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유별난 다이어트 열풍은 여름 휴가철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마른’ 국가라는 뉴스를 읽었다. 이전에도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TV 속의 연예인들을 보며 40kg대의 몸무게를 만들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에 대한 기사들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체중 감량이나 다이어트 클리닉에 대한 광고들이 넘쳐나고 지방 흡입과 같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시술도 부유층뿐만 아니라 여대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서도 여직원들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우리 사무실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사무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일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유별난 다이어트 열풍은 여름휴가철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진행 중이다.

며칠 전 전 동료로부터 그녀의 열여덟 살짜리 딸아이가 1년에 걸친 거식증으로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아이는 먹는 걸 거부하고 있고 간간이 야채 몇 조각을 먹을 때면 죄책감에 모두 토해 버린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하이디가 생각났다.

아름답고 쾌활했던 하이디는 학점도 과에서 최상위권이었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했다. 나보다 한 살 위인 그녀는 키 183cm에 대학 배구팀의 에이스로 ‘강골’로 불리며 건강함을 과시했다.

대학 졸업식 후 1년이 더 지나서야 그녀는 꽃을 들고 나를 찾아왔고 그녀를 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1년간의 무리한 다이어트로 183cm의 키에 몸무게가 41kg까지 줄어든 것이다. 하이디는 졸업 후 다이어트를 시작해 체중 감량에 성공했고 이에 대한 주위의 반응에 더욱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던 것이다. 우리가 만났을 때에는 이미 그녀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할 것을 결심한 상태였다. 하이디는 “마가렛, 지금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난 먹은 칼로리를 밤새 계산하고 미리 앞으로 먹을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어. 평범하게 먹으면서 지냈던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CEO 에세이] 다이어트 잔혹사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10여 개월이 지났을 즈음, 한 대학 동창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놀랍게도 하이디의 사망 소식이 실린 뉴스를 보내온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하이디의 어머니가 교회를 가기 위해 하이디의 방문을 두드렸는데 조용해 들어가 깨우려고 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하이디는 전날 밤 거식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것이었다.

이는 영양 섭취가 중단된 상태에서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진한 결과다. 부검하고 보니 그녀의 위에는 상추 몇 조각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하이디와 같이 지냈던 시절, 그녀가 먹는 것을 거부하고 스물두 살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거식증 환자들은 완벽주의자이거나 매우 야망이 큰 사람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여성들로 하여금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상형을 좇아가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의 미에 대한 기준, 광고 등이 너무나 걱정스럽다.


마가렛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