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2006년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의 출범 이후 최근 국내 MBA가 속속 국제 평가에서 순위권 안에 진입하고 있다. 연세대 MBA의 박상용 원장은 현재 한국형 MBA가 정착을 위한 과도기의 후반부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MBA에서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거쳐 졸업생이 몸값을 높여 잘 취업하고 또 다른 우수 인재가 MBA로 몰리는 선순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형 MBA의 현황과 전망을 듣기 위해 지난 3월 20일 따스한 봄 햇살이 가득한 신촌 캠퍼스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
“기업, 한국형 MBA 인재 주목할 때”
지난해 연세대 MBA가 이코노미스트 평가에서 국내 대학 처음으로 세계 10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어떤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봅니까.

이코노미스트의 MBA 평가는 풀타임 학생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측은 세계 140여 개 MBA를 추려 학교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순위를 매깁니다. 그 결과 연세대 MBA가 76위에 올랐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가지 평가 기준 중 학생들의 다양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바와 잘 맞았다고 봅니다. 연세대 MBA는 교포 등이 아닌 순수 외국인 학생의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MBA 프로그램을 개편하면서 글로벌 프로그램을 많이 늘렸고 다양한 국가에서 학생들을 유치한 결과라고 봅니다.

연세대 MBA의 차별성과 강점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다양성입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학생들은 경력·연령·성비·출신 등에서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어요. 시너지 효과를 위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뮤추얼 러닝’ 등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각 MBA마다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MBA는 동북아 비즈니스와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아시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아시아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서구권 학생이 많습니다.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칭화대·베이징대,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직접 각 나라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편 기업의 임원급,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하는 이규제큐티브 MBA는 회계·재무·마케팅 등 경영학의 기능적인 측면보다 CEO로서의 필요한 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리더십, 미래 트렌드 읽는 법, 기업 윤리와 같이 인문학 등 다른 학문과 결합한 과정으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기업, 한국형 MBA 인재 주목할 때”
재학생들은 어떤 인재들입니까.

풀타임 MBA 학생들은 28~29세, 직장 경력 4년 차 정도가 평균입니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분위기는 MBA 도입 초기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요. 현재 시험 없이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데 면접의 비중을 크게 높였습니다. 면접 때 지원자의 서류가 주어지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진행합니다.

지금까지 잘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사회에서 성공하고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면접관도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에 있는 동문들도 참여합니다. 개별 면접뿐만 아니라 그룹, 토론 면접 등으로 다양하고 강화된 선발 방법을 적용하는 등 한마디로 공을 많이 들입니다.

그 결과 양질의 인재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선발된 학생들은 ‘해보겠다’는 정신이 충만하고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적극적입니다. 평균 연령이 45세인 이규제큐티브 MBA 학생들도 열정적이고 소속감과 애교심이 강합니다.

MBA 교육은 졸업 후 기업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무 교육이 중요할 것입니다. 현장 중심의 커리큘럼은 얼마나 포함하고 있습니까.

MBA에서 교육 받고 그 효과가 3~5년 가는 게 아니라 20~30년 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에는 경영학의 기능 분야 교육이 많았습니다. 재무·회계·마케팅 등은 과장·부장까지는 유용한 지식이지만 임원이나 비즈니스 리더가 되면 이런 기능 교육만으로는 안 됩니다. 톱 매니지먼트에 오를수록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알고 조직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죠.

경영학의 기본은 물론 회사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까지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이 레벨의 교육을 아우르기 위해 외부에서 경험 많은 CEO의 강의를 많이 늘렸습니다. 또한 기업 윤리 포럼, 리딩 퓨처 포럼 등 토론 형태의 과목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 한국형 MBA도 자리를 잡으며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MBA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어떻습니다.

풀타임 MBA 학생들 중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온 사람이 많아요. 이들은 졸업 후 바로 구직에 나섭니다. 취업률은 외국인 학생을 포함해 90%입니다.

취업의 질적인 측면에서 졸업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연봉 향상률은 어떻습니까.

취업의 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수치적으로 연봉을 얼마나 올리는지와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가는지입니다. 두 가지 모두 충족하는 것이 가장 좋은 케이스겠지요. MBA 과정을 마치고 이직할 때 졸업생 연봉이 평균 75% 올랐습니다. 한국인 학생은 63%, 외국인 학생은 90% 올랐습니다. 기업에서 등록금을 지원 받고 졸업 후 원래 회사로 돌아가는 경우 연봉이 3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졸업생 취업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입학부터 일대일 코칭에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커리어와 관련해 뚜렷한 목적을 가진 학생도 있지만 어떤 길로 갈지 고민하는 학생이 많아요. 커리어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MBA로 진학하지만 어떤 분야, 어떤 직종으로 갈지는 뚜렷하지 않은 거죠. 학교 차원의 컨설팅을 넘어 전문 컨설턴트, 그리고 관련 분야의 동문과도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면접을 보러 갈 때도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동문을 통해 기업의 인사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은 한국에서 어떻게 구직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원장인 저를 비롯해 학교의 모든 체제가 졸업생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29년 동안 있으면서 학부생 취업을 어디에 부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풀타임 MBA 졸업생을 위해 기업에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죠(웃음).

강의와 연구에서 교수진의 경쟁력은 얼마나 높다고 평가하는지요.

교수들의 경쟁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해외 명문대 학위에 국제적으로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분들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영학의 새로운 분야를 섭렵하는 교수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 인문학, 예술과 경영, 윤리와 경영, 디자인과 경영 등 인접 분야를 접목하는 교육을 많이 해야 하는데 가능한 교수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아요. 통합 교육이 가능한 교수를 가급적 많이 초빙하려고 합니다.
“기업, 한국형 MBA 인재 주목할 때”
외국 학생들에게 최근 한국 MBA 과정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연세대의 유학생 현황은 어떻습니까.

전체 정원의 절반이 외국인 학생으로 약 17개 나라에서 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해요. 강의뿐만 아니라 면학 분위기, 한국 문화에 만족도가 높습니다. 얼마 전 학생들이 강도 높은 3주 과정 후 시험을 마치고 뒤풀이로 찜질방에 가고 갈빗집에서 파티를 했어요.

이날 멕시코의 한 학생이 생일을 맞았는데 같이 있던 국제 학생들이 12개 언어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어요. 유럽과 미국의 MBA는 현지 학생이 70~80%이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죠. 연세대 MBA에서는 남미와 중동 등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학생들이 밀착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MBA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국인 학생은 어떤 경로로 선발합니까.

연세어학당·국제대학원·교환학생 등 연세대를 한 번 거쳐 간 학생들이 많습니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 전 세계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 성적 우수자에게 우리 학교에 지원할 것을 제안합니다. 약 2만 명 이상 GMAT 성적 우수 학생에게 우리의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여러 조건을 알려주며 지원을 권유합니다. e메일을 30차례나 주고받으며 유치한 학생도 있어요.

MBA가 해외 인재와 국내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외국인 학생은 한국 기업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글로벌 MBA 모든 학생에게 국내 기업의 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있죠. 인턴 경험을 통해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기업에서 일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기업은 인턴 중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특정 회사에 입사하기를 원하면 학교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며 해외 MBA 출신 외국인을 많이 뽑았지만 실제 큰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대신 한국에서 MBA를 마친 외국인 학생은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글로벌 수준의 교육도 받아 기업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한국형 MBA 인재 주목할 때”
한국형 MBA가 국내외 학생과 기업 사이에서 보다 뿌리내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전문대학원 체제가 완전히 뿌리내리는 데까지는 아직 3~5년 정도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학생이 MBA에 들어와 교육을 잘 받고 취업을 잘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학교·기업·교육당국 3 주체가 모두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연연해할 것이 아니라 정원 수에 못 미치더라도 양질의 학생을 잘 뽑아 가르쳐야 합니다.

기업은 한국형 MBA가 아직 역사가 길지 않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갖지 말고 이 학생들을 성실하게 평가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해외 MBA에 못지않은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교육 당국은 앞서 말한 선순환이 이뤄질 때까지 유연하게 규정을 적용했으면 합니다. 현재 MBA 정원의 25%를 풀타임으로 뽑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학교가 추구하는 것과 약간 상충됩니다.

연세대 MBA는 외국인 학생 비율을 높이고 있는데 이들은 교육 당국이 요구하는 정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교육 당국의 정원 규정을 맞추기 위해 선발하는 학생의 질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 학생을 정원에 포함하거나 규정의 유예 기간을 줬으면 합니다.



약력:1951년생. 1973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뉴욕대 박사(재무·금융 전공). 84년 연세대 경영학과 조교수. 1997년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2002년 한국증권연구원장, 2007년 한국금융학회장. 2009년 연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