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 vs ‘빛 좋은 개살구.’ 힐러리 클린턴(이하 힐러리) 미국 국무부 장관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많은 업적을 남긴 스타 국무장관 대열에 이름을 올릴만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는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첫 임기 동안만 장관직을 수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약속대로라면 올 연말 임기가 끝난다.



‘록스타 외교관’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다. 엄청난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오바마의 승리였다. 힐러리는 샛별처럼 정계에 등장한 오바마에게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오바마는 대선 승리 후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힐러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가장 막강한 정적이자 쓰라린 패자를 품은 ‘대화합’의 장면이었다.

오바마에게 힐러리는 ‘경륜’이었다. 힐러리는 8년간 백악관 안주인으로 닦은 정치 감각과 국제무대 경험 등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의 록스타 외교관으로서의 마지막 여행(Hillary Clinton’s Last Tour as a Rock-Star Di-ploma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외교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힐러리 신화’ 진실 혹은 거짓? 록스타 vs 빛 좋은 개살구‘엇갈려’
NYT에 따르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힐러리를 “딘 애치슨 이후 가장 중요한 국무장관”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힐러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1949년부터 1953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낸 애치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통합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공화당 인사들도 힐러리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힐러리에 대해 “나라의 얼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했다.

힐러리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정력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국무장관 가운데 해외 출장을 가장 많이 다녔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미국 국무부는 힐러리가 취임한 이후 총 102개 국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재임 기간 동안 외국에서 체류한 기간만 351일이다. 3년 6개월 가운데 거의 1년을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체류한 셈이다. 출장 거리만 136만km에 이른다. 지구를 약 34바퀴 돈 거리다.

한때 경쟁자였던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는 역대 정권 가운데 불협화음이 가장 적은 외교안보팀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뛰어난 보스이기도 하다. 그는 9·11,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알 카에다와의 전쟁을 겪으며 침체된 국무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힘썼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 오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가족들을 위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뜯어보면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힐러리 신화(The Hillary Myth)’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힐러리는 헨리 키신저처럼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지도, 딘 애치슨처럼 위대한 동맹을 결성하지도, 조지 마샬처럼 위대한 계획을 마련하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힐러리의 실용주의 노선도 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을 잘못해 시리아 제재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티븐 월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힐러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