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테노

국회, 청와대, 법원, 기업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말을 기록하는 이들이 바로 속기사이다. 최광석 한국스테노 대표는 속기사로 출발해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왔다.

그는 ‘속기사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다’는 자부심으로 오랜 기간 속기사로 일했고, 한 때는 후진을 양성했다. 속기 전용 키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속기 시장 하나만을 공략하고 있다.

“외국에서 속기 전용 키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형 속기 키보드로 발전시켜 보자고 몇 명이 의기투합해 1991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죠.”
[유망 중소기업 탐방] 사업의 시작과 끝은‘속기’로 통한다
처음엔 작은 개인회사로 한국형 속기 키보드를 개발해 판매·교육하는 일을 했다. 법원에서 속기 키보드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1995년에는 국회 속기사 채용 시험에서 속기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응시 기회를 주어 4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렵 부도 위기를 맞았다.

“회사가 외부 사정으로 부도가 나 수습하는 과정에서 각종 소송이 맞물려 많은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기일전해 다시 현재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스테노를 설립한 이후 10년 넘게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특히 1999년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 시작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한국스테노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현재도 매출의 80%는 자막 방송에서 내고 있다. 또한 속기 키보드에서 20%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속기사는 매년 실질 인원 250여 명이 배출된다. 그중 무려 80%가 한국스테노의 카스(CAS)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직 속기사들 중에 컴퓨터 속기사의 대부분이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장을 선도하다 보니 경쟁자가 나타나고 때로는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하게 대응에 나선 결과 지금은 갈등도 소강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회사는 조금씩 체질을 개선했다.

“부도와 소송을 통해 우리는 어음이 아닌 현금 거래만 하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했죠. 또 한 우물을 파고 모르는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최 대표가 신경을 쓰는 것은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현재 한국스테노의 직원들은 대부분 속기사들이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이직이 잦은 게 고민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취업하는 이가 많습니다. 이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들어와 능력을 키우고 더 좋은 직장을 찾아가는 것이 후배 속기사에게 좋은 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생각을 바꿨더니 편하고 좋더군요(웃음)”

최 대표는 내년 케이블 TV 채널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을 3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막방송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모든 속기사가 하나로 뭉치는 협회를 만들어 모든 기록이 협회의 공인 속기사에 의해 기록되고 보존되도록 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자막 방송의 확대와 교육 속기사의 확대가 2~3년에 걸쳐 이뤄져 이를 회사의 매출로 연결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스테노

설립: 1996년 5월 1일
직원: 수 43명
자본금: 5억 원
총자산: 35억7000만 원
매출액: 40억 원
주요 생산품: 자막 방송 속기 서비스, 속기 기기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