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헌의 리더의 스피치

팀의 막내인 홍길동 씨는 언젠부터인가 찾아 온 팀원들의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팀원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직급이 대리나 과장인데도 사장 마인드로 일하는 상사를 보면서 놀랐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에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는 직장 분위기를 보면서 ‘역시 우리 회사는 일류 기업이야’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최 팀장이 전근 가고 박 팀장이 오면서부터 팀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김 과장이 팀장 방에 들어가 뭔가 이야기를 하고 나오더니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의 방향이 바뀌었다. 얼마 되지 않아 안 차장이 팀장 방에 다녀오고 나더니 예산 책정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일하면서 업무 자체보다 팀의 분위기를 먼저 살피고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라는 가십거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일을 하다가 김 차창과 이 차장이 갈등이 생겼는데 먼저 일러바친 김 차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 누군가 팀장 방에만 들어가면 들리는 소리가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라는 말이었다.

리더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휘둘리면 부하들은 점점 정치적으로 변한다. 경청하되 어느 한 사람의 말에 편견과 선입관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 묵직한 중심을 잡고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팀에서 결정된 사항은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 객관성을 가지고 검토해 보고 갈등의 경우라면 양측의 말을 다 들어 본 후 평가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리더의 스피치] 리더가 홀로 고독한 이유… 원칙과 내공으로 흔들리지 마라
“아 그런 일이 있었군. 내가 한번 정확히 알아볼 테니 다시 이야기해 보세”라는 말로 신중함을 표현하라. 그리고 한 사람만의 보고를 듣고 순간적으로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실수를 줄여라. 리더의 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예를 들 수 있나요”, “다른 사람의 입장도 그러한가요”,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라고 요약이 가능한가요”라는 말로 결코 녹록하지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말들이 나와야 한다. 엄정하게 평가한다는 느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심이 약한 리더는 결국 강한 부하에게 휘둘리게 된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설문 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남자 상사들이 여성 부하와 일할 때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고 하니 “툭하면 감정적으로 나오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을 흘려 어쩔 줄 모르겠다”라는 의견들이 많다. 그런데 반대로 여성 부하들의 말을 들으니 입장이 다르다. “막상 울지도 않고 칭얼대지도 않고 대범하게 나오면 나한테만 일을 몰아줍니다. 눈물을 보이거나 성격이 괴팍한 여직원한테는 힘든 일을 시키지 않더라고요”라는 불만이 많다.

리더도 많은 부하들을 대하다 보면 사실 어려운 부하가 있고 만만한 부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다루기 쉬운 부하에게 일을 몰아준다면 부하들은 점점 방어 행위가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리더가 단호한 기준을 가지고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원칙을 적용한다면 부하들은 더 이상 몸을 사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할 것이다. 툭하면 쪼르르 달려와 “바꿔 달라”고 말하는 부하에게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묵묵히 리더를 따르며 맡은 일을 잘하는 부하에게 다른 사람의 일까지 맡기는 안일함도 없어야 한다.

리더가 뿌리 깊은 나무여야 흔들림 없이 부하들이 기댈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홀로 고독해야 한다. 꽃 따라 나비 따라 떠나면 안 된다. 내가 팀장 방에 따로 들어가지 않아도, 내 입장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일은 원칙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면 부하들은 오늘도 ‘파이팅’할 것이다.
[리더의 스피치] 리더가 홀로 고독한 이유… 원칙과 내공으로 흔들리지 마라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