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청년들은 창업에 상당히 적극적이고 취업도 자기가 일하고 싶은 분야만 고집하는 편이다. 그 공통분모는 유대인들의 ‘성인식’을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984년생으로 스무 살 나이에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는 세계 최고의 청년 갑부로, 이 시대의 아이콘 중 한 명이다. 저커버그 이전 정보기술(IT) 업계의 젊은 영웅이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둘 다 1973년생으로 스물다섯에 구글을 세웠다. 이들의 대선배로 하드웨어의 황제란 소리를 듣는 마이클 델은 열아홉 살이던 1984년 대학 기숙사에서 델컴퓨터를 설립했다.

‘20대 창업, 그리고 성공’이란 닮은꼴 이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모두 유대인이다. 물론 유대인 청년들이 다 창업에 나서는 것도 아니고 유대인이 아니라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유대 청년들은 창업에 상당히 적극적이고 취업도 자기가 일하고 싶은 분야만 고집하는 편이다. 유대인의 심장이랄 수 있는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로 불리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유대 청년들에겐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까. 짧은 소견이지만 필자가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 시절 겪었던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생각이다. 뉴욕은 이스라엘 다음으로 유대인이 많이 살아 유대인들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그 공통분모는 유대인들의 ‘성인식’을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유대인들은 만 13세부터 성인 대접을 해준다. 그해 생일날 성대한 성인식을 해주는데, 1년 전부터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고민하고 책임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훈련을 받는다. 성인식 당일에는 종교 행사를 가진 뒤 결혼식 피로연처럼 친척이나 친구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축하연을 갖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결혼식 때와 마찬가지로 축의금을 낸다는 점이다.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도 대부분 현금을 건넨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은 이때 유산을 물려줄 생각으로 적지 않은 돈을 건넨다. 뉴욕 일반 직장인의 평균 축의금은 1인당 200달러 정도라고 한다. 축하객이 200명 왔다면 약 4만 달러에 달한다. 친척들은 조금 더 많이 내기 때문에 뉴욕 중산층이 성인식을 한 번 하면 평균 5만~6만 달러가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CEO 에세이] 창업, 유대인 성년식에 답 있다
행사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은 모두 성인이 된 청년의 통장에 넣고 예금·주식·채권 등으로 운용한다. 이 돈은 이들이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이면 적어도 두 배 이상 불어난다. 대략 우리 돈 1억 원 안팎의 종잣돈을 갖는 셈이다. 게다가 부모들은 이 돈의 관리를 자녀와 함께하거나 아니면 자녀에게 직접 맡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직업 세계와 실물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돈을 굴리는 방법 등 금융에 대한 실전 감각도 키우게 된다.

이처럼 ‘돈과 경험’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당당하게 창업의 길로 나서거나 아니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결국 청년 창업의 성패는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시켰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했던 우리 선배 세대들은 종잣돈은커녕 주머니에 한 푼도 없이 맨주먹으로 나라 경제를 일궜다.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도 그런 헝그리 정신에 기초한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루 빨리 가정과 학교를 ‘살아있는 직업교육과 실전 같은 경제교육’의 배움터로 만들어야 한다.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