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건축자재 유통 업체 홈데포가 중국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철수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DIY(Do It Yourself: 손수짜기) 제품이 중국에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적 DIY 가구 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9개의 매장을 2015년까지 17개로 늘리기로 했다. 같은 DIY 업체인데 중국에서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접근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케아는 중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진출 전략을 세웠던 반면 홈데포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홈데포가 베이징 등에 남아 있던 7개 매장의 문을 모두 닫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0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6년 만이다. 홈데포는 2006년 중국 각지에 총 12개 매장을 열었다. 그러나 2009~2011년 영업 부진으로 5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번에 나머지 매장을 모두 폐점하기로 한 것이다.

홈데포는 미국과 유럽에서 DIY 방식의 가구·조명 등 인테리어 제품과 각종 건축자재를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도 이 사업 모델을 고집했다. 패착이었다. DIY를 싫어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 노동력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싸다. 이에 따라 DIY 제품과 조립된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중국 소비자들은 굳이 DIY 제품을 사서 직접 조립하는 수고를 할 동기가 적은 셈이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유럽과 달리 중국엔 아파트가 많다는 것도 홈데포의 실적이 저조했던 배경이다. 홈데포가 미국·유럽에서 판매해 성공을 거둔 DIY 제품은 주로 집수리나 집 가꾸기에 필요한 제품이다. 단독주택 생활에 더 많이 필요한 제품이란 얘기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인들은 집을 꾸밀 때 배송과 설치, 사용, 애프터서비스(AS) 등이 한꺼번에 제공되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홈디포식 사업 모델은 중국인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YONHAP PHOTO-0628> TO GO WITH: China-US-debt-finance-economy-society,FEATURE by Pascale Trouillaud
In a picture taken on August 15, 2011 Chinese shoppers view furniture at an Ikea store in Beijing.  Beset by inadequate health insurance and pensions, China's consumers are well versed in the art of saving money and stand in stark contrast to their credit-loving US counterparts. As Americans spiral into debt -- and after Standard & Poor's downgraded the United States' top notch credit rating in an unprecedented move earlier this month -- the Chinese consumer has emerged as a model of credit restraint.   AFP PHOTO / MARK RALSTON
/2011-08-17 12:53:2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TO GO WITH: China-US-debt-finance-economy-society,FEATURE by Pascale Trouillaud In a picture taken on August 15, 2011 Chinese shoppers view furniture at an Ikea store in Beijing. Beset by inadequate health insurance and pensions, China's consumers are well versed in the art of saving money and stand in stark contrast to their credit-loving US counterparts. As Americans spiral into debt -- and after Standard & Poor's downgraded the United States' top notch credit rating in an unprecedented move earlier this month -- the Chinese consumer has emerged as a model of credit restraint. AFP PHOTO / MARK RALSTON /2011-08-17 12:53:2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케아, DIY 전략 접고 ‘놀이터 마케팅’ 내세워

이케아는 홈데포와 다른 전략을 세웠다. DIY 제품을 팔되 조립을 도와주는 점원을 뒀다. 중국인들이 DIY 제품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이케아의 또 다른 성공 전략은 ‘놀이터 마케팅’이다. 매장을 놀이동산처럼 꾸며 소비자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리테일테인먼트’ 전략이다. 리테일테인먼트는 리테일(소매)과 엔터테인먼트(오락)가 합쳐진 말이다. 쇼핑에 재미를 부여해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케아 매장에서 가구·조명·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꾸며진 방을 자신의 방처럼 느끼면서 즐긴다. 어린이들은 침대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소파에 앉아서 TV도 본다. 이 같은 전략이 통해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WSJ는 이케아 매장이 중국에서 노인들의 사랑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매장에 설치된 카페테리아에 몇 시간씩 앉아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케아 패밀리멤버십 카드만 있으면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이안 더피 이케아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이케아 카페테리아에서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케아 매장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 사람들은 소파를 살 시점이 되면 이케아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진출 초기 카페테리아에만 들르거나 구경만 했던 고객들이 최근에는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올슨 이케아 최고경영자(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국에서 매출 성장 속도가 작년에 비해 세 배 빨라질 것”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


이 기사는 2012년 9월 24일 발행한 한경비즈니스 제 878·879 추석 합본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