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PC시대에 4반세기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바일 시대에도 힘을 발휘할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왕’을 꿈꾸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여의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자칫 모바일 시장에서 쫓겨날 상황에 몰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합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죠.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윈도폰의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자 환경(UI)에 대해서는 평이 좋은 편인데 생각만큼 팔리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특별 기자회견과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6월 18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세대 OS ‘윈도8’을 탑재한 ‘서피스’라는 태블릿을 내놓았습니다. 이 태블릿은 탈착식 커버에 키보드가 있고 ‘킥스탠드’라는 받침대를 꺼내 세우면 노트북 모양이 됩니다. 콘텐츠 생산 기능이 떨어지는 태블릿의 약점을 보강한 제품이죠.
마이크로소프트 분발하나? ‘PC+태블릿+폰’ 결합 위해 ‘초강수’
윈도8이 탑재돼 있고 실제 키보드가 달렸다면 노트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오피스 프로그램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서피스는 아이패드에 대적할 만하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실제 성능과 가격이 변수인데 대만 디지타임스는 윈도8프로를 탑재한 모델은 799달러, 윈도RT 모델은 599달러쯤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블릿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윈도 태블릿을 만드는 파트너들과 경쟁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블릿 레퍼런스(참고) 제품을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윈도 생태계’를 잠식하는 걸 막기 위해 잠시 외도했을 뿐이란 얘기죠. 서피스는 윈도 태블릿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박수를 받았습니다.

6월 20일 공개한 차세대 모바일 OS ‘윈도폰8’에 대한 평가는 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윈도폰 서밋’이라는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윈도폰8을 발표했는데 윈도폰7과 달리 윈도 기반 기술을 거의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윈도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살짝 손보면 윈도폰 앱이 되고 그 반대도 가능해집니다. 개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태블릿’ 결합에 만족하지 않고 ‘PC+태블릿+폰’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줄만 합니다. 문제는 기존 제품의 업데이트를 포기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윈도폰7이나 윈도폰7.5(망고) 탑재 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윈도폰8으로 업데이트할 수 없습니다. 윈도폰 충성 고객들을 화나게 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도 눈감아줄 수 있습니다. ‘PC+태블릿+폰’을 묶는 혁명적 조치엔 희생이 따를 수 있죠. 그렇더라도 결합이 성공한다면 개발 환경이 좋아지고 이용 환경도 좋아집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길게 보면 옳은 처사일 수 있지만 당장은 기존 고객들이 불만을 터뜨릴 테고 수요가 위축되면 개발자들도 망설일 겁니다.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너무 굼뜬 게 문제입니다. 윈도폰8 특징도 따지고 보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는 이미 적용된 게 대부분입니다. 듀얼코어 지원도 그렇고 근거리통신(NFC) 지원도 그렇고 월렛(지갑)도 그렇습니다. 졸졸 뒤쫓아 가기만 했다가는 추월할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슬로 행보’가 언젠가 빛을 발할지, 아니면 벼랑으로 이끌지 모르겠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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