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국무총리실 이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종 시대의 막이 올랐다. 2002년 행정수도 공약 이후 10년 만이다. 한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수정안 논란 등 정치적 풍파를 겪었지만 국무총리실 6개 부서를 필두로 정부 부처와 기관 이전이 현실화되며 신행정수도로서의 첫발을 뗀 것이다.

36개 중앙 행정기관 및 소속 기관과 16개 국책 연구기관이 2014년까지 단계별로 이전을 마치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행정 중심지가 된다. 단순히 공간의 이동을 넘어 서울 중심 행정 권력의 지방 이동과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성을 갖게 된다. 새 시대를 연 세종시를 지난 9월 19일 찾아갔다.
출퇴근을 선택한 공무원들이 그러하듯, 대중교통을 이용해 세종시로 향했다. 가장 빠른 길은 KTX를 타고 오송역에 내리는 것이다. 마침 이날 오송역에서 세종시와 대전 반석역으로 이어지는 지상 지하철 개념의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가 개통했다. BRT를 타면 오송역에서 청사까지 20분이 걸려 총이동 시간은 1시간 10여 분이 된다.

버스를 타고 정부 청사로 가는 길, 목적지에 가까워올수록 배경은 논밭에서 공사장으로 변했다. 12만2340㎡에 대형 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히 흙을 나르고 한 블록 간격으로 건설사마다 깃발을 꽂아 영역을 표시하고 있었다. 아직 허허벌판으로 보였지만 한 지역 주민은 “몇 년 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것이다. 모두 논밭이었는데 없던 도로와 버스도 생겼다”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자 세종시의 핵심, 정부세종청사가 모습을 보였다. 형태는 갖췄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아직 내부 공사 중이다. 입주를 시작한 국무총리실만 지난 4월 5일 준공됐고 올해 말까지 4139명이 입주 예정인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환경부 건물은 80%의 공정률(9월 5일 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중앙 행정기관은 국무총리실 입주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연도별로 총 3단계로 나눠 1만452명이 이전하게 된다. 2단계로 내년 18개 기관의 4116명이 이사할 예정이고 3단계로 2014년 6개 기관에서 2197명이 옮겨올 예정이다.

2단계와 3단계 구역은 아직 20% 미만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행복도시건설청은 “단계별로 차질 없이 부서가 이전하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로, 입주 시기에 맞춰 건물이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세종시 조성 사업비 22조5000억 원 가운데 8월 말 기준 집행된 금액은 총 9조531억 원(40.24%)이다.

청사 길이는 3.5km에 달하며 하늘에서 볼 때 용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1만 명 넘게 수용할 건물에 아직 120명밖에 입주하지 않아서인지 현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국무총리실은 청사 끝에 자리하고 있다. 옥상을 거니는 몇몇 직원이 눈에 띈다. 청사는 산책로와 조경수, 쉼터 등을 갖춘 옥상 정원을 갖추고 있고 각 건물끼리는 옥상이 모두 연결돼 있어 길게는 3.5km의 산책로를 갖게 된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어떠할까. 정문 앞에서 만난 40대 손모 씨는 “공기 좋은 게 가장 좋다”고 답했다. 반면 대형 마트와 극장·병원 등이 부족해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하는데 자동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과천청사가 처음 생길 때도 몇 년간은 다들 고생했다”며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50대 공무원은 홀로 내려와 조치원에 원룸을 구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 때문에 5년 정도는 주말 부부를 해야 할 것 같아 일부러 역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자녀들도 서울에 있어 은퇴한 후에나 분양 받은 아파트에서 다함께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중에는 중·고등학생보다 유치원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들이 가족 단위로 이사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중·고등학생은 학군 변경을 꺼리는 데다 전세로 옮겨오면 분양 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때 다시 전학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복도시건설 사업에서 청사 준공과 함께 가장 많은 진척을 보이는 부문은 아파트 분양이다.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첫마을’ 아파트 단지는 꽤 마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아파트 상가에는 주민센터·파출소·소방서·소아과·약국·학원·옷가게·카페 등도 있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각각 두 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개씩 세워져 있다.
최근 마을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초등학교 학급 정원 초과 문제다. 3학년, 5학년 일부 교실에서 25명이 초과됐는데, 11월부터 정부 부처가 추가 이전하면 이 문제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 교육청에서는 학급 증설과 학교 신설 대책을 마련했다.

세종시 첫마을의 입주율은 총 6520가구 중 4986가구로, 76.5%가 입주를 마쳤다. 상가는 전체 215호 중 191호가 입주해 있다. 총 2단계로 나눠 입주했는데 1단계는 지난해 12월부터, 2단계는 올해 6월부터 이사했다.

특이한 점은 첫마을에서 노인층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30~40세로 보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입주자 중 20세 이하가 37%, 21~40세가 35%, 41~60세가 24%, 61세 이상이 5.5%다. 40세 이하 젊은 세대가 전국 평균 51.2%보다 높은 70.6%다.
또 하나는 기자가 만난 5명 중 3명은 인근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보다 대전·공주 등 인근 충청권에서 이주한 비율이 더 높다. 첫마을 아파트 1단계 계약자 지역별 분포는 수도권이 33.8%, 충청권 53.1%, 기타 13.1%로 집계됐다. 실입주 가구의 이전 주소는 1단계가 수도권 20.1%, 충청권 73.3%, 기타 6.6%다.

요인 중 하나로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인근 지역 학부모들이 우수한 학군을 기대하고 이사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무총리실 이전으로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50대 주부 조모 씨는 “아직까지 공무원이 많지 않았는데, 연말에 또 한차례 이전하면 생활 여건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편을 따라 지난해 과천에서 내려왔다는 40대 김모 씨는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이제는 친구도 있고 편의 시설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겼다”며 “과밀한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니 쾌적하고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열기 ‘활활’

세종시는 2030년까지 50만 명 규모의 자족도시 건설을 목표로 개발 계획에 따라 조성되고 있다. 현재까지 10개 생활권 부지 조성 공사와 정부 청사, 도로, 상하수도, 환경 기초 시설 등 58건의 건설 공사를 추진 중이다.

생활권 부지 조성 공사에선 첫마을 단지인 2-3 생활권 이외에 1-2 생활권에서 내년 12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1-5생활권과 1-3 생활권은 내년 7월과 12월에, 1-4 생활권은 2014년 2월에 입주하게 된다. 대부분 청사 인근에 자리하고 있으며 모두 100% 분양을 끝내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5 생활권에는 아파트 앞에 호수 공원이 있고 명당으로 꼽혀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고 2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때문에 5개 기관이 모인 ‘합동 투기 단속반’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국무총리실 입주가 시작되며 ‘합동투기단속반’이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주택이나 땅값 상승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세종시의 땅값 상승률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전국 1위로, 7월에만 0.68% 오르는 등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전셋값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첫마을 단지에서 109㎡(33평)형 기준 전셋값은 8월까지만 해도 1억 원 미만이 많았지만 9월 들어 1억200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국무총리실 이전이 현실화되면서 이전까지만 해도 이주를 ‘실감’하지 못했던 입주 예정 공무원들이 올해 말과 내년 이전을 앞두고 미리 전세를 잡으면서부터다.

이런 소문이 돌면서 인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지금 첫마을에서는 전세 물량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매매 프리미엄도 인기가 많은 작은 평수는 하루에 1000만 원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에만 18개 기관의 4116명이 이사할 예정이지만 1-2 생활권 입주 시기가 내년 12월이기 때문에 전세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에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가까운 아산·대전·청주 등으로 뻗어나가면서 세종시 인근 부동산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 주변의 아산시, 천안시, 충북 청원군 등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을 지난해 8월과 비교한 결과 아산시 17.6%, 천안시 16.6%, 청원군 15.0%, 청주시 12.7%, 연기군 11.4%순으로 상승했다. KTX를 이용하기 편리한 서울역 주변이나 광명역 부근의 주택 임대료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부동산이 주목을 받으며 갖가지 뒷거래도 등장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홀로 이전하는 공무원과 1~2인 가구를 겨냥한 오피스텔 바람이 불면서 며칠 전 한 오피스텔의 당첨자 발표 날 현장에는 일명 ‘떴다방’이 100여 명 모여 즉석에서 거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청약통장 불법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첫마을 상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부동산이다. 한 공인중개소에서는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500만 원을 내려면 부동산도 살아남기 위해 분양권 프리미엄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한 고객이 부동산에 찾아와 용인의 땅을 팔아달라고 부동산 문을 두드렸다. “누가 땅을 찾거든 추천해 달라. 10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보상으로 목돈이 생긴 이들이 많아 종종 외지에서 매물을 들고 찾아온다고 공인중개소에서는 덧붙였다. 합동투기단속반이 단속을 시작하면서 다소 열기가 꺼졌다고 공인중개소들은 읍소했지만, 아직 세종시 부동산 열풍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였다.
취재=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