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 프리미엄 분양 아파트

수변과 가까운 부동산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자산가일수록 풍수를 고려해 부동산 구매를 결정하곤 한다. 풍수에서 물은 곧 재물을 의미하며 물이 흐른다는 것은 돈이 흐른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예전 부잣집 앞마당에 꼭 연못이 있었던 이유다.

서울 용산구와 압구정동 일대는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물을 휘감고 도는 곳으로 재물운이 있는 명지로 알려져 있다. 허리에 벨트를 찬 듯 집터를 둥글게 감싸는 금성수(金星水)로 재물을 불러들이는 자리로 산으로부터 지맥이 뻗어와 지지가 왕성히 응집되고 바람도 순하다. 용산구와 압구정동은 금성수 땅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 반대는 반궁수(反弓水)라고 한다.
[부동산 포커스] 국민소득 높을수록 ‘ 호수 낀 단지’ 각광
여의도 CCMM 빌딩에 자리 잡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내부 구조를 보면 마치 ‘물’이 연상되는데, 바닥은 파란색 카펫을 깔았고 천장과 벽면 역시 물결 모양으로 곡선 처리했을 정도다.

몇 년 전 필자가 방문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에 근접하는 싱가포르는 요트와 유람선이 떠다니는 수변 지역에 고급주택과 빌딩 등이 대거 몰려 있었다. 수변 인근 주택 한 채의 가격이 20억~100억 원 정도를 호가할 정도인데도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을 정도다. 미국 허드슨 강변의 고급 콘도, 주상복합 등의 매매가도 수십억 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도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외국처럼 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최고 부촌의 명성을 유지한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아시아 선수촌, 올림픽 선수촌 일대는 2000년대 들어 사교육에 대한 관심과 고급 주상복합에 대한 바람이 불면서 대치·도곡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로 잠시 왕좌를 넘겨줬다. 지금은 수변 조망권에 대한 관심으로 청담동·반포동 일대와 지하철 접근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압구정동 일대의 빌딩과 상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변 주변 아파트들은 수요가 많아 하락장에서도 시세가 유지되고 프리미엄(웃돈)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수변 조망권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공원·산 주변에 있는 아파트보다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다.
일산상권 호수공원
/허문찬기자  sweat@  20060627
일산상권 호수공원 /허문찬기자 sweat@ 20060627
외국에서도 수변 주변 부동산 가치 으뜸

올해 무더위가 극심했고 9월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분양 시장에 수변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수변 아파트들은 대개 조망이 뛰어난 데다 산책로·공원 등이 함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쾌적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려는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실제 수변 아파트는 가격도 높고 프리미엄도 형성돼 있다.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9년 10월에 공급한 노량진 본동 ‘래미안 트윈파크’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는 4억6000만 원대였다. 인근 같은 면적의 ‘한신휴플러스’ 거래가격(3억7000만 원)보다 9000만 원이나 더 비쌌다.

서울 동작구 본동5구역을 재개발해 내놓은 ‘래미안 트윈파크’는 분양 당시 1순위 청약이 최고 44 대 1(전용면적 59㎡)의 경쟁률로 모두 마감됐을 정도로 수변 아파트로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대거 끌어들였다.

분양 가격이 비교적 높았지만 수변 아파트라는 매력 때문에 조기에 분양을 마쳤을 정도다. 필자가 직접 시세를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전용면적 59㎡의 래미안 트윈파크의 매매가는 최고 5억2000만~5억4000만 원으로, 최근의 부동산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소형이라는 이점까지 더해져 프리미엄만 6000만~8000만 원가량 붙었지만 매물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분양 시장이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쾌적한 환경과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변 아파트들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예전보다 분양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분양하는 수변 아파트를 잘만 구입하면 ‘실수요’와 ‘투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환경이 쾌적하기 때문에 타 아파트보다 전세 세입자를 들일 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부동산 포커스] 국민소득 높을수록 ‘ 호수 낀 단지’ 각광
부동산 침체…실수요 차원서 접근해야

우선 현대건설과 풍림산업이 서울 시흥동에서 분양하는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이원’을 주목할만하다. 남서울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전용면적 59~115㎡ 1764가구로 구성된다. 이 단지는 안양천이 가깝고 관악산도 보인다. 길이 34.8km인 안양천은 삼성산에서 발원하는 하천과 백운산에서 흘러나온 학의천 및 군포시를 흐르는 산본천 등의 지류가 안양 석수동에서 합류해 북쪽으로 흐른다. 안양과 서울의 경계에서부터 한강 합류점까지는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다.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현대건설이 분양 중인 ‘퇴계원 힐스테이트(1076가구)’는 단지 옆에 용암천이 흐른다. 또 수변공원 등 총 3만3000㎡의 녹지 공간이 조성된다. 왕숙천도 인접해 있어 입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즐길 수 있다는 평가다. 지상 12~22층 21개동에 전용 84㎡ 756가구와 99㎡ 320가구로 이뤄진다.

쌍용건설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에서 ‘화도 예가’를 이달 분양할 예정이다. 천마산 조망이 가능하며 묵현천이 가깝다. 이 단지는 14개동 808가구 규모이며 전체의 90%가량이 전용 84㎡ 이하 중소형이다.

일산호수공원의 1.7배 규모로 개발되는 광교 호수공원(180만㎡) 주변에도 하반기 공급 계획이 있다. 현대건설은 다음달 광교신도시 비즈니스파크에서 오피스텔 ‘광교 힐스테이트 시티’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40층에 전용면적 84~145㎡ 559실로 이뤄진다.

대우건설도 광교신도시에서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 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광교신도시 전체와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3면 개방형 설계로 조망권을 강화했다.

서희건설이 경기 수원시 오목천동 일대에 짓는 ‘서희 스타힐스’도 관심이다. 지하 2층, 지상 최고 24층 12개동에 844가구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3.3㎡당 800만 원대다. 단지 앞에 호수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이 파주에 분양 중인 ‘운정신도시 롯데캐슬’은 단지 남쪽 100m 거리에 57만4000㎡ 규모의 가온 호수공원이 있다. 호수공원 조망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단지는 지상 18~30층 20개동에 전용면적 59~126㎡ 1880가구로 구성된다.
[부동산 포커스] 국민소득 높을수록 ‘ 호수 낀 단지’ 각광
통상 조망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시세 하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왕이면 대단지인 데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수변 조망권을 갖춘 단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무리 훌륭한 조망권을 갖춘 수변 아파트라고 할지라도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