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힘겨운 싸움 끝에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나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멀다. 당장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 중국 경제의 성장 한계 등을 극복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나라 안으로는 세대 간 갈등, 실업, 고령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성장과 경제 민주화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저성장 구조에 접어든 경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수차례에 걸쳐 경제 민주화와 성장 정책은 선후를 따질 수 없고 서로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당선인은 한 강연에서 “경제 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운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양극화 해소다.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당선인의 선결 과제로 “우리 사회에 극명하게 드러난 양극화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YONHAP PHOTO-0617> 새누리, 총선 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새누리당 당사 강당에서 열린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의 총선 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에서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 이주영 대선기획단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공약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청년희망, 비정규직희망, 사회적기업 활성화, 노후안정, 주거안정지원, 아이행복지큼 등 14개 주제에 해당하는 총 52건의 `국민행복 법안' 추진을 공약했다. 2012.9.5
    jieunlee@yna.co.kr/2012-09-05 11:38:38/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새누리, 총선 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새누리당 당사 강당에서 열린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의 총선 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에서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 이주영 대선기획단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공약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청년희망, 비정규직희망, 사회적기업 활성화, 노후안정, 주거안정지원, 아이행복지큼 등 14개 주제에 해당하는 총 52건의 `국민행복 법안' 추진을 공약했다. 2012.9.5 jieunlee@yna.co.kr/2012-09-05 11:38:38/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 당선인 측은 이명박 정부가 양극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소득 양극화가 생겼고 그 결과 ‘재벌 대 가난한 국민’, ‘1% 대 99%’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고 본다.

이 같은 인식 하에 박 당선인은 대기업·수출·제조업 지원을 위해 투자했던 재원의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내수·서비스업 지원으로 돌릴 방침이다. 경제를 떠받치는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서 성장 잠재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사회의 골격을 튼실히 한다는 점에서 재임 내내 주력할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5년 안에 고용률을 유럽연합(EU) 목표와 동일한 수준인 70%까지 높이고 이를 통해 중산층을 7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률은 재원 마련과도 직결돼 있다. 고용률은 15~64세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재원도 확충된다. EU 수준으로 고용률을 높이려면 청년층·여성층·빈곤층의 고용 확대가 필수다.



단기적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표적인 공약이 ‘일자리 늘·지·오’다.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는 것이다. 우선 대기업·공공 부문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400시간 이상 단축하는 한편 임금 피크제와 연계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방침이다. 공공 부문의 채용을 확대해 청년층의 고용률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청년 창업과 해외 취업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공공 부문 정규직 채용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맞닿아 있다. 공공 부문부터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해 2015년까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대기업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 형태를 공시하도록 고용정책 기본법을 개정한다.

정리 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도 약속했다. 저소득 비정규직 근로자 200만 명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국민연금 등을 100% 지원해 ‘근로 빈곤층’을 대대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3%대 중반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 경제론은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균형적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게 주요 구상이다.

복지 정책의 기본 개념은 ‘선별적 복지’다. 의료 분야에서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지원을 2016년까지 국가가 100% 부담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제는 소득수준에 따라 5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50만 원 단위로 세분화해 상한 금액을 설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행 보험료 경감 방식을 유지하되 임의계속가입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보육 정책은 0~5세에 대한 양육 수당을 월 10만~20만 원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셋째 아이부터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민영주택 다자녀 특별 공급 확대 등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도 눈길을 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민주화가 ‘근혜노믹스’의 근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민주화는 3대 원칙, 5대 분야, 35개 실천 과제로 정리된다. 박 당선인은 3대 원칙으로 경제적 약자에 도움이 되는 경제 민주화, 국민경제 부작용의 최소화와 효과의 극대화,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잡기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출자총액제한 제도(출총제) 부활과 순환 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이다. 박 당선인은 이 중 ‘순환 출자 제한과 출자총액제도 부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출총제는 대기업 집단이 자산의 일정 범위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2009년 폐지됐다. 박 당선인은 논란이 된 출총제 재도입은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다.
[박근혜 시대 개막] ‘근혜노믹스’ 입체 분석, 양극화 해소·경제 민주화가 ‘두 기둥’
여전히 불씨 남은 순환 출자 해소

순환 출자는 계열사 간 순환적으로 출자하는 것으로, 많은 대기업이 순환 출자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재계는 현재 지배 구조를 해소하려면 수조 원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며 외국의 투기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반발해 왔다. 순환 출자는 오너의 경영권 승계와도 직결돼 있어 재계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박 당선인은 추가 순환 출자는 금지하지만 기존 순환 출자는 인정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박 후보의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기존 순환 출자 해소 문제에 대해 “인수위원회를 발족하고 국정 전반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 경제 민주화도 빠질 수 없는 사안으로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자연적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순환 출자 해소에 대한 기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재계의 또 다른 관심사였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금산분리 강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보다 축소하고 금융 계열사가 행사할 수 있는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한도도 현행 15%에서 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공약을 내걸면서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재벌 개혁’이 아니라 ‘공정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공정거래 분야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및 집단소송제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집중투표제 및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공약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