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진국’이라는 말은 사실 칭찬이지만 동시에 안타까움이 스민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진국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가진 내공이 보기보다 훌륭하고 됨됨이가 바르다는 뜻인데, 바꿔 말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그 사람의 매력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국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베짱이’일까, ‘날라리’일까.

대화를 하다 보면 진국보다 베짱이나 날라리와 대화하는 것이 더 흥겹고 즐거울 때가 있다. 왜냐하면 웃어넘기는 재치가 있고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대충 보아 넘기는 적당한 무관심이 오히려 대화의 활력소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국은 아무 데서나 대화를 너무 진지하게 끌고가 만남의 무게감을 더하는 특징이 있다. 지나친 신의 성실의 원칙이 말 한마디에도,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느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한 사람이 술에 취해 “내 자식만 잘된다면 마누라가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눈감아 줄 형편”이라고 하자 상대방 친구가 “넌 변했다”며 술자리를 뛰쳐나간다. 속이 타서 던지는 한마디에도 진실성을 부여하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대에겐 사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는 사업가 한 분은 고객에게 보내는 e메일 끝에 부서와 소속 이름이 딸려나가게 되는데, 거기에 ‘착하게 살자’라는 문구를 항상 넣어 보낸다. 필자는 그분과 친해진 다음 그 문구를 삭제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좋은 뜻이지만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스피치] 유머로 던진 말 ‘다큐’로 받는다? 아무 때나 진지하면 촌스럽다
성실하고 올곧은 리더일수록 인생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갖는데 그러다 보니 그의 주위가 한층 무거워진다. 잠깐 만나 나누는 담소에도 정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담는다. 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는 늘 마무리가 회의적이다. 봄날의 아름다운 꽃을 찍어 올리고도 마무리는 비참한 현실을 의미하는 ‘오늘도 가슴이 답답하다’는 멘트를 넣는 식이다. 상대가 안부를 묻는 트위터 글에도 답장은 언제나 심각한 ‘다큐멘터리’가 되어 온다. 세상에 관심이 많고 뭔가 기여해 보려는 진국의 노력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된다면 진지함을 조금 가볍게 풀어보는 것도 중요한 센스가 된다.

지나치게 진지한 리더의 무의식엔 허투루 시간을 보내면 안 되고 무언가에도 의미와 결과를 가져와야 마음이 편한, 즉 그저 놀고 즐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가치관이 내재돼 있다. 그러다 보니 웃자고 던진 농담에도 진지하게 질문해 말한 사람을 ‘뜨악’하게 하는 경건함이 나오기도 한다.

만나면 왠지 숨이 턱 막히게 하는 사람, 함께 놀 때는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사람, 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시국을 논하는 진지함은 이제 부하 직원들이 보기에 촌스러운 리더의 항목에 들어갈 것이다. 무거운 상사가 되지 말고 어떤 이야기든 가능한 상사가 되자. 그리고 전달하는 메시지의 전체적인 양에서 긍정적이고 즐거운 내용이 더 많게 하자.

각 팀의 리더가 프레젠테이션을 끝냈다면 2차 뒤풀이에서 그것을 평가하는 멘트는 생략하자. 오히려 그 발표에서 있었던 인상적인 용어로 건배사를 만들어 흥겹게 돋궈보는 것은 어떨까. 그냥 푸념이나 늘어놓자고, 혹은 투정을 부리고 싶어 한 이야기인데 결론을 내려주거나 훈계를 하지는 않는가. 자신이 지나치게 진지한 것인지, 적당한 것인지 평가하는 방법은 하나다. 상대의 말에 자신이 뭔가 피드백을 던졌을 때 상대의 표정을 보라. 거기에 정답이 있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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