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가 더 이상 개인 또는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업들이 더 많은 여성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능력 차이는 있을까. 있다면 왜이고, 어느 정도일까. 많은 학자들이 고민했고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다. 이 차이를 유머로 설명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민감하기도 한 이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유머를 좋아한다. “성경에 아담은 흙으로 만들어졌고 이브는 갈비뼈로 만들어졌다고 나와 있다. 흙은 무기물질이고 갈비뼈는 유기물질이다. 여성의 재료는 1차 가공을 거친 더 고급스러운 소재인 셈이다. 더구나 신제품은 항상 뒤에 나온다는 사실….”

요즘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눈부시다. 남녀 동수로 내각이 구성되는 프랑스까지는 못하더라도 조만간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서 대졸 신입 채용 인력 중 여성 인력의 비율을 현재 20% 수준에서 30%로 확대하고 향후 10년 이내에 임원의 1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기업들도 우리 같은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임원을 뽑을 때 “가급적 여성이면 좋겠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여성 직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120명 안팎의 직원 중 80명 선이니 거의 70% 수준이다. 임원회의 참석자 5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여성들의 승진을 막는다는 유리 천장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는다. 남직원들이 가끔 자기들끼리만의 비공식 회식으로 소외감(?)을 달래기도 한다.

헤드헌팅이란 직종은 여성들에게 잘 어울린다. 좋은 기업과 훌륭한 인재를 맺어주는 ‘인연 비즈니스’인 만큼 상대방을 섬세하게 배려하면서 세련되게 설득하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 중요한 자질인 때문이기도 하다. 능력만 있으면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직업인 셈이다.

여성 중심의 회사인 만큼 최고경영자로선 고급 여성 인력의 충원이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능력만 확인된다면 채용 루트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최근에는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과 공동으로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리크루트 컨설팅 교육과정을 개설해 24명의 교육생 중 5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경영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좋은 여성 인재를 쓰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 휴가만 해도 중소기업, 특히 여성 직원이 많은 기업으로선 대처하기에 만만치 않다. 육아 휴직은 만 6세 이하 아이를 둔 경우 자녀 한 명당 1년씩 법으로 보장돼 있다. 육아 휴직 중인 직원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4대 보험, 퇴직금 등 추가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고 워낙 제도가 복잡해 인사 담당 직원이 제대로 챙기기도 힘들 정도다. 여성 취업을 장려하고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여성 취업을 막는 장벽이 되는 셈이다.

출산과 육아가 더 이상 개인 또는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업들이 더 많은 여성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 비율이 낮은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 특히 여성들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은 별도의 정책적인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EO 에세이] 고급 여성 인력 채용할까, 말까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