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현 한국경영교육인증원장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영대의 위상과 중요성에 부합하는 경영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종종 ‘교육이 홀대받는다’는 표현을 썼다.
대학의 교수 평가 및 인센티브의 기준이 연구 업적에 집중되면서 교육 평가가 상대적으로 순위에서 밀렸다는 설명이었다.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의 ‘경영학 교육 인증’은 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간접적 지표로, 교육 평가를 제도화하는 장치로 활용되는데 의미가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약력 : 1947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뉴욕주립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시간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연세대 경영대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현). 자유기업원 이사장(현). 한국경영교육인증원 원장(현).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 출범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당초 구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제가 취임하고 나서 5년이 지났습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올해까지 30개 대학이 인증을 받으면서 하나의 분기점을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국 4년제 경영학과 보유 대학은 150개인데, 이 중 우리 회원 대학은 84개, 인증을 받은 대학은 30개입니다. 인증 받은 대학이 교육 환경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영교육인증원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처음 인증을 도입했을 때와 비교해 경영 교육 현장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대학 환경 자체로는 연구 업적주의가 심화됐습니다. 경영대학 중심으로 본다면 인문사회계열에서 경영대학이 대표 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어요.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도입된 인증제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인증을 위해 교수들이 모여 교육 목표와 인재상, 커리큘럼 등을 논의하고 정립함으로써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커졌습니다.
또한 관광·체육·산업 경영 등 대학 내 난립하는 경영 관련 학과의 구조조정을 통해 학과를 통폐합함으로써 효율적인 학과 운영이 가능해지죠. 인증 과정에서 학생 대비 교수 수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교수 채용도 증가합니다.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이런 효과에 대해서는 인증 받은 학교에서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요구되는 경영 교육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영학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리적인 측면에 대한 경영 교육이 소홀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죠. 또한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각 대학 목표 또한 이와 부합된다고 봅니다. 보편적으로 기업의 인재상으로 ▷업무 수행 능력 ▷윤리(Integrity) ▷리더십 ▷열정 ▷글로벌 역량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에 걸맞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겠죠.
앞으로 인증제가 달라진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지금까지는 학부 인증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경영대학 내 프로그램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어요. 연세대를 예로 들면 학부뿐만 아니라 MBA(주간·야간·글로벌·Executive), 대학원 석·박사와 같은 학위 과정과 그 외 비학위 과정들이 운영되고 있죠.
따라서 우리도 인증 범위를 확대해 올해 10월에 ‘통합 인증’을 위한 기준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우선적으로 일반 대학원 석·박사과정까지 평가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인증받은 30개 대학도 인증 만료 기간인 5년이 지나면 새로 인증을 받을 때 통합 인증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 밖에 지금까지는 평가에서 양적 기준을 중시했다면 이제부터는 질적 평가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증원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요.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인증 업무죠. 인증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인증 과정을 통해 학교와 교육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인증 이후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인증에서 끝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 업무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에 인증 받은 대학을 중심으로 경영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경영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별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등 대학이 계속해서 교육의 질을 향상하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주변에서 인증원에 요구하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요.
요구 사항도 많지만 무관심도 큰 것 같습니다. 교수의 업적 평가가 지나치게 연구에 편중되면서 교육 평가는 미비한 실정입니다. 대학 평가 자체가 연구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연구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교육이 홀대받고 있습니다.
대학 평가 시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요. 경영대학장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교육이 중요하다고 다들 공감하더군요. 이를 제도화하는 장치가 시급합니다. 그 역할을 인증원이 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교육이 우선돼야 하는데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 사회의 해결 과제 중 하나가 청년 실업인데, 그 원인 중에 대학 교육 시스템과 산업 수요의 불일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계에서는 대학교·고등학교 졸업생이 골고루 필요한데, 현실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80%가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 졸업생은 눈높이를 높이다 보니 불일치가 일어나죠.
단순히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가진 인재로 성장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양질의 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현재 경영 교육은 전문 교양 과목과 같은 성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공이 아니라도 부전공·복수전공 수강생이 많고 공대에서도 경영 과목을 개설한 학교가 많죠. 그만큼 경영을 접하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거의 전 대학생이 누리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인증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활발한 인증은 미국의 AACSB(Association to Advance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입니다. 1920년대에 생겼죠. 세계적으로 1500여 개 대학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인증 받은 대학도 약 500~600개에 달합니다.
유럽의 EFMD(European Founda tion for Manageme nt Development)의 EQUIS 인증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인증과 우리는 경쟁 및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인증의 실질적 효과는 학교 간 결연·교류를 맺을 때 잘 나타납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절차가 복잡하죠. 무엇보다 전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우리나라 대학 환경에 맞게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이를 보완하는 지원과 서비스를 하며 차별화할 계획입니다.
인증원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이신지요.
학생과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질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교 강단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등을 통해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 대학과 교수들은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런 점에서 인증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국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적·물적 자원도 더욱 필요하죠.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 인증을 ‘인정’받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부로부터 허가권을 받으면 경영 교육의 많은 부분이 인증원에 위임될 것입니다. 또한 각 학교별 경영혁신센터 사업, 통합 인증 출범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담 김상헌 편집장│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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