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을 맞아 기업 경영과 투자 환경은 ‘글로벌 스탠더드’ 시대가 지고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 경제 포럼(WEF)에서는 올해에 이어 경제 주체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점이다.

내년 이후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중 하나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기존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버넌스를 주도해 왔던 미국·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위기가 발생했고 4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 노멀 시대를 맞아 가장 먼저 던지는 화두는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 체제’가 언제 종식될 것인지다. 하나는 ‘미국의 국민총생산(GDP)이 언제 중국에 추월당할 것인가’와 다른 하나는 ‘영어가 언제까지 세계 공용어(lingua franca)의 위상을 누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종언’이 일어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그 답은 여전히 이르면 2010년대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이후 향후 10년간 매년 중국은 7.75%, 미국은 2.5% 성장하고 위안화가 3%씩 평가절상된다면 2019년에는 중국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영어의 위력도 핵심 사용 계층인 백인이 3억 명에서 정체 상태고 컴퓨터의 발달로 통역 기술이 크게 향상돼 조만간 시들 것으로 예상된다.

‘뉴 노멀’ 시대에 가장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은 산업 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후발 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미 많은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새로운 스탠더드로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기존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위기가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FILE - In a June 8, 2012 file photo, President Barack Obama talks about the economy, in the briefing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President Barack Obama and Republican rival Mitt Romney can speak with authority when they complain about their words being taken out of context. They've not only been victims of the tactic, but they’ve also used it to great effect.  (AP Photo/Carolyn Kaster, File)
FILE - In a June 8, 2012 file photo, President Barack Obama talks about the economy, in the briefing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President Barack Obama and Republican rival Mitt Romney can speak with authority when they complain about their words being taken out of context. They've not only been victims of the tactic, but they’ve also used it to great effect. (AP Photo/Carolyn Kaster, File)
윤리 경영 강화해야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금융 위기가 미래에 가져올 파급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위기를 반영한 미래 지수와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미래 지수를 각각 도출해 비교하고 있다. 미래 지수(SOFI)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주요 변수의 영향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 후의 발전 정도를 예측하는 지수를 말한다.

각각의 분석된 미래 지수를 토대로 선진국들은 모든 분야의 변화를 이끌 요인들을 찾아내 속속 발표하고 있다.

내년 경영과 투자 계획 수립 때 기업과 금융사들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금융 위기 외에도 다각적인 중·장기 위협 요인에 직면해 있는 만큼 단편적인 위기 대응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개별 기업과 금융사 차원에서도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확대와 질적 성장 추구 등을 위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뉴 노멀’ 시대의 생존 전략 ‘격변의 시대, ABCD 투자로 돌아가자’
첫째, 각국들은 위기 이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그린 성장’을 추진해 경제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기업과 금융사들도 이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또 윤리 경영에 대한 관심을 확산하고 기부 등 사회적인 활동을 강화하며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 등을 강화해 나가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둘째, 미래의 잠재적 위협 요인에 대응하고 기회 요인을 발굴하는 등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미래 예측 역량과 대비 능력도 기업과 금융사 차원에서 확보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시각에 입각한 경영 방침이 결정될 수 있도록 미래 예측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 연구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글로벌 경제는 자원 부족에 따른 희소성의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놓아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기업과 금융사 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관심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급부상 중인 녹색 산업 기술 등 미래 유망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R&D의 질적 성과 제고에도 노력해 나가야 한다.

넷째, 경영 트렌드에도 변화가 많이 예상되는 만큼 대비책을 강구해 놓을 필요가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사들은 ▷시장 지배력을 겨냥한 선제적 공격 경영(Preemptive Strike) ▷떠오르는 신보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토착화 전략(Naturalization) ▷신수종 사업 개발(Total New Biz) ▷외부 자원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전략적 인수·합병(M&A) ▷고객 감동을 주는 주력 제품의 서비스화(Giving Customer Service) ▷모바일 융합을 통한 신사업 모델 개발(Mobile Convergence) ▷저탄소 제품 개발과 친환경 서비스 제공(Green Benefit)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반영해야 한다.

다섯째, 종전의 이론과 경험으로 설명할 수 없는 ‘뉴 노멀’ 시대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과 투자 계획 수립 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새롭게 제시되는 수많은 전략 가운데 ‘격변의 시대, ABCD로 돌아가자’라는 주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BCD 주문에서 A는 ‘아시아 투자(Investment in Asia)’로, 금융 위기 이후 차세대 세계경제 중심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로 경영과 투자 축을 이동하고 B는 ‘블루칩 투자(Bluechip Investment)’로, 핵심 국가와 주도 업종에 주력하며 C는 ‘경기 순환적 투자(Cyclical Investment)’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투자하고 D는 ‘투자 다변화(Diversification of Investment)’로, 경영과 투자 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