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6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사상 첫 연임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실업률(43개월 연속 실업률 8% 이상), 4년 임기 동안 기름값 2배 상승, 팍팍해진 중산층의 살림살이 등 그동안의 경제 성적표를 놓고 보면 재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막판까지 승리를 자신했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자 결과는 오바마의 ‘낙승’이었다.

이유는 뭘까. 자동차 등 공업도시가 밀집한 중서부 지역의 오하이오·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주, 히스패닉이 상대적으로 많이 살고 있는 콜로라도·네바다·플로리다 주 등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 즉 경합주에서 오바마가 대부분 이겼기 때문이다.

중서부 공업벨트 지역은 자동차 회사와 부품 회사들이 몰려 있다. 2009년 파산 직전에 몰렸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오바마 행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회생했다. 이들 지역의 블루칼라들이 오바마에게 표를 대거 던졌다.
<YONHAP PHOTO-0725> CHICAGO, IL - NOVEMBER 06: Supporters of U.S. President Barack Obama cheer during the Obama Election Night watch party at McCormick Place November 6, 2012 in Chicago, Illinois. Obama is going for reelection against Republican candidate, former Massachusetts Governor Mitt Romne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2-11-07 11:56:25/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HICAGO, IL - NOVEMBER 06: Supporters of U.S. President Barack Obama cheer during the Obama Election Night watch party at McCormick Place November 6, 2012 in Chicago, Illinois. Obama is going for reelection against Republican candidate, former Massachusetts Governor Mitt Romne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2-11-07 11:56:25/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히스패닉 미국 유권자 10% 차지

오바마 승리의 또 다른 배경은 히스패닉의 ‘몰표’였다. 히스패닉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계 소수 인종으로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을 일컫는다. 라틴아메리카 출신이어서 ‘라티노’라고도 부른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히스패닉은 미국 전체 인구 3억870만 명 중 16.3%인 5040만 명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오바마에게 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히스패닉 표를 많이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롬니는 이번 대선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백인 지지율(59%)을 얻었다.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백인 득표율 55%보다 높았다. 전체 유권자 중 72%를 차지하는 백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반면 오바마의 백인 득표율은 2008년 43%에서 39%로 떨어졌다. 흑인 득표율도 93%로 2008년(95%)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승부는 히스패닉 표심에서 갈렸다. 히스패닉 유권자 중 71%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다. 2008년 67%보다 훨씬 높아졌다. 공화당에 대한 히스패닉의 지지율은 2008년 31%에서 27%로 떨어졌다. ‘히스패닉이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바마는 지난 6월 일정 요건을 갖춘 30세 이하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조치를 중단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었다. 선거 막바지 국면에서는 이민법 개혁 공약 등을 내놓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달랬으며 이것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히스패닉의 부상으로 미국 정치 지형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미국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히스패닉 비율은 2008년 9%에서 올해 10%로 높아졌다. 히스패닉의 높은 출산율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흑인 유권자(13%)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백인 유권자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92년 87%에 달했지만 올해는 72%로 줄었다. 아시아계 유권자 비율은 4년 전 2%에서 올해 3%로 높아졌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 관계자는 “비(非)백인표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며 “4년마다 유권자 구성은 조금씩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 지형을 바꿀 만한 매우 강력한 인구 변화”라고 덧붙였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