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은 게 죄였을까. ‘국민 생선’ 갈치의 어획량이 최근 앞바다에서 급감하고 있다. 어민들이 치어(어린 물고기)까지 마구 잡아들이면서 씨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산처럼 잡힌다고 ‘산태’로 불리던 명태, 흔해서 쥐포로 만들던 쥐치가 어느새 앞바다에서 자취를 감춘 것과 비슷한 경로다. 정부가 본격적인 보호 조치를 검토하고 나섰지만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다.

통계청이 8월 14일 내놓은 ‘2012년 상반기 어업 생산 동향 조사(잠정치)’에 따르면 연근해 갈치의 어획량은 올해 상반기 8516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 상반기 기준으로 처음 1만 톤을 밑돌았다. 1994년 10만1052톤에 이르던 갈치 어획량(연간)은 2000년대 들어 소폭 줄긴 했지만 매년 6만~8만 톤 정도를 유지해 왔다.

‘은갈치’로 유명한 제주 연근해에서는 실제로 최근 갈치 구경이 쉽지 않아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침범해 마구잡이 어획에 나선 것도 어획량 급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연안의 수온이 오르면서 같은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전갱이·살오징어 등이 많이 잡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갈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은갈치가 ‘금갈치’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경제부처 24시] ‘국민 생선’ 갈치의 수난 시대
명태와 쥐치는 어떻게 사라졌나

수산자원 관리를 담당하는 농림수산식품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전 국민 생선이었던 명태와 말쥐치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생선이었던 명태는 1990년대 이후 연근해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2008년 이후 통계청 집계로는 연간 어획량 0~1톤에 그치고 있다. 한류성 어종으로, 온난해진 연근해를 떠난 이유도 있지만 무분별한 포획이 문제였다.

1990년대 초반 연간 20만 톤씩 잡히던 쥐치도 남획의 희생양이 되면서 귀한 생선이 됐다. 2000년대 들어 쥐치류 어획량은 매년 1000톤을 넘기는 수준에 그친다. 이제 연근해에서 잡힌 쥐치는 주로 회로 먹고 쥐포는 가격이 싼 베트남 등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선 작은 전복인 떡조개(일명 오분자기)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제주 연근해에서만 자라 해녀들의 주된 소득원이었지만 온난화가 겹치면서 씨가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부도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갈치·떡조개·쥐치 등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어종에 대해 최근 몇년간 심층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회복이 필요한 어종에 대해서는 어린 물고기 보호, 그물코 조정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보호가 시급한 어종에 대해서는 연중 어획 금지(모라토리엄)를 추진하는 방안도 물망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근해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수산자원이 급감, 결국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현재도 수산자원관리법령 개정을 거쳐 연어·전어·참조기 등 8개 어류 등에 대해 어획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산란기에 몇개월간 어획을 중단해 자원량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모라토리엄은 일부 어종을 보존 어종으로 지정, 연중 내내 어획을 금지하는 조치라서 강도가 한층 세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어선 감척 등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피해 보상의 전례를 만든다면 향후 어종 관리 대책을 세울 때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게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 관계자는 “휴어기를 두는 등 기존 자원 관리 대책을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지만 절차가 복잡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시급한 어종 관리를 위해 이해당사자 간 협의, 법령 개정 등 복잡한 절차들을 단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