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뇌 속의 구매 버튼을 찾아라

이 책은 신경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다룬다. 고전적인 마케팅은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하는 소비자를 가정한다. 하지만 뇌의 관점에서 구매 행위를 분석하는 신경 마케팅은 그런 소비자의 존재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감정에 좌우되고 무의식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케팅 방법의 대전환을 암시한다. 신경 마케팅의 주장이 옳다면 앞으로 마케터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대신 소비자의 뇌 속에 숨어 있는 구매 버튼을 찾아내 누르기만 하면 된다.

알프스에서 흘러나오는 뮌헨의 수돗물 0.75리터의 가격은 0.12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슈퍼마켓서 0.75리터짜리 생수를 사면 80센트를 지불해야 한다.
[Book] ‘이모션’ 外
고급 사교 클럽에 가면 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고급스러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불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블링 H₂O 생수가 90유로에 팔린다. 수돗물의 7만5000배 가격이다. 합리적 소비자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블링 H₂O가 물을 황금으로 둔갑시킨 비밀은 이모셔널 부스팅, 즉 감정적인 강화에 있다. 브랜드의 상표만 보고도 당신의 뇌가 이미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뇌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브랜드나 상품 혹은 서비스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최신 뇌 연구는 인간의 결정이 이성이나 오성보다 감성에 좌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테면 돈 내기 카드 노름을 할 때 머릿속 감정 중추가 손상된 환자들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많은 뇌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 전체가 감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니체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도달했던 통찰이다. 뇌 과학이 이를 과학으로 입증한 셈이다.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지음┃배진아 옮김┃3000쪽┃흐름출판┃1만5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다시 만들어진 신’
환원주의의 한계를 신성으로 돌파하자

전 세계의 돈을 주무르고 있는 미국 월가에서는 주가 예측이나 파생 상품 개발을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는 물리학자들을 초빙한다. 그 결과 금융공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했다. 그런데 월가에서 원하는 만큼 결과가 이뤄졌을까.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들이 예측한 주가는 동전 던지기보다 낫지 않았으며 미국 경제를 구렁텅이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도 그들이 만들어 낸 파생 상품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바로 환원주의에 있었다. 환원주의는 현대 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컨대 큰 것을 작은 것으로 쪼갠 후 이를 연구함으로써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후 환원주의는 과학적 방법론의 정상에 있었다. 그러나 이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생물권의 진화나 인간의 행동은 물리학으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환원주의만 가지고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Book] ‘이모션’ 外
환원주의는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이 더욱 진리에 가깝다. 즉 인간의 몸은 주기율표에 들어 있는 원소들의 합으로 볼 수 없다. 여기서 ‘창발성’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무언가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 책의 저자인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에 바싹 다가서고 있다. 그 세계관은 창발성, 예측 불가능성, 부분적으로는 자연법칙을 넘어선 듯한 부단한 창조성을 모두 포함할 것이다.” 요컨대 그는 새로운 통섭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에서 더 나아가 신성까지도 포함하자고 말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신성’은 기존에 존재하는 유일신교의 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격신이 아닌 자연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원제목은 ‘신성의 재발명(Reinventing the Sacred)’이다.

복잡계 경제 이론의 창시자인 저자는 ‘신성’을 통해 전 지구적인 문명이 더욱 발전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신성을 다시 발명하자고 주장한다.


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김명남 옮김┃496쪽┃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
제프리 유제니디스 외 지음┃강주헌 외 옮김┃460쪽┃홍시┃1만3800원
[Book] ‘이모션’ 外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우리는 그중 하나를 골라 인생을 살아간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32명이 일과 직업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른바 일 소설 모음집이다. 이들은 직업 뒤에 숨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흔히 볼 수 있는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는 물론 비밀 군사기지 연구원, 작가, 카우보이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직업의 또 다른 측면인 실직의 아픔도 빼놓지 않는다.



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
메리 퀀트 지음┃노지양 옮김┃332쪽┃책읽는수요일┃1만3000원
[Book] ‘이모션’ 外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유행시켜 패션사의 한 획은 그은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퀀트의 자서전이다. 그는 혁명적인 사고와 열정적인 도전, 치밀한 경영 전략,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즈니스 능력으로 여성의 패션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을 바꿔 놓았다. 그의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영국·미국·독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게 드레스를 맡긴다.



공부의 신을 이기는 공부의 락
김찬기 지음┃232쪽┃국일미디어┃1만3000원
[Book] ‘이모션’ 外
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한 저자의 남다른 공부법을 담았다. 희귀병인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어 200g의 펜을 드는 것도 힘겨운 일이지만 그는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절실한 처지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에서 출발한 그의 공부법은 진정성을 담고 있다. 단순히 성적을 높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공부를 강조한다. 필기가 힘든 저자의 독특한 노트 정리 비법도 흥미롭다.



불국토를 꿈꾼 그들
정민 지음┃376쪽┃문학의 문학┃1만8000원
[Book] ‘이모션’ 外
‘삼국유사’는 우리 문화의 비밀이 담겨 있는 상상력의 보고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세계를 탐구해 온 인문학자 정민 교수가 ‘삼국유사’ 속 난맥처럼 얽혀 있는 의미망들을 종횡으로 파헤쳤다. 사진작가와 함께 ‘삼국유사’의 현장을 일일이 돌아보며 1000년 전의 이야기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삼국유사’의 중심축은 불교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사람들은 불국토를 꿈꿨다. 왕·승려·귀족·민중까지 극락왕생을 꿈꾸고 자신의 땅이 바로 과거불 시대의 불국토임을 믿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