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의 사나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이번 대선에 앞서 지금까지 모금한 선거 자금이 1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9월 오바마 캠프의 모금액은 1억8100만 달러로 전달의 1억1400만 달러보다 58.8% 늘어났다.

이로써 오바마 재선 캠프의 총모금액은 9억4700만 달러로, 10월 중 10억 달러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모금액이 10억 달러를 넘는다면 역대 미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모은 후보가 된다.

오바마의 선거 자금 모금은 ‘풀뿌리 선거운동’이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9월 중 182만5813명이 오바마 캠프 측에 선거 자금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56만7000명이 첫 기부자였다. 전체의 98%가 25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다. 기자의 e메일에도 수시로 기부 요청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의 9월 모금액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8월 기준으로 보면 롬니는 총 6억3000만 달러를 모금해 7억4200만 달러를 모은 오바마에게 뒤졌었다. 월가의 지지를 받는 롬니는 지난 5~7월 3개월간 오바마보다 더 많은 선거 자금을 모았지만 지난 8월부터 역전당한 것이다.
<YONHAP PHOTO-0159> This combination of file pictures shows US President Barack Obama (L) speaking during a campaign event at Prime Osborn Convention Center July 19, 2012 in Jacksonville, Florida, and US Republican presidential hopeful Mitt Romney (R) addressing the Family Research Council's Values Voter Summit in Washington on October 8, 2011. AFP PHOTO/Mandel NGAN /Nicholas KAMM../2012-10-03 05:58: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This combination of file pictures shows US President Barack Obama (L) speaking during a campaign event at Prime Osborn Convention Center July 19, 2012 in Jacksonville, Florida, and US Republican presidential hopeful Mitt Romney (R) addressing the Family Research Council's Values Voter Summit in Washington on October 8, 2011. AFP PHOTO/Mandel NGAN /Nicholas KAMM../2012-10-03 05:58: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오바마 대통령 모금액 10억 달러 육박

천문학적인 선거 자금은 과연 어디에 쓰일까. 캠프를 운영하는데 따른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유세비용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돈이 TV 광고에 들어간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 후보가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세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TV 광고가 자신의 홍보와 상대 후보 공격에 없어선 안 되는 수단이다. 게다가 50개 주마다 관심사·인종·라이프스타일 등이 달라 각각 다른 광고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돈 수요는 급증한다.

선거 감시 조직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은 캠프 모금액 7억5000만 달러 가운데 57%를 미디어 부문에 사용했는데, 이 중 88%가 방송 광고 관련 지출이었다. 오바마 캠프와 롬니 캠프가 ‘푼돈’까지 긁어모으며 선거 자금 모금에 죽기 살기로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대선이 ‘머니게임’ 양상을 보이는 것은 한국과 달리 선거비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부터 기부금까지 사실상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인 ‘정치위원회(PAC·Political Action Committee)’와 별도로 2010년부터 ‘슈퍼 팩(Super PAC)’ 활동이 합법화됐다.

2010년 1월 미 연방대법원은 기업이나 노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법이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 후 기업·이익단체·노조 등이 정치 모금 단체를 만들어 선거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외곽 조직이나 단체를 슈퍼 팩이라고 부른다. 슈퍼 팩은 특정 정당 및 후보를 직접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광고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할 수 있다.

일반 팩(PAC)은 기부 한도가 있지만 슈퍼 팩은 없다. 기업·이익단체·노조 등도 기부할 수 있다. 현재 미 연방선관위에 등록된 일반 팩과 슈퍼 팩은 4000여 개에 이른다. 슈퍼 팩의 무제한 자금 모금이 ‘돈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