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부동산 중 토지를 매각하는 사건을 검색하다 보면 맹지(盲地)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라면 이미 토지구획정리를 거친 지역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맹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방의 토지는 사정이 다르다. 아직도 상당수의 필지가 맹지다.

맹지란 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타 지번으로 둘러싸여 지적도상으로는 도로에서 직접 진입할 수 없는 토지인 셈이다. 문제는 맹지에 건물을 건축할 때 발생한다. 건축법에 따르면 도로에 2m 이상 접하지 않은 토지에는 원칙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 도로와 2m 이상 접했더라도 자동차가 필요한 건축물이라면 주차장법에 의거, 도로가 4m 이상이 되어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 이유가 토지 경매에서 맹지의 낙찰가를 한없이 떨어뜨리는 결정적 이유다.

그러나 경매가 매력적인 이유는, 위험성이 있는 물건의 낙찰 가격이 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수익도 커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누구라도 꺼릴 수밖에 없는 하자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할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지적도상 도로와 접하지 않아 맹지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맹지가 아닌 것도 많고 실제로 맹지라고 하더라도 그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토지도 적지 않다.

우선 입찰 전에 맹지의 진입로가 될 수 있는 토지의 소유자와 합의하는 방법이 있다. 맹지를 취득한 후 건축에 필요한 진입로에 대해 매매를 약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거래라면 당연히 매도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거래의 조건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진입로 165㎡(50평)를 매수하는데 시세의 세 배를 줬다고 하더라도 맹지 1653㎡(500평)를 시세의 3분의 1 가격에 취득할 수 있다면 아쉬울 것이 없는 거래임이 분명하다.

진입로가 될 부분의 토지가 국유지라면 문제는 훨씬 쉬워진다. 물론 국유지라고 하더라도 그 토지가 중요한 용도를 갖고 있다면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가에 점용 허가를 얻어 사용할 수 있다. 한 필지 전부가 아니라 진입에 필요한 최소의 면적만 특정해 점용 허가를 신청할 수도 있다. 매년 점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비용이 맹지를 개발해 얻는 수익에 비하면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혹시 나중에 국가가 그 토지를 불하하게 되면 그 매수의 우선권은 현재 점용 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점도 덤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경매] 맹지, 결정적 하자가 ‘ 효자’ 노릇할 수 있다
수년 전 강원도 홍천군에 약 1만1898㎡(3600평)의 토지가 경매로 진행된 사건이 있었다. 관리지역에 남하향 지세로 토지의 모양도 나쁘지 않았다. 앞쪽으로 접해 흐르는 폭 10m 정도의 도랑은 수량도 풍부하고 수질도 좋아 더 이상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조건을 갖춘 전원주택지였다. 문제는 그 도랑의 건너편에 도로가 개설돼 있었던 것이다.

맹지라는 결정적 하자 때문에 3회 유찰을 거듭했고 감정평가 금액 대비 34%까지 최저가가 차감됐다. K 씨는 4회 차 입찰에서 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에 성공했다.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후 K 씨는 지방자치단체에 교량 설치 허가를 신청했다. 약 3500만 원의 비용으로 다리를 설치하고 낙찰 받은 토지도 분할과 토목공사를 거쳐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했다. 서울춘천간고속도로의 동홍천IC 개통과 때를 같이해 6610㎡(2000평)를 분양했고 지금은 낙찰 받은 토지 중 가장 좋은 위치로 5288㎡(1600평)를 소유하고 있다. 6610㎡의 분양 가격은 낙찰 대금과 교량 설치비, 토목공사비, 각종 세금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이었고 보유하고 있는 5288㎡는 지금 3.3㎡당 35만 원을 호가한다.


김재범 지지옥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