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성공 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인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미래에셋을 떠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0월 31일 구 부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11월 1일 밝혔다.

미래에셋 창립 멤버인 구 부회장은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과 함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다. 구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구 부회장은 1997년 당시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으로 일하던 중 박현주 당시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을 만나 미래에셋의 모태가 된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200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2010년부터 미래에셋그룹 부회장을 겸임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 펀드인 ‘인디펜던스펀드’와 환매 수수료가 없는 선취형 뮤추얼 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선보였다. 또 ‘인사이트펀드’로 자금몰이를 하는 등 미래에셋 성장의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창업 공신’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박 회장이 한때 “한국에서 운용을 가장 잘하는 천재”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구 부회장은 사퇴하면서 “1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이제는 쉬고 싶다”고 밝혔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한두 해 전 구 부회장이 사퇴하길 원했지만 박 회장이 ‘함께 더 일하자’며 말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경영 실적 악화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운용 업계 ‘리더’ 지위를 사실상 상실한 데 대해 구 부회장이 책임을 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7년 선보인 ‘인사이트’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 브랜드 파워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펀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총 12조1204억 원으로 올 들어서만 2조2131억 원(15.44%)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오너와 창업 공신 간의 ‘갈등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온화한 성품의 구 부회장의 캐릭터를 따져볼 때 박 회장과의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대부분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보다 창업 이후 탄탄대로를 달려오던 미래에셋이 새 도약을 위한 본격적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구재상 부회장 떠난 미래에셋 , 창업 공신과의 이별…‘세대교체’ 본격화
부회장, 5인에서 2인으로

그룹의 주력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합병을 거치며 구조조정 및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12월 박 회장은 국내 영업 등의 권한을 부회장에게 이양하고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에 선임해 투톱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또 윤진홍 부회장(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부회장)도 이날 사임하기로 해 올해 말 퇴임이 예정된 강창희 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을 포함해 부회장 3명이 떠난다. 부회장 세 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5명이던 미래에셋 부회장단은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2명으로 줄게 됐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강력한 ‘친정 체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그간 ‘분권화’된 조직 구조를 세대교체와 동시에 ‘중앙집권화’해 강화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손동식 주식운용부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정상기 부회장과 장부연 경영관리부문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과거 모습을 볼 때 구 부회장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와 서재형 대표가 미래에셋을 떠나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박 회장이 자본출자 등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표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