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 가능…아파트 인기 ‘추월’
“직장과 가깝고 적당한 가격이면 다세대라도 상관없습니다.”“임대 수익률 측면에서 오피스텔에 뒤지지 않네요.”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다가구주택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아파트 전월셋값이 치솟으면서 실거주와 임대 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대체 상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아파트보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상담 후 바로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세입자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전셋값이 대폭 오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찾고 있다.
최근 강남권 일부 지역은 다세대·다가구주택 선호 현상으로 오피스텔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곳도 있다. 더구나 일부 지역은 다세대주택 전세금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할 정도여서 투자 시 목돈 부담도 적은 편이다.
실제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초구 방배동 일대 신축 투룸 다세대주택은 매매가가 2억7000만 원이고 전세는 2억~2억1000만 원에 형성돼 있어 실제 투자금은 6000만 원에 불과하다. 보증부월세로 전환했을 때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100만 원을 세입자에게 받을 수 있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5%로, 인근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수익률에 뒤지지 않는다. 임대 수익률 외에 개발 기대감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주택과 달리 다세대·다가구는 추후 개발 기대감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미래 투자 가치 면에서도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다세대주택의 건축면적 증가율이 처음으로 아파트 건축면적 증가율을 앞섰다. 국토해양부가 2011년에 지은 전국 건축물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건축 총면적은 9억5234만㎡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어 다세대는 9160만㎡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고 다가구도 1억2416만㎡로 지난해와 비교해 5.3% 증가했다. 아파트보다 미래 투자 가치도 좋아
국토부는 2007년부터 건축물 현황 통계를 집계해 왔는데, 다가구주택 건축면적 증가율은 2010년에 처음으로 아파트 연간 건축면적 증가율을 넘은 이후 지난해에도 아파트를 넘어섰다. 다세대주택 건축면적 증가율이 아파트를 앞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도권 부동산 경기 추락의 영향으로 아파트 건축은 예년보다 시들해진 반면 임대 수익을 노린 다세대주택의 건축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허가 실적도 증가세다. 국토해양부 주택 건설 실적 통계에 따르면 다세대주택의 건설 수요는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0년 1만5687가구에서 지난해 3만8890가구로 늘었다. 반면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010년 5만1370가구에서 2011년 4만7107가구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 상승세로 다세대·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 계약 건수는 2만4024건으로 2010년 같은 기간(1만2415건)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단독·다가구주택 전세 계약도 2010년 하반기 1만9176건에서 2011년 하반기에는 3만529건으로 59% 늘었다.
다세대 등의 전세금이 아파트보다 낮게 형성돼 있어 아파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자들을 흡수하면서 이들 주택의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13.4% 올랐고 연립과 단독주택의 전세금도 각각 8.4%와 6.07% 상승했다.
월세 상승률도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아파트를 앞질렀다. 2008년 1월의 월세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12월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세지수는 124.7을 기록했다. 다가구와 아파트의 월세지수는 각각 122와 118.5로 나타났다. 실제 아파트 3.3㎡당 월세는 3만8000원으로 다세대 3만1000원, 다가구 2만8000원보다 비쌌다. 전세금 역시 아파트는 3.3㎡당 840만 원이었지만 다세대는 560만 원, 다가구는 450만 원으로 아파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준공 전 신축 주택은 피해야
다세대·다가구주택 전세를 얻을 때에는 아파트보다 몇 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신축 다세대·다가구주택도 아파트처럼 완공(준공) 전에 전세 계약을 할 때가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는 게 좋다. 통상 아파트는 입주 1~3개월 전부터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지만 분양 계약서 등을 갖추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축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완공 전에 전세 계약을 한 후 자칫 사고라도 나게 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단독·다세대주택은 소규모 건설 업체나 개인이 짓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경기의 영향으로 분양이 제대로 안 돼 완공 직전이나 직후에 공사비를 연체하거나 내지 못해 유치권 신청이 들어와 경매로 넘어가는 일이 간혹 있다. 건축주가 공사비를 마련하지 못해 미완공 주택이나 땅을 팔아넘기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세 계약자가 입주를 못하는 것은 물론 피 같은 돈을 날릴 수도 있다.
다가구주택 전세를 얻을 때는 현재 몇 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상에 담보권이 설정돼 있지 않더라도 소액 세입자(임차인)나 이미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임차인)가 있으면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나왔을 때 전세 보증금을 100% 돌려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집값 하락까지 염두에 둬 우선순위의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변제하고도 전세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계약해야 한다.
주택 형태도 주의해야 한다. 다가구주택은 다세대주택과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이므로 집(방)마다 개별 등기가 되지 않는다. 이때 간혹 전세 계약서상의 호수와 공부상 호수가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다가구주택의 지상 2층이라도 지하층을 포함해 301호 302호 등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집을 계약할 때는 계약서에 301호라고 해서는 안 된다. 개별 등기가 나지 않는 집이므로 건축물대장과 건물 등기부등본을 떼어 정확한 층수와 위치(3층 좌측 첫 번째 집 등)를 기재해야 한다. 그런 뒤 확정일자를 받아야 대항력을 갖는다.
다세대·다가구주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선 역세권과 대학가 등 수요가 많은 곳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향후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원룸 및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 등으로 재정비될 가능성을 예상해 대지 지분이 넓은 주택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시공사가 소규모 업체이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면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낡고 오래된 주택보다 신축 주택을 골라야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통 다세대·다가구주택은 5년가량 지나면 감가상각 요인이 높고 누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오래된 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했더라도 감가상각 요인뿐만 아니라 내·외부 수선비용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재산상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임대 수익률도 떨어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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