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따라 하기’가 무모한 이유

지난해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출간됐지만 그를 둘러싼 궁금증이 다 풀린 것은 아니다. 특히 애플의 경이적인 성장 비밀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잡스가 지난해까지 이끌었던 이 회사는 미국 톱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경영 이론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권한 이양’을 강조하지만 애플에서는 모든 권한이 잡스에게 철저하게 집중돼 있다. 모든 광고의 감독과 승인에서부터 외부 회의 참석자 결정까지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챙긴다. ‘투명성’이나 ‘효율성’, ‘이익’도 애플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Book] 인사이드 애플’ 外
애플의 비밀주의는 악명이 높다.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조차 자신이 맡은 일 이외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큰 그림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잡스뿐이다. 지나칠 정도의 비밀주의는 외부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잡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월트 디즈니와 폴라로이드를 발명한 에드윈 랜드의 영향을 지적한다. 잡스는 회사 내부 사정을 외부에 함부로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디즈니에게서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디즈니 마법 왕국의 창조자는 일반 대중이 무대 뒤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세히 알게 되면 월트디즈니가 제공하는 황홀한 느낌이 반감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드윈 랜드는 폴라로이드를 선보이면서 세련된 홍보 기술을 보여 줬다. 과연 다른 기업도 애플처럼 될 수 있을까. 지난 10여 년 동안 애플이 거둔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애플 모방에 나선 기업은 거의 없다. 함부로 따라 하기에는 너무나 독특하기 때문일까. 10여 년 동안 실리콘밸리와 애플을 취재한 저자는 애플의 접근 방법은 오히려 젊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그들은 애플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소비자를 유혹하는 닫힌 세계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존경한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임정욱 옮김┃304쪽┃청림출판┃1만5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남성 퇴화 보고서’ 고개 숙인 남성에 대한 단상

UFC(격투기챔피언십) 경기는 케이블 TV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피가 튀고 상대방을 마치 죽이기라도 할 듯 격렬한 이 경기는 ‘좀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는 현대인의 욕구에 안성맞춤이다. 선수들의 몸을 보면 상체 전체가 근육으로 뭉쳐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식스팩과 이두근은 현대 남성들이 가지고 싶은 로망이다. 게다가 이 경기는 남성 안에 내재돼 있는 폭력에 대한 애정까지 대리만족해 주니 금상첨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격투기 선수들이 어떤 남자보다 강하다고 여기며 또한 이 경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격투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 안전한 싸움이다. 2007년 미국의 병원 응급실에 보고된 격투기로 인한 부상 건수는 레슬링이나 권투로 생긴 것보다 훨씬 적었다. 야구만 하더라도 격투기보다 일곱 배나 부상 비율이 높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기원전 7세기에 그리스에서 벌어진 레슬링과 권투를 결합한 격투기인 판크라티온은 무규칙 경기였다. 올림픽 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할 정도로 인기 있는 경기인 판크라티온은 경기 시간제한도 없고 체급도 없이 무자비하게 치고 잡고 하는 싸움이었다. 팔다리 부러뜨리기, 목조르기, 손가락과 발가락 비틀어 부러뜨리기 등 실제로 목숨을 건 경기였다. 오늘날의 격투기와 그리스 시대의 판크라티온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남성성의 상실로 이야기될 수 있다. 요컨대 남성이 점차로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 책 ‘남성 퇴화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Book] 인사이드 애플’ 外
우리의 뼈에 그 약해진 증거가 남아 있다. 현대인의 뼈를 화석 인간의 뼈와 비교하면 200만 년 전에 비해 그 양과 강도가 40% 감소했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는 아마도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신체적 강인함이 오히려 점차 약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니 유전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남성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심히 걱정스럽다. 게으르고 운동을 싫어하는 현대인은 더 이상 강해지려는 노력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남성은 점점 못나지고 있다.

저자 피터 매캘리스터는 고인류학자로 화석이나 고대의 자료를 조사해 현대의 남성의 약함을 폭로하고 있다. 퇴화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 불편한 진실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폴 폴락 지음┃박슬기 옮김┃ 344쪽┃새잎┃1만5000원
[Book] 인사이드 애플’ 外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빈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까. ‘적정기술’의 주창자인 저자가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해법을 제시한다. 인류가 지금까지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도 빈곤을 몰아내지 못한 것은 세 가지 허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우선 기부를 통해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자선이 아니라 그들이 매력적인 기회를 활용해 스스로 수익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엮음┃320쪽┃삼성경제연구소┃1만3000원
[Book] 인사이드 애플’ 外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놀라운 성과를 낸 45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엮었다. 헹켈은 칼 하나도 음식문화에 맞춰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유럽·미주 시장용과 곡물을 주로 먹는 아시아 시장용으로 차별화했다. 에스티 로더는 입점 면담을 거절당하자 실수를 가장해 백화점 바닥에 향수를 쏟음으로써 당당히 백화점에 진출했다. 블랙삭스닷컴은 월간지처럼 양말도 정기 구독할 수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했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임용한 지음┃288쪽┃교보문고┃1만4000원
[Book] 인사이드 애플’ 外
저자는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전쟁사를 연구하고 현장 답사를 통해 분석해 온 역사학자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부터 1950년 6·25전쟁까지 고대와 현대의 전쟁을 아우르며 그중에서도 매우 획기적이고 창의적이며 역사를 바꾸고 전쟁의 원칙을 완전히 뒤집었던 전쟁과 전투 25건을 소개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장군들은 정체절명의 순간에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고안해 실행했다. 이들은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마트 싱킹
아트 마크먼 지음┃박상진 옮김┃352쪽┃진성북스┃1만7000원
[Book] 인사이드 애플’ 外
‘스마트 싱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적용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스마트 싱킹은 지능지수와는 다르다. 지능검사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추론을 통해 이뤄지지만 스마트 싱킹은 현실에서 직면하는 모든 일상적인 일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혁신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싱킹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누구나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저자는 스마트한 습관이 스마트 싱킹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회사와 가정에서 스마트한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8가지 방법이 들어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