 대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컴퓨터의 콘셉트를 바꾸는 제품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롬북은 전면 클라우드 방식의 노트북으로 구글이 개발했습니다. 삼성전자· 에이서·레노버가 11인치 크롬북을 만들어 팔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1위 PC 메이커인 HP가 14인치 크로북을 내놨습니다. 특징은 ‘클라우드 노트북’이라서 컴퓨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물론 이 노트북으로 만든 문서 등 각종 콘텐츠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구글은 2011년 6월 삼성·에이서와 함께 크롬북 1세대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이후에 삼성은 2세대(시리즈5), 3세대(시리즈3) 크롬북도 내놓았죠. 삼성·에이서에 이어 레노버와 HP까지 가세함에 따라 ‘크롬북 진영’이 탄탄해졌습니다. PC 시장의 다크호스 삼성과 세계 1, 2, 4위 메이커가 이끌고 있습니다. 판매량은 많지 않습니다. 수천 개의 학교에서 크롬북을 채택했다는 것을 성과로 내세우는 정도입니다.
구글 크롬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강 클라우드 생태계 가시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롬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만 꼽겠습니다. 첫째는 컴퓨터를 OS나 브라우저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그룹웨어를 발주할 때 ‘멀티 OS와 멀티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게 기본입니다. 한두 해 지나면 OS나 브라우저를 따지지 않고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클라우드 방식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클라우드 노트북’이 뜰 것이란 점입니다.

구글의 각종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입니다. 무료 오피스 서비스인 구글닥스 또는 구글드라이브가 대표적입니다. 구글닥스로 작성한 문서는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접속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도 쓸 수 있게 기능이 개선됐죠.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구글플러스 ‘인스턴트 업로드’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바로 올려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촬영한 영상을 노트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자동으로 구글 서버에 저장됩니다. 휴대전화에는 사진을 자동으로 업로드했다는 알림 문자가 뜨고 구글플러스에 접속하면 사진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이런 식의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익숙해지다 보면 크롬북과 같은 클라우드 방식의 노트북이 뜰 가능성이 큽니다. 크롬북은 컴퓨팅에 필요한 각종 프로그램이 클라우드에 저장되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값이 저렴합니다. 삼성 시리즈5 크롬북은 60만9000원입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기 때문에 분실해도 데이터 분실 우려도 없습니다.

크롬북은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는 물론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물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각종 기기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쓰기 편하게 해 줘야 합니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팔고 있지만 클라우드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현재로서는 당면 과제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는 편한 쪽을 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