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 아트 디렉터 최은영


그저 몇 번 쓰윽 쓰윽 손으로 만진 것뿐인데 모래는 ‘이야기’로 변신한다. 라이트 박스 위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래의 형태는 한 점의 풍경화가 되기도 하고 초상화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 편의 동화가 된다. ‘샌드 아트(sand art)’의 진짜 묘미는 결과만 아니라 과정까지도 고스란히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된다는 점이다.

창의력이 넘치는 대담한 화면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은영 샌드 아트 디렉터는 샌드 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 “스토리 구성이 완성되면 실제 현장에서 보일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을 준비해 작곡가에게 보내죠. 그 뒤 그 영상에 맞는 음악이 완성되면 다시 그 음악에 맞춰 몇 번이고 다시 드로잉하면서 연습해요.”

연습은 하면 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러기에 본 공연 전까지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다고 테크닉 연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샌드 아트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손쉽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공연 장르인 만큼 평소에도 아이디어와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프로의 세계] 새 공연 장르 개척하는 ‘프런티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빠져드는 모래의 매력

요즘 그녀는 각종 공연 외에 1주일에 4번씩 샌드 아카데미에서 샌드 아트를 가르치곤 한다. 샌드 아트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샌드 아트에 대해 가르치는 곳은 드물다. “저 역시 처음 시작할 때 어렵게 공부했거든요.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보니 직접 외국 공연 영상을 뒤져가며 외국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처음에는 무작정 화방에서 라이트 박스를 구하고 그 위에 모래를 담을 수 있도록 아크릴 판으로 틀도 직접 만들었다. “모래도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색모래를 썼고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아크릴 판은 정전기가 일어나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모래도 더 고운 입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시행착오는 오히려 그녀에게 더 좋은 자양분이 됐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잘되면 성취감이 느껴지고 안 되더라도 그 안에서 또 배울 수 있는 게 생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언제나 좀 더 새롭고 독특한 시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저를 찾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모래와 빛, 음악이 어우러지는 샌드 아트는 모래가 주는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공연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 샌드 아트 분야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활동을 거듭하고 있는 최은영 디렉터는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샌드 아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 갈 예정이다.



약력: 1983년생. 노을기획 샌드 아트 디렉터. 제3회 대한민국 동영상 UCC 대상.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뮤지컬 ‘알라딘’, 2011 프랑스관광청 VIP 만찬 행사 라이브 퍼포먼스, 2012 창원 IAEC 세계 총회 홍보 영상, SKT 유무선 1위 달성 세리머니 등 다수의 기업 및 관공서 홍보 영상 제작 및 공연.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