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미래엔 고령자에 대한 개념도 바뀔까.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주로 65세 이상을 말한다. 이 기준은 1889년 독일에서 노령연금을 사상 최초로 도입할 당시 정해진 것이다. 당시 독일인의 평균 수명은 49세였지만 우리 국민의 기대 수명은 80.7세(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100년이 훌쩍 지난 고령자 기준을 꼭 유지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몇십 년 뒤 장기 논의 과제로 이를 들고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우리 인구구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진단에서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는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리모델링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60년 미래 한국을 위한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임형철 재정부 미래사회전략팀 과장은 “이 방안은 한국 사회의 미래 트렌드를 반영한 중·장기 정책 추진 방향”이라며 “단기적으로 결론을 내기는 어렵고 20~30년 뒤를 내다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적정인구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은 급격한 고령화 때문이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100명당 노인 수는 올해 16.1명이지만 2060년에는 80.6명으로 늘어난다. 근로자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하는 ‘1 대 1 부양 시대’에 진입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건강과 활력을 갖춘 65세 이상을 고령 인구가 아닌 생산인구로 포함하면 시나리오가 달라진다. 고령자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바꾸면 2050년 고령 인구 비중은 37.4%에서 29.7%로 낮아진다.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인구구조가 바뀌는 셈이다.
[경제부처 24시] ‘고령자 기준 바꾸자’… 5~10세 연장 검토
2060년 근로자 100명이 노인 80명 부양

지금은 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 등 노후 대비 수단이 65세 기준에 맞게 짜여 있다. 지하철 무료 이용 등 각종 복지 혜택이 이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고령자 기준을 높이면 사회복지 시스템 자체도 수선이 필요해진다.

우선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예로 들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 60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5년마다 수급 연령이 1년씩 늦춰져 2033년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탈 수 있다. 연금 지급 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노후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년 연장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정년을 정할 때 국민연금 수급 연령보다 낮게 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정년제를 연령 차별로 간주해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정년 폐지 등 정년제도 개선을 권고했다는 게 기획재정부 측 논리다.
고령자가 노후 소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부분 연기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금은 만 65세 이전에 연금 수령액 100%를 연기하면 매년 원금과 7.2%의 이자가 붙는다. 이를 앞으로 연금액 기준으로 50~90%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연기 연령도 70세(현재는 60~65세만 가능)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인구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출산율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여성에 이어 남성이 육아 휴직을 사용할 때 육아 휴직 급여를 높이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현재는 남녀 구별 없이 임금의 40% 수준에서 육아 휴직 급여가 주어진다. 국내에선 대체로 여성보다 남성의 급여 수준이 높아 남성들의 육아 휴직이 드물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7일 발행 한경비즈니스 877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