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신호’ 보디랭귀지의 영향력


“자네는 우리 부서의 핵심 인재야. 이걸 맡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김 부장이 이 대리에게 거한(?) 칭찬을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부하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왜일까.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건넬 때 보내는 신호는 단지 입에서 나온 말뿐만이 아니다. 그 말에 동반되는 표정이나 자세·태도 등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진지하고 따뜻한 표정에 어깨를 두드리는 격려가 담긴 손짓이 추가되면 칭찬은 비로소 부하의 마음속에 날개를 달아준다. 상사의 칭찬에도 이 대리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아마도 김 부장의 얼굴에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아 그저 립서비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의자 뒤로 기대어 앉아 귀찮은 듯한 태도로 부하를 달래려고 마음에 없는 말을 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의 내용은 7%만 영향을 끼치고 음성이 38%, 표정이나 몸짓이 55%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즉 시각적인 이미지가 언어적인 이미지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주장이다.
[리더의 스피치] 왜 부하는 당신의 말보다 표정을 더 믿을까
동양인은 선천적으로 서양인보다 배경을 읽는 힘이 강하다. 너른 들판에 집이 한 채 있을 때 서양인은 ‘집이 한 채 있네”라고 하지만 동양인은 “눈 내린 고요한 들판과 저 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어느 마을에 집이 한 채 있네”라고 말한다.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는 연습을 해 온 동양인의 특성은 말할 때도 그 말의 배경과 의도를 읽는 습관이 있다.

말의 내용 주변에 실린 속뜻이 많은 것을 고맥락 사회라고 하는데 이런 환경에선 상대방의 보디랭귀지를 살피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된다. 리더의 경험이 노련한 만큼 부하 직원도 직장 생활에서 이런저런 상황을 겪다 보면 상대의 본심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리더의 보디랭귀지는 그만큼 중요한 대화 수단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할 때 그 무관심 때문에 낙담하기도 하고 반면 한 번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서 직장 생활이 즐거워지기도 한다. 악수하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힘만으로도 그가 나를 지지하는지 싫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이기에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라고 하지 않는가.

칭찬하려거든 표정과 태도에서 그를 지지하는 기운을 뿜어내라. 만약 나무라고 싶을 때도 표정은 걱정과 지원의 눈빛이어야 하지 분노와 경멸의 기색이 보이면 부하는 그 표정을 잊지 못한다. 말은 속마음과 다르게 나올 수 있지만 보디랭귀지는, 특히 표정은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보디랭귀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한다.

턱을 들고 상대방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권위적이며 상대를 하찮게 여긴다는 표시가 된다. 쳐다보지 않고 대답만 하는 당신을 보고 상대방은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았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평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리더의 스피치] 왜 부하는 당신의 말보다 표정을 더 믿을까
검지와 중지 사이에 명함을 끼워서 상대방에게 건네는 것은 상대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팀원 중 누군가를 가리키면서 손 전체가 아닌 손가락으로 콕 찍었다면 이미 부하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김 부장이 진심으로 이 대리가 핵심 인재라고 생각한다면 오늘 그를 마주한 순간 눈빛에서 무한한 기대감이 감돌아야 한다.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몸은 이 대리 쪽으로 기울고 중간 중간 눈을 마주쳐 가면서 서로가 이해한 부분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통(通)하는 보디랭귀지라고 할 수 있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