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대단히 빨리 변화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주위의 불편함은 그리 빨리 해소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린이집과 학부모 간 소통을 위해 오가는 종이 알림장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스마트 알림장을 만든 ‘키즈노트’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상을 통해 변화를 시도한 회사다.

키즈노트를 만든 김준용·최장욱 대표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에서 만났다. 나중에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된다.
[한국의 스타트업] 딸의 알림장에서 사업 아이디어 얻다
같은 직장에서 각자 생활하던 이들은 어느 날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나오게 된다. “정말 코피 나고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왕이면 내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2008년 말, 최 대표는 2009년 안철수연구소를 나왔다.

김 대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자기 개발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오프라인 카페 ‘더 퍼스트 펭귄’을 열었다. 취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내가 뭘 잘하는지’에 대한 상담도 진행하는 특이한 카페였다. 인문대생답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앞에 매장 2개를 열고 사업을 했지만 2011년 여름 사업을 접었다. 성장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최 대표도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안철수연구소 출신 창업자들

안철수연구소를 나와 외주 개발 업체를 차린 최 대표는 돈을 그럭저럭 벌고 있었지만 발전 가능성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대표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의 가방에서 종이 알림장을 발견하게 된다.

“아직도 이걸 종이로 하네?”

알림장을 넘겨보며 이런 생각을 한 그는 이걸 ‘전산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개발자 출신이기에 가능한 실행력이었다. 처음엔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자신의 편의를 위해 전산화 작업에 나섰지만 점점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문득 김 대표가 떠올랐다. 그의 영업력과 사업 추진력이라면 사업을 같이했을 때 시너지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카페 사업의 존폐를 놓고 고민하던 김 대표도 흔쾌히 응했다. 김 대표는 최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이 알림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조사한 김 대표는 학부모·교사·원장·어린이 등 4 주체 모두가 알림장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로 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불편에서부터 부모가 밤늦게 퇴근하거나 출장을 가서 그날의 알림장을 확인하지 못해 아이가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웹 페이지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 이를 연동하면 여러 가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회사를 설립할 때 서비스도 같이 나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법인 설립을 뒤로 미루고 서비스 개발에 주력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서비스 개발은 2012년 봄이 돼서야 끝났다. 2012년 4월 키즈노트가 정식 설립됐다.
[한국의 스타트업] 딸의 알림장에서 사업 아이디어 얻다
“키즈노트를 회사 내부에서는 ‘괴물 서비스’라고 불러요.”

김 대표가 키즈노트를 설명하면서 한 소리다. 이게 무슨 말일까. 엄청나게 확장이 가능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마치 괴물처럼 파워풀한 서비스라는 뜻이다.

키즈노트는 사실 아주 단순한 서비스다. 오프라인의 알림장을 모바일과 웹 서비스로 옮겨 놓은 것이다.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이 일단 가장 중요하다. 어린이집이 이 서비스를 써야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쓰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 B2B적인 성격으로 출발한다는 뜻이다. 어린이집을 얼마나 가입시키느냐에 따라 회원 수도 늘어나고 서비스도 발전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보다 B2C 성격이 강하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평가를 직접 받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두 가지 성격이 혼합돼 있다.

전국의 어린이집은 4만여 개. 어린이는 125만 명 정도 된다. 여기에 학부모와 교사 등을 감안하면 300만 명 규모의 시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유치원 8000개를 더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키즈노트를 만들기 위해 김 대표와 최 대표는 6개월 동안 시장 조사를 했다.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가 실태를 살펴보고 원장·교사·학부모를 인터뷰해 문제점 등을 파고들었다. 모바일 서비스가 나왔을 때의 사전 반응이나 기대감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키즈노트의 강점은 명확하다. 우선 학부모들이 아이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회사에 있든, 손님을 만나러 이동하든,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하든 언제든지 아이의 소식을 알 수 있다. 엄마만 하라는 법이 없다. 아빠도 알림장을 확인하고 동참할 수 있다. 심지어 해외 출장 중에도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더 이상 핑계를 댈 거리가 없다는 뜻이다. 교사들도 학부모들과 언제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더 세심하게 보살필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딸의 알림장에서 사업 아이디어 얻다
300만 명 규모의 시장 ‘매력적’

교육 콘텐츠를 올려놓거나 어린이·육아 관련 커머스 서비스도 가능하다. 현재 300개 어린이집이 가입해 있는데 재방문율이 98%에 달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그럴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이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목적이 분명하다. 계속해서 쓰는 게 당연하다. 이런 충성도를 기반으로 학부모·교사·어린이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붙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경쟁사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키즈노트의 이런 가능성은 점차 주변의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엔젤 투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키즈노트는 케이큐브벤처스가 여섯 번째로 투자한 회사가 됐다. 서울시어린이집연합회로부터는 공식 추천 스마트 알림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비타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없어선 안 되는 진통제 같은 서비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최장욱 키즈노트 대표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