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위기의 숨겨진 뿌리
[Book] 유로화의 종말 外
유로화 통화 기호( )는 유럽의 ‘E’를 의미하는 그리스 문자인 엡실론과 유로의 안정성을 표현하는 평행선을 조합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로화의 행로는 유로화 설계자들이 염원했던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회원국 사이에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로존 붕괴 가능성까지 나온다.

벨기에 경제 주간지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저자는 유럽 내부의 시각으로 유로화 위기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2009년 후반 처음 유로존 위기가 터졌을 때 이를 진정한 위기로 인정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각국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한 투기꾼과 탐욕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문제가 폭발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정 위기의 암세포가 순식간에 유럽 대륙을 먹어치웠다.

하지만 재정 위기 문제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미국과 영국의 재정 적자는 유로존 국가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이는 정부의 적자 예산이 유로화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시장은 문제가 ‘통화연맹’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 단일 통화는 원래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세기 전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은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유럽 통합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1989년 독일 통일이 유로화 탄생의 촉매제가 됐다. 독일 통일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헬무트 콜 독일 총리를 설득해 독일 통일을 인정하는 대신 통화연맹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다. 프랑스는 단일 통화가 독일의 경제 패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로존의 통화 통합은 애초부터 불안정한 통합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가상의 평균적인 경제 조건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그리스는 하루아침에 독일만큼 신뢰할 수 있는 A급 국가가 됐고 해외 자본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정향 옮김┃320쪽┃골든북미디어┃2만 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위기에 처한 지구 살리기
>>산처럼 생각하라
아르네 네스 외 지음┃이한중 옮김┃252쪽┃소동┃1만3000원


여름이 되면 그해 여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울 것이라고 예측하는 일이 계속 되풀이된다. 태풍을 비롯해 각종 자연재해도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또한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파헤쳐진 자연은 동식물들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지구는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즉 우리의 머리는 이런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를 고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인간을 멸종시킬 수도 있는 이런 현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해 이를 외면하고 싶어서일까? 그렇지만 외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는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저자는 그 위험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을 느끼기를 거부하는 태도는 우리의 감성과 감각을 빈곤하게 만들어 우리 삶에 큰 피해를 끼친다. 또한 불안을 자극하는 데이터를 걸러내도록 함으로써 정보 처리와 반응 능력을 떨어뜨린다. 반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적응하고 생존하는 능력이 감퇴된다는 뜻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현실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Book] 유로화의 종말 外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대중의 냉담함을 바꾸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일단 우리의 사고방식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요컨대 우리 인간을 생태계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인간은 생태계라는 커다란 그물의 관리자가 아니라 그 그물에서 하나의 가느다란 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른 생물종을 지배하고 관리할 게 아니라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본연의 진화적 운명에 따라 살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일단 개개인이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다른 동물이나 생태계 구성원 입장에서 지구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예컨대 내가 초록비둘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초록비둘기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열대우림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내 울음소리에 대답해 줄 동료들이 없어졌어요. 그들이 전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내 소리의 메아리만 들일 뿐이에요. 너무 무서워요.”

산도 한마디 보탤 수 있다. 인간이 산 자신의 피부에 해당하는 숲을 파괴하고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파헤치고 있어서 죽음에 이르고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의 제목 ‘산처럼 생각하라’는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인간의 입장이 아닌 초록비둘기처럼 그리고 산처럼 생각해 보라는 얘기다. 그러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일의 미래
린다 그래튼 지음┃조성숙 옮김┃396쪽┃생각연구소┃1만7000원
[Book] 유로화의 종말 外
일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책이다. 저자는 1차, 2차 산업혁명이 노동 전반에 대변혁을 일으킨 것처럼 현재 진행 중인 정보통신 혁명과 수명 증가가 또 한 번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디지털 기술의 탄생을 목격한 1980년에서 1995년 사이 출생자가 사회의 중심에 서는 2025년이 변곡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상 시나리오에는 파편화·외로움·소외라는 부정적인 모습과 협력·참여·창조라는 긍정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중국이 말하지 않는 중국 경제의 진실
셰궈중 지음┃홍순도 옮김┃352쪽┃지식트리┃1만8000원
[Book] 유로화의 종말 外
중국 차세대 이코노미스트의 미래 예측서다. 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국영기업의 주식이나 중국 중앙정부의 자산을 현금화해 중국 국민들에게 직접 나눠줄 것을 제안한다. 수출은 중국 경제를 고속 성장시킨 견인차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향후 10년 중국 수출의 연간 성장률은 6~8%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5년간 해마다 16% 이상 고속 성장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첫눈에 신뢰를 얻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니콜라스 부스먼 지음┃신현정 옮김┃244쪽┃갈매나무┃1만3000원
[Book] 유로화의 종말 外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처음 90초’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만남이든 고작 1분 안팎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면 잠재적인 생존 본능이 즉각적으로 발동해 상대방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내게 기회를 제공할 사람인지 나를 위협할 사람인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판단에 따라 우리의 몸과 마음은 도망을 칠 것인지 싸울 것인지, 아니면 서로 교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남자의 물건
김정운 지음┃336쪽┃21세기북스┃1만5000원
[Book] 유로화의 종말 外
때로는 사물이 수백 권의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물건’을 통해 불안한 대한민국 남자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본다. 이어령의 3m 책상에서는 대학자의 근원적 외로움이 느껴진다. 먹을 갈고 글씨를 쓰는 것처럼 20년 무기수의 삶을 과정 그 자체로 살아온 신영복의 벼루는 감동을 준다. 재미는 없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신뢰감을 주는 문재인은 그의 바둑판처럼 묵직하다. 영원한 경계인 조영남은 그의 네모난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