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이다. 250억 달러에 달하는 신흥시장 자산을 주무른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매달 한 주는 신흥국을 직접 돌아보는데 할애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신흥국은 금융업계의 문제아로 인식됐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신흥국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쯤에는 ‘모든 사람과 그 사람이 키우는 개까지도’ 신흥시장 투자에 열을 올렸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된 신흥국의 이례적인 동반 성장으로 말미암아 성장 게임이 쉽고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과 같은 황금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다음 10년 동안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은 ‘뱀과 사다리 게임’과 유사하다. 맨 꼭대기로 가는 직선 코스는 없으며 항상 뱀보다 사다리 수가 적다. 올라가기보다 추락하기가 훨씬 쉽다는 뜻이다. 아무리 잘나가던 나라도 뱀과 마주치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는 사이 경쟁자들에 추월당한다.
[Book]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外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확률을 거스르고 성공에 도달할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 체코·터키·폴란드·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가 꼽은 나라 중에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이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경제 종목의 금메달 후보다. 지난 50년간 연속으로 5% 이상 경제성장률은 달성한 나라는 이 둘뿐이다. 하지만 갈수록 두 나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첨단 제품 제조에서 일본을 밀어내고 ‘아시아의 독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루치르 샤마르 지음┃서정아 옮김┃456쪽┃토네이도┃2만 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21세기에 되살아난 중우정치

‘투표는 감성이 좌우한다.’찍으려는 정당의 정강 정책부터 후보의 경력, 공약까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유권자는 별로 없다. 상당 부분 ‘우리 후보가 더 믿음직스러워서’, ‘상대 당이 주는 것 없이 미워서’ 같은 감성적인 부분으로 투표한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바로 와 닿지 않는 선거 슬로건은 소용이 없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후보를 잘 포장해 유권자들에게 그럴 듯한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훌륭하지만 복잡한 메시지를 만드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캔자스는 미국 정치에서 상징적인 지역이다. 100년 전에는 개신교가 힘을 발휘하는 바이블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민중주의가 유행해 미국에서 최초이자 가장 큰 좌파 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그런 캔자스가 지금은 철저히 보수화돼 공화당의 아성이 됐다. 왜일까. 캔자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잘 살게 돼서? 아니다. 이미 투표에서 계급과 계층이 힘을 잃은 지 오래됐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부자와 기업을 대변하고 민주당이 노동자와 가난한 서민층의 정당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민층이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건 아니다. 캔자스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Book]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外
캔자스의 변화는 돈, 가치 그리고 언론이란 복합 세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공화당은 캔자스를 빼앗아 오기 위해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낙태 논쟁이 대표적인데, 인간으로 모양새가 갖춰진 태아를 부모의 결정만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 소동은 동성애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애정 형태인지로 발전했는데, 대부분의 토론은 낙태와 동성애가 허용될 때 미국이 악의 소굴로 변할 것이란 과장 속에 마무리됐다. ‘미국적 가치’를 보존하는 게 어떤 경제적 타산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불러일으킨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 좌우되는 중우정치를 걱정했다. 그가 죽은 후 2500년 동안 세상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은 그렇지 않다. 빠르고 대량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 때문에 오히려 더 비합리적으로 바뀌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투표하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후회했지만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토마스 프랭크 지음┃김병순 옮김┃357쪽┃갈라파고스┃1만6000원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사람중심 비즈니스, 협동조합
[Book]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外
존스턴 버챌 지음┃장승권 외 옮김┃352쪽┃한울┃3만 원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협동조합의 기원과 유형별 역사, 특징 등을 담은 협동조합의 교과서다. 저자는 협동조합과 상호조합을 큰 틀에서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로 규정한다. 일반적인 투자자 소유 비즈니스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싶다면 그것이 성공적일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말고 조합원 소유 비즈니스가 없을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질문해 보라고 충고한다.



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Book]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外
김희준 지음┃264쪽┃생각의힘┃1만5000원

서울대의 유명한 명강의 ‘자연과학의 세계’를 진행해 온 저자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현대과학의 해답을 들려준다. 종교·철학·문학·예술·경제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곁들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철학적이고도 종교적인 물음을 던진다. 지난 100여 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현대 과학은 이 존재론적 물음에 대해 나름대로 답변을 내놓는다.



남자의 여행
[Book]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外
유명종 지음┃288쪽┃디스커버리미디어┃1만5000원

불혹의 문턱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찾아 떠난 저자의 여행 산문집이다. 고성에서 해남까지, 산사에서 지방 소도시까지, 주말마다 6년을 돌아다녔다. 그의 여행은 일종의 비우기다. 꿈과 사람, 공존, 통섭, 중용 등 20가지 인생 주제를 담았다. 부여 무량사에서는 조화를 이야기하고 남양주 수종사에서 대화와 통섭에 대해 풀어낸다. 화가인 이종송 건국대 교수와 사진가인 전성영 씨가 여행에 동행해 그림 20점과 사진 70여 점을 함께 담았다.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 브랜드가 말하게 하라
[Book]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外
김태욱 외 지음┃227쪽┃커뮤니케이션북스┃1만9500원

브랜드 스토리를 전략의 중심축으로 하는 마케팅 워크북이다. 기존의 브랜드 스토리 책이 스토리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다.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은 의미 커뮤니케이션이다. 메시지인 ‘의(意)’와 맛, 감동이 있는 ‘미(味)’를 고루 갖춘 감성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 개인 미디어어가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미디어를 선택하고 콘텐츠를 선택한다. 소비자는 재미와 감동이 없는 콘텐츠를 꺼린다. 스토리로 만들어진 의미 있는 메시지만이 그들을 움직일 수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