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제 개편안에 대처하는 자세
세금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세금은 그 어떤 수단보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센티브 신호이기 때문이다. 자산을 관리할 때 세제 개편 방향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8월 8일 ‘2012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은 재형저축의 부활, 즉시연금에 대한 과세다. 재형저축 부활·연금저축 납입 요건 완화1995년에 폐지됐던 재형저축은 이번에 18년 만에 부활했다. 이 상품은 2종류가 있다. 하나는 재형저축이고 다른 하나는 재형펀드다. 재형저축은 말 그대로 이자를 지급하는 저축 상품이고 재형펀드는 펀드를 의미한다. 재형저축의 가입 기간은 10년 이상이고 이 기간을 유지하면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된다. 반면 재형펀드는 펀드이기 때문에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재형펀드는 소득공제 형태로 세제 혜택을 준다. 5년 이상 유지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것을 토해내지 않을 수 있다.
절세 효과 차원에서 보면 재형펀드가 재형저축보다 유리하다. 과거 재형저축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고금리 시절에 출시됐던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가 매우 낮고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선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까지 감안하면 실질 수익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재형펀드는 물론 원금 손실의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절세 측면에선 재형저축보다 유리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입 대상이다. 재형저축과 재형펀드 모두 5000만 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나 3500만 원 이하인 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 재형저축만큼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가 크거나 매월 생활비를 금융 상품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사람들은 올해 안에 즉시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즉시연금은 가입과 동시에 매월 연금을 받더라도 10년만 유지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즉시연금에는 상속형과 종신형이 있다. 상속형은 매월 연금을 받다가 원금을 상속하는 상품이고 종신형은 사망 시점까지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상속형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를, 종신형은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비과세로 매월 연금을 받으면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자산 규모가 커서 절세와 매월 현금흐름에 대한 니즈가 있는 사람들은 올해 안에 가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기존의 연금저축은 납입 요건이 완화돼 가입자들에게 더 유리해졌다. 기존에는 납입 기간 10년 이상, 납입 한도 분기별 300만 원(연간 1200만 원)이었지만 앞으로는 5년 이상만 납입해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납입 한도도 18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세금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해졌다. 현재는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도 연간 수령액이 600만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연간 1200만 원까지는 연금소득세만 내면 분리과세를 적용하므로 세금 문제는 모든 것이 종료된다. 반면 연금을 수령하는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현재는 5년 이상만 수령하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15년 이상에 걸쳐 받아야 한다.
또한 연금저축을 이용할 때 소득공제 한도(연간 400만 원) 이상으로 불입하는 것이 유리할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으로 연금저축액의 불입 금액을 늘리는 것이 세금 측면에선 유리해졌다. 재형저축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연금 저축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세제 혜택을 볼 필요가 있다.
저금리 기조가 완연해지고 자산시장의 침체로 높은 기대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선 세테크가 실질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정부의 세법 개편안의 내용을 잘 숙지해 세테크를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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